3일간 묵었던 다람콧을 떠나 맥로드 간지(McLeod Ganj)로 내려왔다. 다음날 달라이라마 법회에 참석해야 해서 템플 근처에 숙소를 잡았다. '람요가 하우스' 라는 곳이었다. 찾기는 힘들었으나 가격대비 너무나 최고인 숙소였다. 루프탑에 있는 요가홀에서 요가수업도 있고 거기에서 바라보는 뷰도 아름다웠다. 무엇보다 그 뷰를 방안에서도 볼 수 있었다는 점이 최고였다. 



추적추적 비가 내리기 시작하여 숙소에서 우산을 빌려 밥을 먹으러 나섰다. 사실 한식당이 있을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는데, 의외로 몇 개가 있어서 기쁜 마음으로 가장 가까워 보이는 곳에 들러보았다.

사실 한국 음식을 파는 곳은 아니었고, 티벳음식인 뚝빠와 딴뚝 등을 파는 곳이었는데, 맵게 해달라고 요청하면 얼큰한 국물이 한국음식과 비슷하다는 리뷰가 있어 찾아간 곳이었다. 음식은 맛있었는데, 한국음식같은 얼큰함은 없었다. 다만 주인아주머니께서 한국분이신지는 잘 모르겠으나 한국말을 굉장히 잘하셨다. 외모로 보아서는 영락없는 티벳사람 같으셨다.


달라이라마 템플 근처로 나와 골목골목을 돌아다니기 시작했다. 며칠에 걸쳐 여러군데의 카페, 베이커리, 음식점들을 가보았다. 다들 그럭저럭 괜찮은 편이었다. 그 중 가장 맛있었던 음식점을 소개한다.


티벳키친(Tibet Kitchen)

한 번 간 이후 떠날 때까지 매일 들렀던 것 같다. 내가 지금껏 먹어본 모모 중 최고의 모모였고, 뚝빠, 치킨요기 다 정말 맛있게 먹었다.

모모(Momo)는 티벳이나 네팔 쪽의 만두라고 생각하면 되는데, 우리가 먹는 속이 꽉찬, 혹은 육즙이 가득한 정성들여 빚은 그런 음식은 아니다. 편하고 쉽게 만들 수 있는 보편화된 음식이고, 인도에서는 길거리 음식으로도 보편화되어 있다. 그래도 어디를 가나 모모는 항상 인기메뉴이기 때문에 도전해 보기로 했다. 날씨도 쌀쌀하고 해서 치킨 목뚝(Chicken Mokthuk)을 주문해보았다. 목뚝은 만두국처럼 모모를 육수에 넣고 끓여낸 음식인데, 모모가 육즙이 가득하고 부드러워 놀라면서 먹었다. 육수는 고기육수였는데, 약간 비릿한 냄새는 났지만 모모가 너무 맛있어서 그정도는 거뜬히 넘길 수 있었다. 

그 다음은 크리스피 치킨 허니 칠리(Crispy Chicken Honey Chilly), 베지 뚝빠(Veg Thukpa) 등을 도전해 보았다. 



크리스피 치킨 허니 칠리는 얇게 썰은 치킨을 바삭하게 튀겨낸 음식으로 메인 메뉴가 아닌 에피타이저 메뉴에 있다. 달달하면서도 살짝 매운맛이 가미되어 있는 소스에 버무린 음식으로 맥주가 있었다면 딱일 것 같았던 음식이었다.


 


달라이라마 템플 앞 쇼핑

달라이라마 템플 입구를 지나 걷다보면 다양한 가게들이 늘어서있다. 템플 바로 앞쪽 입구부터 늘어선 길거리 가게들은 말라를 비롯해 절에서 사용할 수 있는 많은 것들을 판매하고 있다. 나는 보리수말라를 사고싶어서 이리저리 돌아다녔는데, 다 비슷해 보이는 물건들을 팔고 있지만, 각 가게마다 보유하고 있는 물건들이 다 달랐다. 꼭 가격과 상품을 비교해보고 구입하시길 바란다. 


투시타 명상센터(Tushita meditation center)

맥로드 간지에서 다람콧으로 올라가는 길로 접어들어 조금 걷가보면 발견할 수 있으며, 다람살라에서 가장 큰 명상센터이다. 1972년 티벳 불교의 가르침을 알리기 위해 티벳의 라마 Thubten Yeshe에 의해 설립되었다. 다양한 명상 프로그램들을 가르치고 있으며, 코스에 참가하는 사람들에 한해서 명상센터 내의 숙소에 머물 수 있다. 

매일 오전 9시(일요일 제외)에는 누구나 참여 가능한 명상 클래스가 마련되어 있다. 투시타 명상센터의 지도자가 가이드 해주는 명상으로서 그 시간에 맞춰 가기만 하면 된다. 기부박스가 마련되어 있으니 명상이 끝난 후 알아서 기부금을 넣을지 말지, 얼마나 할지를 결정하면 된다.

투시타 명상센터는 고요함 그 자체라고도 할 수 있다. 산의 기운을 그대로 받고 있는 듯한 느낌도 동시에 들었다. 명상센터 내부에 앉아 있을 만한 곳들이 많이 있었는데, 날이 좋은 때 그저 햇살을 받으며 앉아있노라면 널뛰었던 마음들도 사라져버릴 것 같은 기분이 들만한 곳이다. 명상센터 내부의 레스토랑은 외부인도 입장이 가능하다. 



기회가 된다면 그 안에 며칠 머물며 지내다 가고싶다.

참고로 12월과 1월은 문을 열지 않으니 겨울에 다람살라를 갈 계획이 있으신 분들은(너무 춥다) 홈페이지에서 오픈날짜를 확인한 후 방문하시길 바란다.




티벳 박물관(Tibet Museum)

달라이라마 템플 입구에서 바로 옆으로 보면 발견할 수 있다. 

오픈 시간오전 9시부터 저녁 5시이며 월요일은 휴관이다. 입장료는 없다.

티벳이 현재 처한 상황과 달라이라마가 왜 그리고 어떻게 티벳에서 다람살라로 도망쳐 나올 수 밖에 없었는지에 대한 상세한 내용을 알 수 있게 해준 곳이다. 대략은 알고 있었지만, 티벳 사람들이 처한 상황이 너무도 안타까워 한동안 마음이 짠했었다.

1층과 2층에는 다양한 사진들이 전시되어 있고, 그 때의 상황들을 설명해 놓았다. 입구의 카운터에서 엽서도 저렴한 가격에 판매하고 있으니 기념품을 사보아도 좋을 것 같다. 



매일 11시와 3시에는 영화상영을 한다. 상영비는 10루피이다. 상영내용은 매번 바뀌며 박물관 입구에 그 주의 프로그램이 붙어있다. 그 영상을 통해서 티벳 사람들을 더 많이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지금 우리가 알고 있는 티벳이 더이상 전통적인 티벳이 아니며, 티벳에서 도망쳐 나와 이곳 다람살라에 자리잡은 1세대들의 고충, 그리고 티벳사람이지만 인도에서 태어나 자라며 티벳을 한번도 가보지 못한 2세대들, 그리고 그 다음 세대들의 이야기들이었다. 가장 인상깊었던 말은 '우리는 티벳에서 태어나지는 않았지만, 티벳에서 죽고싶다' 라던 말이었다. 나라가 없이 그 나라 사람으로 사는 것은 어떤 것일까.


다람살라여행에 관한 다른 포스팅들은 아래에 링크를 걸어 두었다.

2019/12/07 - [여행, 해외살기/인도, 네팔] - [인도여행] 다람살라 다람콧 가볼만한 곳

2019/12/07 - [여행, 해외살기/인도, 네팔] - [인도여행] 다람살라에서 달라이라마를 만나다



 


다람살라는 인도의 히마찰 프라데시(Himachal Pradesh)주 캉그라(Kangra District)지역의 중심부에 위치해 있으며, 티벳의 망명정부가 들어서 있다. 

달라이라마가 거주하는 템플로도 많이 알려진 맥로드 간지(McLeod Ganj), 인도현지 관광객이 많은 박수나그(Bagsunag), 히피들의 공간 다람콧(Dharamkot)이렇게 크게 세 지역으로 나누어 볼 수 있다. 



다람콧은 다람콧과 어퍼 다람콧(Upper Dharamkot)으로 나뉘는데, 우리는 어퍼 다람콧에 묵었다.


리시케시에서 버스를 직행버스를 타고 다람살라로 이동하면 다람살라의 한 주유소 근처에 내려준다. 거기에서 맥로드간지까지는 거리가 좀 있기 때문에 버스나 택시를 타야 한다. 인도는 시내 버스타기가 많이 헷갈리기 때문에 크게 멀지 않다면 택시를 타는 것도 괜찮은 옵션이다. 혼자 여행하는 사람들에게 알려주는 한가지 팁이라면 버스 내려서 주위를 두리번 거리는 여행객들을 얼른 섭외하여 같이 택시를 타고 가면 택시비를 아낄 수 있다. 

다람살라를 떠날 때에는 버스를 타고 왔다. 맥로드 간지 택시스탠드를 지나면 뒤로 주차장이 보이는데, 그 뒤에 바로 버스정류장이 있다. 거기서 기다리다가 버스가 들어오면 기사에게 페트롤 펌프에서 버스를 탄다고 설명하고 가는지 물어보면 답해줄 것이다.


우리의 목적지는 다람콧이었으나 우리는 달라이라마 법회 등록을 먼저 하여야 했으므로 맥로드간지에서 내렸다. 달라이라마 법회 등록 관련 정보는 이전 포스팅을 참고하시기 바란다.

맥로드 간지에서 다람콧으로 올라가는 입구에는 오토릭쇼 즉 뚝뚝 운전기사들이나 택시 운전기사들이 많이 대기하고 있으나 걸어가면 10분 거리인데 오르막이라는 이유로 200루피를 불렀다. 그래서 우리는 짐을 지고 그냥 다람콧까지 걸어 올라가기로 하였다.

제일 처음 200미터 정도가 좀 가파른 언덕길이었고, 그 이후에는 그럭저럭 걸을 만했다.

다람콧의 The Bunkers라는 호스텔에 짐을 풀고 밖으로 나왔다. 6월 다람콧의 날씨는 정말 최고이다. 우선 호스텔 2층에 위치한 레스토랑에서 점심을 먹으면서 이리지리 정보를 수집했다. 그리고 그 근처에 아주 아름다운 폭포가 있다는 것을 알았다. 

박수나그의 폭포가 크고 유명한데, 사람들이 너무 많이 몰려 폭포에 가는 의미가 전혀 없다고 호스텔 사람들이 입을 모아 말했다. 다람콧의 폭포는 따로 이름이 있지는 않아서, 노네임 폭포, 히든 폭포 등 다양한 이름으로 불린다고도 했다. 




다음은 다람콧에서 꼭 가볼만한 장소들이다.


다람콧 폭포

우리가 머물렀던 The Bunkers호스텔에서 걸어가면 한시간정도 걸린다. 입구에 따로 표지판이 세워져 있지 않으니 사람들에게 물어서 일단 산속으로 들어가고 나면 헷갈릴 일 없이 그냥 길따라 쭉 가다보면 시원하게 떨어지는 물소리가 들리고 그곳이 폭포이다.

낮에는 일광욕을 즐기는 사람들이 그래도 꽤 되는 편이다. 폭포에 도착하여 왼쪽으로 보면 작은 카페가 하나 보인다. 메기(인도의 대표적인 인스턴트 라면)나 토스트 등과 차이를 주문할 수 있고, 과자나 스낵종류도 있으니 출출할 때 요기할 수 있다. 그런 산속에 가게가 있다는 것 자체가 너무 신기할 따름이었다. 물자는 어떻게 나를까 하고 생각하면서 말이다. 

폭포로 가는 산속으로 완전히 들어가기 전에 작은 템플이 하나 있으니 잠시 쉬어가는 것도 좋겠다. 거기에서 나무지팡이를 대여해주는 청년들이 있었는데, 우리는 길가다 떨어져있는 굵은 나뭇가지를 대신 이용하였다. 지팡이 하나정도는 갖고 가면 훨씬 편하게 산을 오를 수 있다.


레바논 레스토랑

같은 방을 썼던 친구로부터 받은 정보인데, 사실 이름은 정확히 모르겠으나 사람들이 레바니즈라고 불렀다. 다람콧에서는 꽤나 유명한 장소인 듯 했다. 다람콧 중에서도 Upper Dharamkot에 위치한 곳이고 간판도 보이지 않아 여기가 맞나 하면서 올라갔다. 하지만 들어서는 순간 전혀 다른 공간이 펼쳐진다.

아름답고 다채롭게 장식된 실내공간과 자유로움이 가득한 실외공간이 아주 특이한 히피적인 분위기를 만들어 내고 있었다. 

그냥 앉아서 음악을 듣는 것만으로도 녹아버릴 것 같은 분위기의 공간이다.

메뉴는 따로 없다.  들어가면 누군가가 일행이 몇 명인지, 그리고 채식인지 아닌지만 물어보고, 그날 준비한 메뉴가 나온다. 인도식 탈리(Thali)처럼 로티나 밥에 여러 반찬들이 나오는데, 재료 본연의 맛이 그대로 살아있다. 반찬은 인도식과 레바논식의 퓨전스타일로 그날 나온 후무스는 너무나 맛있었다. 물론 식판하나에 담겨 나오는 인도식 탈리가 아닌 반찬마다 다른 그릇에 담겨 나오는 고급진 퓨전 탈리를 맛볼 수 있는 곳이다.




문제는, 가격도 정해진 것이 없다는 것이다. 자기가 먹고서 이만큼 가치가 있다 싶은 만큼의 금액을 카운터에 준비된 박스에 넣으면 된다. 그런데 돈 넣을 때 주인이 쳐다보고 있어서 조금 넣기가 민망했다. 



밖의 테이블에 앉고 싶었는데, 우선은 자리가 없었고, 담배를 피는 사람들이 많이 있어서 안에 앉기로 했다. 여행을 하면서 특히나 많이 느끼지만 장소가 사람을 녹여버릴 것 같은 곳이 있다. 그 곳은 누군든 보여서 춤추고 노래하고 와인 마시면서 음식도 즐기고 이야기도 나누고 사람들도 만날 수 있는 그런 장소인 것 같다. 굳이 춤추고 노래하지 않아도 음식먹으러는 가볼면 좋을 것 같다.


The Bunkers

우리가 머물렀던 호스텔이다. 2층에 식당이 있는데, 다람콧은 어디를 가나 뷰가 정말 아름답다. 저렴한 가격에 음식도 괜찮았다. 내가 먹어본 음식으로는 티벳의 누들수프 뚝빠, 볶음면이었는데, 둘 다 맛있었다. 그리고 호스텔에서 일주일에 한번씩 바베큐 디너를 여는 날이 있다. 여러가지 꼬치구이를 불에 직접 구워주는데, 맛이 꽤 좋다. 바베큐 날은 주위에 사는 사람들도 모여 여느때보다는 사람들이 조금 더 있다. 꼬치하나 시켜놓고 기타치고 노래하는 사람들 따라 흥얼흥얼 거리다보면 어느덧 몸과 마음이 너무 가벼워져 있을 것이다. 



Trek & Dine

이곳은 다람콧 중심부에 있는 카페 겸 레스토랑이다. 이 주위에 카페나 레스토랑 그리고 가게들이 엄청 많이 몰려있다. 처음에는 Bodhi Greens라고 하는 곳에 들어가보았다. 뭔가 건강한 음식이 많을 것 같은 곳이었는데, 주문 하는 것 마다 다 없다고 해서 계속 메뉴를 바꾸고 바꾸다 그냥 다음에 온다고 하고 나왔다. Trek & Dine은 Bodhi Greens에서 나와서 다른 곳을 찾아 걸어다니다 들어가 본 곳이었는데, 편안하게 한끼 즐기다 가기 좋은 분위기였다. 나는 태국 팟타이를 먹었는데, 예전에 첸나이의 더 파크(The Park)호텔 안에 있는 태국식당에서 비싸게 주고 먹은 팟타이보다 훨씬 더 맛있었다. 



그리고 트렉 앤 다인에서 조금 더 안으로 들어가면 네팔사람이 하는 조그만 베이커리가 있는데, 리시케시에서 맨날 퍽퍽한 비건 빵만 먹다가 제대로 된 빵 냄새가 풍겨 사먹어보았다. 인도에서 그동안 먹었던 빵 중에 제일 부드럽고 맛있었다. 진짜 작은 가게여서 그냥 지나칠 수도 있으나, 사람들이 꽤 많이 있었던 기억이 있으므로 맛있는 빵을 원하신다면 한번 들러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2019/12/08 - [여행, 해외살기/인도, 네팔] - [여자혼자 인도여행] 다람살라, 맥로드간지 티벳을 느끼다

2019/12/07 - [여행, 해외살기/인도, 네팔] - [인도여행] 다람살라에서 달라이라마를 만나다













 




달라이라마 가르침을 받으러 다람살라로 가다


인도에 처음 왔을 때는 어디를 가든 육로로 가려면 최소 10시간은 가야 한다는 것에 막막함을 많이 느꼈었다. 도로상태가 괜찮다면 어떻게든 견뎌보겠는데, 정말 말도 안되는 상태의 고속도로를 많이 보아왔기 때문에 그것 때문에 고생도 많이 했다. 한평생 멀미없이 살아온 나에게 생애 최초의 차멀미 경험을 선사해 준 곳이 바로 인도이다.



다행히도 이번의 내 이동경로는 그렇게 나쁘지 않았다.


리시케시-다람살라


직행버스가 있다. 내가 선택한 것은 세미 슬리퍼(Semi-Sleeper)버스로 리시케시에서 14시간 정도 직행으로 다람살라까지 가는 버스였다. 세미슬리퍼버스는 좌석이 뒤까지 많이 넘겨질 만큼의 공간이 있어 그럭저럭 잠을 자면서 올 수도 있다. 하지만 다른 버스와 마찬가지로 발은 항상 아래로 놓여지기 때문에 잠을 잘 못 자는 사람들은 맨 앞 좌석이 좋을 것 같다. 그리고 가능하면 오른쪽이 나을 것이다. 왜냐하면 왼쪽 맨 앞은 문이 바로 열리는 앞에 위치해 있어서 불편하다. 버스 예약은 가장 간편하게 Redbus 라는 온라인 앱을 이용할 수 있다. 다람살라 행 뿐만이 아닌 인도 전국의 버스 예약이 가능하기 때문에 알아놓으면 아주 유용한 앱이다. 그리고 리시케시에서 출발하는 버스를 예약 할 때 승하차 장소를 잘 보고 예약하는 것이 좋다. 장소는 같은 리시케시라고 되어 있으나 타는 곳이 다 다르고 그중에는 꽤 안으로 들어가야 하는 곳들도 있으니 말이다. 


내가 버스를 탔던 곳은 리시케시 마켓 500미터 가량 전 Gurudev tour라는 여행사의 맞은편이었다. 버스승강장에 도착하니 버스가 3시간 연착됐다고 여행사 직원이 무심히 알려주었다. 핸드폰 번호도 다 기재되어 있는데 미리 연락을 주지 않았냐고 했지만 변명만 늘어놓을 뿐이었다. 우리가 제일 처음 그 버스를 예약했고 버스시간이 그 이후에 변경되어서 우리 이후에 예약한 사람들은 다 정시간인 3시간 뒤에 버스를 타러 왔다. 역시 인도다. 예정보다 3시간 정도 늦어진 다음날 오전 10시 정도에 다람살라에 무사히 도착했다.




달라이라마의 법회에 가려면 패스를 먼저 받아야 한다. 달라이라마 신변상의 안전 등으로 법회에 가는 모든 사람들의 신원을 일일이 다 확인한다. 신청은 맥로드 간지(McLeod Ganj)에 위치한 브렌치 세큐리치 오피스(Brandch Security Office)에서 가능하다. 세큐리티 오피스는 박수나드 로드(Bhagsunath Road)에 위치해 있으며 등록 가능 시간은 오전 9시에서 오후 1시 그리고 오후2시에서 오후5시사이이다.

온라인으로 신청이 가능하다고 웹사이트에 나와 있었는데, 누를 때마다 계속 에러가 나서 결국은 직접 이메일을 보내서 오프라인 신청 가능여부를 확인한 후 갔다. 늦게 신청하면 자리가 다 찰것 같아서 이메일을 보낸거였는데, 웬만하면 다 들어갈 수 있는 것 같으니 안심하고 적어도 법회 전날 5시 전까지 오피스에서 신청하면 된다. 이미 이전에 패스를 받은 적이 있었던 사람은 전에 사용했던 패스를 갖고 가면 바로 등록이 가능하다. 신청 비용은 따로 없으나, 패스에 사용된 목줄비 10루피를 낸다. 


그리고 한가지 꿀팁이라면 달라리라마 법회 전날 법회장소에 가보라고 추천하고 싶다.

사실 나는 심각한 길치이기 때문에 법회가 열리는 아침 길헤맬까봐 미리 한 번 와봐야겠다고 생각해서 온 거였다. 그런데 보니 벌써 많은 사람들이 몰려와 있었다. 

자리는 국가별로 한국인, 일본인, 독일인 등등으로 나뉘어져 있었고, 미리 준비해 온 본인의 방석 또는 박스를 잘라서 이름을 써놓고 거기에 붙여놓았다. 한마디로 미리 자리잡기를 해 놓았던 것이다. 그렇게 이름을 써놓고 가면 법회 당일 아침 일찍 와서 자리를 맡아야 하는 번거로움이 줄어든다.

나는 인도친구와 같이 왔었기 때문에 어디에 이름을 써야 하나 고민하다가 그냥 한국인 자리에 이름 써서 붙여놓고 실제로 거기에 앉았는데 아무 문제 없었다.


법회 당일날 아침 달라미라마 템플로 향했다. 숙소가 5분거리에 있어서 편했다. 참고로 핸드폰은 어떠한 경우에도 반입이 불가하므로 핸드폰을 들고 온 사람들은 절 입구에 해드폰 맡기는 곳에 맡기고 들어가야 한다. 나도 처음에는 핸드폰 놔두고 오는 생각을 못하고 세큐리티 체크에서 걸려서 다시 입구로 나가 핸드폰을 맡기고 번호표를 받아와야 했다 그리고 나올 때 사람들이 한꺼번에 찾으러 몰려들어 오래 줄서서 기다려야 했으므로 핸드폰은 그냥 숙소에 놔두고 오는 것이 나을 듯하다. 


입구에서는 인도/티벳 사람들과 외국인의 입장게이트가 따로 있었고, 가방 하나하나 다 열어서 꼼꼼하게 소지품 검사도 하였다. 그래서 사실 두 번째 날은 그냥 빈 가방에 라디오만 달랑 넣어서 갔더니 금방 통과할 수 있었다. 







그리고 또 하나의 필수 준비물 라디오이다. 

달라이라마는 티벳어로만 말씀하시므로, 각 나라별 마다 직통역사들이 바로바로 통역을 해준다. 각 언어별 라디오 주파수를 안내해 주니 거기에 맞춰 주파수만 맞춰주면 된다. 혹시 라디오가 없더라도 근처 전파상이나 핸드폰가게에서 라디오 판매한다고 적혀있으니 거기 들어가서 가격 비교해보고 구매하실 수 있다. 사실 우리나라 불교 법문이 다 중국에서 온 거라 말이 너무 어려워 알아듣기가 힘들었다. 영어를 중급이상 하신다면 영어로 듣는 것이 훨씬 이해하기 쉬울 듯 하다.

우리나라 섹션에는 한국에서 오신 승려분들도 꽤 계셨었는데, 법회 전 달라이 라마 템플에서 상주하시는 한국 승려분이 잠시 들렀다 가시기도 했다. 구별을 하는 방법은 승려복의 색이 다르기 때문에 가능하다. 한국은 회색에 갈색승려복인데 티벳 불교도들은 벽돌색에 노란색을 입어서 확실히 차이가 난다.

그리고 그날 법문에 관한 주제와 자료는 인터넷으로 다운 받아서 읽어볼 수 있으므로, 미리 내용을 공부하고 싶은 분들에게는 추천한다. 그리고 당일날 법문에 관한 내용이 인쇄된 책자나 자료들도 법회장소에서 받아볼 수 있다.


법회가 열리는 방 안에는 승려들과 티벳사람들만 입장이 가능하다. 그 외의 사람들은 방 주위를 빙 둘러싸고 앉아있거나 그 밑의 층에도 사람들이 가득 앉아있었다. 티벳 학교에서 단체로 온 학생들은 바깥쪽 가장 가까운 장소에 자리를 미리 블럭시켜 놓은 것 같았다. 

그래도 한국섹션은 달라이 라마가 입장할 때 얼굴이라도 볼 수 있는 장소에 있어서 다행이었다.


달라이 라마의 법회가 끝나고 중간시간에 절에서 승려들이 직접 만든 티벳식 빵과 차를 나누어 주었다. 티벳식 빵은 겉으로 보기에는 기름이 없는 호빵처럼 생겼는데, 속은 촉촉하게 꽉 들어찬 느낌이라 크게 한 입 베어먹으면 한참 씹어야 하는 아주 알찬 빵이다. 아무 맛도 안나는 플레인 빵이지만 뭔가 고소한 느낌이 있어 한번 먹어보고 반해서 한 개 더 받아서 먹고 말았다. 그리고 법회 마지막 날에는 수백개의 상자속에서 수만가지의 과자, 스낵들을 법문 들으러 온 사람들에게 나눠주었다. 양이 엄청 많으니 욕심내지 말고 골고루 뒤쪽으로 돌려서 먹으면 좋을 것 같다. 그리고 한국팀에서는 한국에서 오신 보살님께서 김밥과 빵 등을 준비해 오셔서 법회에 온 한국 사람들에게 나누어주셨다. 그날 나는 한국 김밥을 다람살라의 달라이 라마 템플에서 먹을 수 있는 기적을 맛보았다.



전에는 달라이 라마의 법회가 더 자주 있었는데, 일정으로 바쁘신 탓도 있고 연세가 드신 탓도 있어서 예전만큼 자주 다람살라에서 법회를 하지는 않는다고 한다. 법회를 들으면서 내내 내가 이해하고 있던 붓다의 가르침을 너무나 정확하고 명료하게 짚어주신다고 생각하며 들었었다. 그 중 가장 기억에 남는 말씀은 불교가 하나의 종교로서 자리하고 있지만, 그저 종교적인 의미로 무언가를 맹목적으로 믿는다는 것이 아니라 붓다의 가르침을 배우고 깨달아 살아가는 것이 우리가 가야 할 길이라는 말씀이셨다.


 

2019/12/08 - [여행, 해외살기/인도, 네팔] - [여자혼자 인도여행] 다람살라, 맥로드간지 티벳을 느끼다

2019/12/07 - [여행, 해외살기/인도, 네팔] - [인도여행] 다람살라 다람콧 가볼만한 곳



마날리(Manali)히마찰 프라데시(Himachal Pradesh)주의 유명한 힐스테이션 관광지이다. 몰 로드 같은 시내에 나가지 않는 이상 모든 길들이 오르락 내리락 좁은 골목들의 연속이라 나같은 길치에게는 풀 수 없는 미로를 걷고 있는 듯한 느낌을 준다. 그 중에서도 특히 올드마날리 지역을 걷다 보면 문득 내가 지금 어디에 서있나 하고 길을 걷다 두리번 거리게 된다.



꼬불꼬불 끊임없이 이어진 오르막길에 빼곡히 자리잡은 음식점, 바, 가게들, 여기저기서 들려오는 라이브뮤직, 오토바이 소리, 사람들의 웃음소리, 히피적인 감성이 농후한 하지만 산의 깊은 기운을 동시에 느낄 수 있는 마력이 있는 장소이다.

우리는 마날리를 두 번 들렀는데, 첫번째 들렀을 때는 바시스타 템플(Vashistha Temple)근처의 숙소에 머물렀다. 템플 근처는 차량 통행이 금지되어 있어서 언덕 중간의 유료 주차장을 이용하거나, 바이크를 타고 여행하는 경우에는 마을 사람들이 자신들의 집 앞마당에 주차장으로 마련해 놓은 장소에 주차하고 비용을 지불할 수도 있다. 내 기억으로는 하룻밤에 200루피를 달라고 했었다.

주차를 하고 짐을 들고 언덕길을 올라 알 수 없는 골목 안쪽으로 들어가는 길의 카페 야외 좌석에서 커피 마시던 살짝 눈이 풀린 듯한 여행객들의 모습이 왠지 기억에 남는다. 아무것도 없을 것 같은 골목을 돌아 들어가니 번듯한 건물이 나타났고 거기가 우리의 숙소였다.

짐만 내려놓고는 바로 밖으로 향했다. 그 상쾌한 공기가 콧속까지 깊게 우리의 기분을 풀어주었다.





사실 해외 여행 다닐 때 꼭 한식당을 찾아 한식을 먹는 여행객들을 전에는 이해할 수 없었다. 하지만 인도 여행이 10개월차로 접어드니 인도 어디를 가나 한식당이 어디에 있나 하는 것을 검색하고 있는 나를 발견하고는 역시 어렸을 때 부터 먹던 입맛은 어찌할 수 없구나 하고 깨달았다.

사실 그날은 따로 한식당을 찾은 건 아니었는데, 바시스타 템플 근처를 걷다 우연히 한식당을 가리키는 표지판을 발견하고는 그냥 가보기로 하였다.

'오원' 이라는 한식당이었는데, 산등성이에 위치해 있어 훌륭한 뷰를 자랑한다.

제육볶음과 삼계탕을 시켰는데, 제육볶음은 그냥 먹을 만했고, 삼계탕은 일단 양이 많아서 좋았다. 삼계탕과 삼계죽의 중간 쯤 될 것 같다. 추운 날 배를 따뜻하게 채울 수 있어서 너무 좋았다.


바시스타 템플 바로 뒤에는 무료로 이용가능한 온천이 있다. 추운날 산에서 뜨거운 온천에 몸을 푼다고 생각하는 것 만으로도 기분 좋은 일이었지만 솔직히 처음에는 반신반의했다. 왜냐하면 무료온천이었고, 나는 인도에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어짜피 무료입장이라 들어가보고 아니면 나오면 되지 하는 생각으로 들어갔는데, 생각보다 깔끔하고 뜨거운 온천수도 콸콸 쏟아져 나왔다. 노천탕은 아니지만 제대로 된 탈의실이라든지, 그 외 다른 시설들이 전혀 없다. 그래도 국내 관광객 뿐 아니라 외국인들도 꽤 많이 들어와 온천을 즐기다 갔다. 재미있었던 건, 인도사람들은 다들 옷을 입은 상태에서 탕 안으로 들어온다는 것이다. 내가 인도네시아에 살 때도 현지사람들은 바닷가에 뛰어들 때 입고 있던 티셔츠 채로 뛰어들었던 기억이 났다.

깨끗한 온천수에 무료입장이다보니 하루종일 사람들이 어느정도는 있는데, 특히 해가 지기 전 늦은 오후부터 저녁은 사람들이 많이 몰린다고 한다. 이른 아침이나 적어도 오전중에 여유있게 가보는 것이 좋을 것 같다.



Vashisht 온천 운영시간은 오전 7시-오후1시, 오후2시-밤9시이다.


그 외에 우리가 방문했던 곳은 마누 템플(Manu temple), 마날리 자연공원(Manali Nature Park) 그리고 마날리 시내와 그 주변을 무작정 걸었다.


마누 템플은 마날리를 두번 째 방문했을 때 들렀다. 숙소가 올드 마날리에 위치해 있었고 절은 걸어서 10분 거리에 위치해 있었다. 오래된 목조건물로 크지 않은 아담한 템플이었지만, 거기에 한동안 앉아있자니 마음이 차분 해 지는 느낌이었다. 절 뒤로 산책길이 마련되어 있어 동네 뒷산 산책하는 느낌으로 천천히 걷다보면 아주 훌륭한 뷰를 볼 수 있으므로 시간이 된다면 가보시길 권한다. 입장료는 따로 없고 절 안으로 들어가면 보시를 받는 분이 계시므로 원하신다면 보시를 하는 것도 좋을 것 같다.


마날리 자연공원은 마날리 중심가에서 멀지 않은 곳에 있다. 입장료는 30루피이다. 

우선은 조용해서 좋았다. 마날리는 관광지로 유명한 곳이라 외국인들 뿐 아니라 국내 관광객들이 많이 몰려온다. 그래서 몰 로드 같은 중심가로 나가면, 특히 점심, 저녁때는 발디딜 틈 없이 북적이는 곳이다. 

그러나 마날리 자연공원은 바로 그 중심가 가까이에 있으면서도 자연의 아름다움과 고요함을 즐길 수 있다. 날이 좋은 오후에 가면 따뜻한 햇살과 함께 풀밭에 드러누워 인생의 여유로움을 즐길 수도 있다.

그리고 한가지 해보면 재미있을 액티비티로 추천해 볼만한 것은, 마날리 자연공원 안에 들어가면 마날리 전통 옷을 대여해주는 공간이 있다. 대여비가 100루피 정도 되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100루피면 2000원도 채안되는 돈이니 다채로운 색깔의 마날리 전통 옷을 입고 기념사진 한번 찍어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원한다면 그 주위에 대기하고 있는 사진사들에게 사진을 부탁해도 좋다. 사진사들이 요구하는 유치한 여러가지 포즈들을 취해서 사진을 찍고 그 중에 마음에 드는 사진을 골라 구입 할 수 있다. 나중에 돌이켜보면 즐거운 추억들로 간직할 만한 사진들이 될 것이다.


나는 무작정 길을 걷는 것을 좋아한다. 물론 핸드폰이 터지는 지역안에서 이기는 하지만 말이다. 무작정 걷다 보면 구글에는 나오지 않는 의외의 맛집을 발견한다거나 샛길 또는 지름길을 발견하는 재미가 있다. 특히나 길치로 치자면 전세계에서 1등 할 법만 나같은 사람에게는 지도보고 걷기나 그냥 걷기가 마찬가지인 경우가 많긴 하지만 말이다.

이 음식도 길을 걸어가다 우연히 들어간 음식점에서 알게 된 것인데, 바로 싯두(Siddu)라는 음식이다. 우리의 겨울 찐빵과 흡사하지만 그보다 조금도 길죽한 럭비공 모양의 음식이다. 



야채나 치즈 등으로 속을 채워 쪄낸 음식으로 히마찰 프라데시 중에서도 꿀루(Kullu), 마날리(Manali), 심라(Shimla) 지역에서 유명한 전통 음식이다.



찐빵 같으면서도 무언가 그 지역 고유의 맛이 있으며, 추운 겨울날에 먹기에 딱인 것 같은 음식이었다. 인도는 워낙 큰 나라인데다 지역마다 고유의 특색이 강하기 때문에 그 지역음식이라고 소개되는 음식은 꼭 그 고장에서 한번쯤 먹어보기를 추천한다.


마날리 중심가지역을 천천히 걷다보면 산양울 숄같은 산양울로 만들어진 제품들을 많이 발견할 수 있다. 나는 산양울 숄 가게를 우연히 지나치다 숄 한개를 200루피에 구입하였다. 200루피면 원화로 4000원 정도 하는데, 울 100%이다. 다양한 패턴들이 있었는데 그 중 겨우 한 개를 골라 돈을 지불하고 나왔다. 입어보고 마음에 들면 다른 히마찰 프라데시 지역에서도 살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그 이후로 계속 히마찰 프라데시를 여행하면서 200루피의 산양울 숄은 발견하지 못하였다. 


그리고 우연찮게 우리가 머물렀던 숙소 바로 앞에 한식당이 하나 더 있었다. 

'Yun cafe'라는 곳이었는데, 카페라고 되어 있어서 처음엔 반신반의하며 들어가 보았다. 하지만 정말 반전이었다. 식당 주인이 한국 아주머니시이신데, 반찬도 주메뉴도 직접 관리하신다. 정말 오랜만에 한국음식 같은 음식을 맛보았던 곳이다. 인도분과 결혼하셔서 거기에 자리잡고 사신다고 하셨다. 마날리 여행하시다 한국음식이 그리우시다면 꼭 여기에 와서 식사해보시기를 바란다. 뭔가 따뜻한 느낌이 있는 곳이다. 



마날리가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유명한 관광지는 아니다. 사실 인도 자체가 우리나라에서 아직까지 그리 인기있는 관광지는 아니지만 말이다. 내가 마날리를 여행하면서 느꼈던 것은 정말 기회가 된다면 다시 한번 와서 조금 더 오래 머물고 싶다는 것이었다. 지역 고유의 특색이 강하면서도, 호주의 바이런베이를 좁게 구겨 말아넣은 듯한 히피적인 느낌도 있다. 관광객들로 시끌벅적하고 붐비지만 뭔가 여유가 느껴지는 그런 곳이었다. 







레(Leh)의 풍경은 굉장히 신선하게 다가왔다. 거기엔 너무나 건조한 아름다움이 있었다. 내가 지금껏 살면서 보아왔던 익숙한 색들이 아니었다. 약간 탁한 듯 깊어보이는 선명한 하늘색 아래 닿을 듯 말 듯한 메마른 사막의 산들. 도심가운데에는 꼿꼿하게 솟아있는 푸른색의 겨울나무들.

서로 전혀 어울리지 않을 것 같아 보이는 것들이 부자연스럽게 완벽한 조화를 이루고 있었다.



우리가 첫 번째로 향한 곳은 레 궁전(Leh Palace)이었다.


레는 해발 3500미터의 고산지대에 위치해 있다. 그래서 조금만 걸어도 숨이 가빠져왔다. 나는 레 궁전 입구까지 올라가는 계단도 한번에 오르지 못해 중간에 멈춰 헉헉하고 숨을 고른 후 다시 올라가야 했다. 

입장료는 외국인 100루피, 인도사람은 15루피이다.


안으로 들어가면 각 건물과 방마다 사진, 전시물들을 관람할 수 있게 해 놓았다. 그리고 층마다 밖으로 나올 수 있는 문이 있어 밖에서 따뜻한 햇살을 맞으며 잠시 풍경을 바라보는 여유를 가질 수 있어 좋았다.



레의 사람들은 라다키라고 불리는 지역언어를 사용하고 있는데, 겉으로 보기에는 글자도 소리도 티벳어와 흡사하다. 현지사람에게 물어보니 비슷해 보여도 뜻이 서로 통하지는 않는다고 한다. 그 외에도 인도 현지 관광객들과는 힌디어로도 소통이 가능하며 관광지답게 영어를 사용하는 사람들도 많이 찾아볼 수 있다. 

이 지역이 관광지가 되어 사람들이 찾아오기 시작한 것은 도로가 트이고 비행기편이 가능해지면서 부터인데, 그것이 불과 35년 전이라고 한다. 흰쌀같이 우리에게는 너무나 당연한 음식들이 보편화 된 것도 그 이후부터라고 하니, 그 이전의 고립된 삶은 어땠을까 하고 상상을 해 보았다. 게스트 하우스에 머물 때에도 항상 물부족현상으로 인하여 물을 아껴쓰자고 군데군데 적혀있었던 기억이 난다. 그나마 여름에는 산에서 눈이 녹아 내려오면서 그 물로 부족한 물의 양을 보충할 수 있지만 겨울에는 모든 것이 그야말로 꽁꽁 얼어버린다.

내 얄팍한 생각으로는 춥고 고립되어 모든 자원이 부족한 이런 곳에서 살아가다 보면 서로 남에게 인색해지고 팍팍해 지지 않을까 했는데, 놀라웠던 것은 지금까지 여행하면서 만났던 어느 지역의 인도 사람들보다 더 많이 웃고 따뜻하고 친절했다. 

이런 얘기를 인도 친구에게 했더니, 그건 오히려 환경이 그렇기 때문이라고 했는데, 그 말이 맞는 것 같다.



해가 지기 전 우리는 샨티 스투파(Shanti Stupa)로 향했다.

스투파는 끝이 둥근 돔 형태의 불탑을 지칭한다. 처음에 니치다츠 후지이(Nichidatsu Fujii)라는 일본의 승려에 의해 평화의 파고다(peace pagoda)의 일환으로 제안되어 일본 승려 빅슈 교모 나카무라(Bhikshu Gyomo Nakamura)와 뉴델리 출신의 라다크 라마 쿠쇽 바쿨라(Kushok Bakula)의 감독아래 건설되었다. 

니치다츠 후지이는 인도의 마하트마 간디를 만난 후 그의 평화 정책에 깊은 영감을 받아 평화의 파고다를 통해 평화를 전하고자 한평생을 봉사한 일본의 승려이다. 아시아, 미국, 유럽등지에 80여개의 탑을 지었다.

비단 이러한 종교적인 이유 뿐만이 아니라 그곳에서 바라보는 뛰어난 광경으로 유명한 관광지가 되기에 충분한 곳이다. 무엇보다도 입장료가 따로 없다는 점이 좋았고, 해가 지기 전 도착하여 운이 좋으면 아주 아름다운 선셋을 볼 수 있다. 



라다크에서는 캄비르(Khambir)라고 불리는 빵을 맛볼 수 있다. 통밀로 만들어 구워 겉은 바삭하고 속은 말랑한 건강빵이다. 거기에 버터티(수유차)를 곁들인다. 버터티는 라다크, 티벳 지역의 유목민들이 즐겨 마시는 차로 추운 날씨에 몸을 따뜻하게 데워줄 수 있어 즐겨 마신다. 뜨거운 물에 차잎, 버터, 소금을 넣어 만든다. 전통적으로는 산양버터를 사용 하지만 외부와의 교류가 활발해진 요즘은 저렴한 가격의 버터를 쉽게 구할 수 있어 산양버터 대용으로 많이 사용된다고 한다.



라다크로 오는 길에 잠깐 들른 작은 마을에서 처음 버터티를 맛보았는데 짭짤하고 밍밍하고 뜨거운 버터맛이 나서 몇 모금 홀짝이다 남겼었다. 레에 도착 한 이후 다시 한번 도전하였으나, 역시 나의 입맛에는 그리 맞지 않는 것 같다.



레에서는 뚝바, 모모같은 대표적인 티벳쪽 음식을 많이 볼 수 있어서 좋았다. 실제로 현지의 라다크 사람들은 네팔, 티벳쪽 사람들처럼 몽골쪽 아시안 느낌이 많이 나는 우리와 비슷한 생김새여서 더 정이 많이 갔던 것 같다.


2019/12/05 - [여행, 해외살기/인도, 네팔] - 라다크, 무모한 바이크 로드트립 여행기2

2019/12/03 - [여행, 해외살기/인도, 네팔] - 라다크, 무모한 바이크 로드트립 여행기1





우리가 지나온 경로는 이렇다.

리시케시(Rishikesh)-쇼기(Shogi)-꿀루(Kullu)-마날리(Manali)- 지스파(Jispa)-탕글랑라(Tanglangla)-레(Leh)


리시케시를 떠난 이후 무려 여섯째 날이 되어서야 목적지인 레에 도착할 수 있었다.

앞선 글에서 말씀드렸듯이 로탕패스퍼밋을 받느라 이틀이 지연되어버렸지만, 꿀루와 마날리가 너무 좋아서 즐거워서 돌아오는 길에 다시 한 번 들르기로 하였다.




마날리를 출발해 로탕 정상을 향할수록 길은 조금씩 더 험해진다. 꾸불꾸불한 산등성이는 말할 것도 없이 녹은 눈으로 파인 길은 물로 가득한 웅덩이를 만들어내고 있었다. 

마날리를 지나 115km가량 떨어진 곳에 키롱(Keylong)이라는 마을이 있는데 적어도 이곳에서는 기름통을 꽉꽉 채워주고 휴대용 기름통도 바이크에 따라 다르겠지만 2-3통은 준비해야 한다. 왜냐하면 키롱이후에는 레에 가까워질 때까지 주유소가 없기 때문이다. 

만약 급하게 기름이 필요하다면, 중간중간 나오는 마을에서 조금씩 살 수는 있지만 가격은 훨씬 비싸다. 키롱을 지나면 이제는 정말 인적이 드문 오지탐험 같은 느낌이 조금씩 나는 길들이 보인다. 군데군데 쉬어갈 수 있는 캠프장이 보이고 국경에 가까워질수록 군부대 시설들도 눈에 띈다.


조금만 더 달리다 보면 그나마 인적이 있는 편에 속하는 마을인 지스파(Jispa)라는 곳을 지나게 되는데, 거기에서부터는 원래 갖고 있던 휴대전화 신호가 아예 잡히지 않는다.

우리는 마날리에서 만난 커플로부터 받은 정보로 한 숙소를 찾았다. 1박에 1500루피라고 한 것을 소개를 받아서 왔고, 그 커플은 1100루피에 하루 머물러 갔다고 하니, 식사가 포함되지 않은 가격이라면 1100루피에 머물러도 좋다고 하여 짐을 풀고 밖으로 잠시 나왔다. 식당이 몇 개, 작은 가게 몇 개가 보이고 놀랍게도 SBI은행도 있었다. 

떠나기 전 바이크를 다시 한 번 점검할 겸 동네 정비소에 들러 바이크를 맡기고 현금을 찾으러 은행 바로 옆에 있는 ATM기로 향했으나 기계고장으로 돈을 인출할 수 없었다. 작은 동네 은행이라 점심시간에는 사람이 없었기 때문에 기다리는 동안 점심을 먹기로 했다.

다음 날 아침 일찍 떠날 채비를 하고 길을 나섰다. 지금부터는 진짜라는 생각에 단단히 몸과 마음을 다잡으면서 말이다.

지스파를 떠나 한 85km가량 지나면 사르추(Sarchu)라는 작은 마을이 나오는데 그곳에서 점심식사겸 잠시 쉬었다 가기로 하였다. 군데군데 이렇게 작은 마을이 형성되어 있는데, 대부분 지나가는 여행객을 위한 곳이다. 우리 옛날 주막 같은 딱 그런 곳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화려하진 않지만 따뜻한 음식이 있으며, 하룻밤 그냥 쉬어가는 그런 집 같은 곳이다.                                                                                                                       


밥을 먹으러 주인 아저씨께 길이 어떤지 여쭤보니, 지금부터는 길이 아주 잘 닦여 있다고 말씀하셔서 안심하며 맛있게 점심을 먹고 다시 출발하였는데, 정말 그 이후의 길은 내가 지금까지 여행하며 본 길중 최악의 길이었다고 감히 말할 수 있다. 



비포장도로가 50km가량 이어진다. 그냥 비포장도로가 아니라 포장도로가 눈과 비 그리고 흙으로 인해 파손된 길들과 뒤섞인 그런 느낌의 비포장도로였다. 자동차로 갔다면 그나마 괜찮았을 것이다. 짐을 가득 실은 바이크로 가는 그 길은 1초에도 수만번씩 끄덕여지는 고개와 몸을 지탱하는 것만으로도 힘들었는데, 거기에 물구덩이투성이인 구불구불한 길이었던 것이다. 그리고 길은 어찌나 좁던지 지나가는 차가 산등성이를 돌아가는 것만 봐도 아찔했다. 그렇게 한 3시간 이상을 달린 것 같다. 드디어 조금씩 길이 좋아지기 시작했다. 


징징바(Zingzingbar)라는 재미있는 이름의 마을을 지났다. 날씨도 좋아져서 오후의 따뜻한 햇살이 조금은 우리를 녹여주어 안심하고 있었다. 하지만 역시나, 조금씩 속이 뒤틀리기 시작하더니 급기야는 더이상 견딜 수 없는 지경에 이르러 레를 100km 남겨두고 탕글랑라(Tanglangla)라는 곳에서 하루 쉬어가기로 하였다. 그때부터는 먹은 것도 없이 계속 토하기 시작하여 나중에는 피까지 토하는 상황에 이르렀다. 

다음 날 아침 일찍 주인아주머니께서 오시더니, 지금 아파도 어떻게든 레까지 가서 병원을 가라고 일러주셨다. 산소가 많이 부족한 고산지대라 쉰다고 하더라도 상태가 절대 호전되지 않을 것이며, 고산지대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들은 많이 고생하는 지점이라고도 하셨다. 나중에 찾아보니 그곳은 해발 5300미터나 되는 정말 고산지대였고, 해발 5300미터라 함은 숙련된 등산가도 산소량이 3분의 1로 떨어지는 곳이라고 한다. 그때는 정말 죽을 것 같았는데, 지금 돌이켜보면 어이가 없어 웃음밖에 나지 않는다.


조금도 몸을 움직일 수 없을 것 같던 상황에서  죽을 힘을 다해 몸을 일으켜 가까스로 레의 위치한 소남 누르부 병원(Sonam Nurboo Memorial hospital)에 도착했다. 응급실로 바로 향하고 싶었으나 웬만한 상황이 아니면 응급실에 갈 수 없다고 하여(나는 죽을 것 같이 아팠지만 겉으로 피를 흘리고 있진 않았으므로) 진료대기표를 받아들고 기다려야 했는데, 내 앞의 대기자수만 족히 30명은 되는 것 같았다. 어쩔 수 없이 다시 병원측에 컴플레인을 하였더니, 그분의 대답은 이랬다. '기다리는 사람들에게 직접 양해를 구해서 먼저 진찰받으러 들어가라' 라고 말이다. 어찌어찌하여 진찰을 받고, 고산지대에서 발병하는 급성 위염판정을 받고서야 침대에 산소마스크를 쓰고 누워 링거를 맞을 수 있었다. 

5시간 가량 지나 상태가 호전되어 퇴원하였지만 그 이후로오 레를 떠날 때까지 숨을 완전히 정상적으로 쉴 수는 없었다. 계단 10개단 올라도 숨이 가파른 상태가 지속되었다. 나중에 약국에 들러 알게 된 것인데, 고산증을 앓고 있는 사람들이 먹는 약을 약국에서 구입할 수 있었다. 사실 이 약들이 크게 도움이 되는지는 잘 모르겠으나, 일단 마음은 조금 더 안정된다.



정리를 해보자면 다음과 같다.

-라다크를 가려면 마날리 하이웨이를 지나야 한다. 

-스리나가르(Srinagar) 하이웨이 쪽으로 빙 돌아서 갈 수는 있다. 길도 훨씬 더 잘 닦여 있다고 한다. 하지만 너무 많이 돌아가야 하기 때문에 대부분의 사람들은 마날리 하이웨이를 지나 라다크로 간다.

-마날리 하이웨이를 지나려면 로탕패스퍼밋을 받아야 하며, 하루 통과차량이 제한되어 있으므로 미리 신청하여 승인을 받는다. 온라인, 오프라인 신청이 다 가능하며 자세한 내용은 이전 포스팅을 참고하시길 바란다. 

-지스파를 지나면 인터넷뿐만 아니라 전화조차도 신호가 전혀 잡히지 않기 때문에, 필요한 정보가 있다면 미리 휴대폰에 저장해 두어야 한다. 레에 도착해서는 거기에서 새로 개통한 심카드로 전화 사용이 가능하다.


다음은 라다크행 바이크트립을 준비하고 계신 분들이라면 꼭 준비해가면 좋을 것들이다.


바이크용 방수용품- 보수공사를 매번 한다고는 하지만 산에서 녹아내리는 눈, 쏟아지는 흙으로 인하여 길은 항상 파손되어 있고, 물웅덩이를 자주 만난다. 방수부츠와 더불어 제대로 된 우의, 그리고 방수장갑을 준비해 가시길 권한다. 아무리 한여름이라도 물에 젖은 상태로 그 길을 지나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기름통- 목적지까지 도달할 수 있을 만큼의 충분한 기름양을 채웠더라도 여분의 기름통은 필수이다. 대자연앞에서는 어떤 일이 일어날 지 아무도 알 수가 없다.

모험심과 도전정신- 구불구불 산등성이오 움푹 파인 길들을 지나 목적지에 도착하였을 때의 그 성취함은 이루 말할 수 없다. 모험심과 도전정신이 없다면 불가능하였을 것이다.


그 외 준비해 가면 좋을 것들


현금- 마날리를 지나고 나면 카드로 결제할 수 있는 곳이 거의 없다. 숙소는 밥값이든 거의 모든 것을 현금으로 해결해야 하고 지스파 이후로는 레에 도착할 때까지 ATM기가 없으므로 사용할 만큼의 충분한 현금을 갖고 가는 것이 좋다.

전기포트- 나는 작은 전기포트를 갖고 있었는데, 인도여행 할 때 항상 유용하게 쓰였다. 나는 커피를 좋아한다. 하지만 인도의 커피는 아메리카노나 카푸치노 같은 것들과는 거리가 먼, 아주 달달한 믹스커피같은 것이다. 큰 도시나 외국인들이 많이 가는 곳이라면 체인 커피점을 찾을 수 있지만 대부분의 장소에서는 아메리카노 같은 커피는 구경할 수 없다. 한 인도분께서 '우리는 그런 커피는 아플 때 약으로 마셔'라고 우스갯소리로 하신 말을 잊을 수 없다. 그래서 원래는 커피용으로 커피 거름망과 작은 원두봉지를 같이 갖고 다니는데, 라면도 같이 끓일 수 있는 포트라 이번 여행에서 꽤나 유용하게 쓰였다. 나처럼 아침에 커피 한 잔의 여유를 즐기실 분이라면 작은 휴대용하나 정도는 준비하셔도 좋을 것 같다.

에어펌프- 무겁지 않고 작아 휴대하기 좋은 에어펌프를 준비하여 갔다. 사용할 일은 없었지만 중간중간 타이어 때문에 고생하는 차량들을 보았으므로 만약의 경우에 대비해서 준비해 가는 것이 좋을 것 같다.

휴대용 산소호흡기- 많은 사람들이 고산병에 대해 잘 실감하지 못한 채로 오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사람에 따라 나타나는 증상들이 다르긴 하지만 비행기를 타고 레로 바로 도착하는 경우에도 심한 고산증을 호소하는 사람이 많다고 한다. 참고로 레는 해발 3500미터이다.



마지막으로 로탕패스와 마날리 하이웨이는 보통 10월부터 5월 초 사이에는 통행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정확한 오픈날짜를 확인후 일정을 잡는 것이 좋다. 


라다크로 향하는 길에서 수많은 바이커들을 만났다.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이 험한 길을 가고자 하는 데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눈 쌓인 산등성이를 하나하나 지나며 무한한 모험심이 생기고, 중간에 안개가 심하게 끼어 눈 앞 20센티미터도 보이지 않았을 때에는 생명의 위협도 느꼈다. 날이 어두워지면 쉬어가는 것이 좋으며 무슨 일이 생겼을 때는 당황하지 말고 침착하게 지나가는 사람들의 도움을 구해야 한다. 

2019/12/03 - [여행, 해외살기/인도, 네팔] - 라다크, 무모한 바이크 로드트립 여행기1

2019/12/05 - [여행, 해외살기/인도, 네팔] - 신비의 도시 레, 라다크 탐험기



무식하면 용감하다! 고했던 옛말이 딱 그대로였던 여행이었다.

인도여행 10개월째였던 때였는데, 오지이긴 하나 라다크는 꼭 가보고 싶었다.

내가 갔을 때만 해도 라다크-Ladakh-는 원래 인도의 잠무 & 카슈미르지역의 주였는데, 내가 다녀온 후 얼마 안지난 올해 10월에 독립된 연방 직할시가 되었다. 파키스탄과 인도사이의 끝없는 분쟁이 일어나던 지역이라 차라리 그렇게 된 것이 나은 듯 하다.




그때 나는 우타라칸드주에 있는 작은 요가마을 리시케시에 머물고 있었다. 

처음에는 비행기를 타고 갈 생각이었다. 그러려면 델리로 가서 레-Leh-라고 하는 라다크 지역의 도시로 이동해야 하는데 우선 외지라 가는 편이 그리 많지 않을 뿐더러 성수기라 가격도 높은편이었다. 나는 1년 넘게 여행중이었으므로 최대한 저렴하고 재밌게(저렴하면 사실은 고생이다) 가는 것을 선택해야 했다. 버스편도 알아보았는데, 한 버스를 3일동안 타고가는 건 정말 도저히 할 수가 없을 것 같았다. 기차는 도전 해 본적이 있었고. 나름 색다른 경험이 되었지만, 혹시 금전적 여유가 약간 있으시다면 무조건 국내선 비행기를 타시라고 권해드리고 싶다. 

아무튼 그래서 생각한 옵션이 말로만, 생각으로도 하지 않았던 히말라야 산등성이 991km 바이크 로드트립이었다.




위의 경로는 자동차로 연속적으로 갔을 때의 예상시간이 계산되어 나온것이다. 나와 내 남자친구는 바이크 트립을 준비중이었는데 그것도 125cc인 혼다샤인으로 갈 예정이었다. 바이크에 대해서 조금이라도 아는 누군가에게 이야기 했더라면 깜짝놀라며 가지않는 것이 좋지 않을까 라고 말해주었을 것이다. 나중에야 알게 된 이야기이지만, 인도에서 바이크 좀 탄다 함은 보통 로얄엔필드를 타는데 그 브랜드가 대략 500cc정도이고 그런 바이크라야 산등성이를 푸앙~하고 밀어올라갈 힘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제서야 내가 바이크트립을 이야기하며 꼭 가고 싶다 했을 때 내 남자친구가 왜그리 어두운 표정을 지었는지 알 수 있었다. 

하지만 남자친구도 오지탐험을 해본 적인 없던 터라 우리는 나름 짐을 꾸려 너무나 막연하여 두렵지 않은 힘찬 발걸음으로 리시케시를 출발할 수 있었다.


첫 날은 대체적으로 순탄하게 달려 목표지인 심라(Shimla)를 향하고 있었다. 심라는 리시케시에서 270km가량 떨어진 힐스테이션이다. 7시간 정도를 달리던 중 심라도착을 얼마남기지 않은 산등성이에서 비가 쏟아지기 시작했고, 제대로 된 바이크용 방수부츠가 없던 우리는 비를 잔뜩 품을 우비를 입은채로 심라 바로 밑에 위치한 쇼기(Shoghi)라는 곳의 한 숙소 앞에 멈추었다.

티벳에서 오신 한국사람처럼 생기고 푸근한 인상을 하고 계신 주인아주머니께서 내 꼴을 보더니 '비가와서 하룻밤만 머물다 갈게요. 좀 깎아주세요'라는 나의 요청을 흔쾌히 받아들이셨다. 우리 딸 같아서.. 라고 하시면서..

의외로 너무나 아름다웠던 마운틴 뷰 룸에 머물게 되어 적잖이 기분이 좋아진 우리는 네팔, 티벳쪽 만두인 모모 그리고 티벳 전통 누들수프 뚝빠를 룸서비스로 시켜 곯은 배를 채웠다. 네팔이나 다람살라를 가게 되신다면 모모와 뚝빠는 꼭 드셔보시길 바란다. 



다음 날 다시 떠날 차비를 하고, 주인아주머니께 감사의 인사를 한 뒤 길을 나섰다. 두번째 날은 더 수월하여 마날리(Manali) 약간 밑에 위치한 꿀루(Kullu)라는 힐스테이션에 짐을 풀었다. 시내에 자리한 더 네스트라는 호텔이었는데, 호텔료 대비 시설이 너무나 훌륭했던 곳이었다. 저녁 즈음 도착한 우리는 짐을 풀고 바로 호텔밖으로 나와 길거리 음식구경, 야식구경, 사람구경하며 저녁을 사들고 호텔안으로 들어와 배불리 먹은 후 푹신한 침대에 뒹굴며 인터넷 삼매경에 빠졌다. 그리고는 새로운 사실 한가지를 알게 되었다. 

예정대로라면 마날리 하이웨이를 지나야 하는데 그곳은 자연을 보호하고자 매일 지나가는 차량수를 제한하기 때문에 미리 로탕패스퍼밋(Rohtang pass permit)을 신청한 차량만이 그 길을 지나갈 수 있다는 것을 말이다. 로탕길은 인도 국내 관광객들이 많이 찾는 유명한 관광지이고 대부분의 사람들이 마날리에서 출발해 그곳에 도착하여 사진을 찍고, 자동차 배기가스에 시커멓게 절은 눈에서 스키타는 시늉을 조금 하다가 다시 돌아오는 곳이다. 우리처럼 그 길을 지나 라다크로 향하는 차량이 그리 많지는 않다. 

온라인으로 신청이 가능하였으나, 당일 날짜 통과신청은 불가능하였고(마날리에 가서 직접신청할 경우에는 당일 날짜 패스를 받을 수 있다), 신청을 하려면 PUC(pollution under check)이라는 증명서가 있어야 했다. 배기가스를 많이 뿜어내는 차량 또는 10년 이상 된 오래된 차량은 지나갈 수 없게 되어있다. 처음 들어보는 PUC라는 말에 이리저리 인터넷을 뒤지다 결국 호텔 직원에게 물어보니 멀지 않은 곳에 증명서를 발급받을 수 있는 곳이 있다고 했다. 다음날 증명서를 받아야만이 적어도 그 다음날에 마날리를 통과할 수 있을터였다. 그리하여 다음 날 아침 호텔직원이 알려 준 곳을 찾아갔으나 안된다는 대답만 돌아올 뿐이었다. 할 수 없이 우리는 꿀루를 나와 마날리를 향해 달렸다. 숙소에 짐을 푼 후 인터넷으로 검색하여 그 근처의 PUC를 받을 수 있는 곳을 찾았다. 보통은 차량 정비소같은 곳에서 증명서를 발급 해 주며, 인터넷 상에서는 주유소에서도 발급하여 준다고 되어 있으나 우리가 찾아갔을 때는 안된다고 하는 곳이 많았다. 한가지 팁이라면, 차량정비소를 인터넷으로 찾은 후 꼭 전화를 미리하여 가능여부를 확인하고 가는 것을 추천한다. 이 팁은 인도여행 내내 써먹으면 유용할 꿀팁이다.


그래서 로탕패스퍼밋(Rohtang pass permit)을 받는 방법을 정리해 보자면 다음과 같다.


필요한 서류: PUC(pollution under check), 차량등록증, 운전면허증 복사본.

패스의 종류

-Rohtang pass permit/Special Rohtang pass permit- 마날리 하이웨이에서 로탕정상까지 가서 하루만에 돌아오는 차/바이크를 대상으로 한 패스이다. 관광용 패스인데, 여행사에서 작은 벤 같은 곳에 사람 가득채우고 가는 차량이나 가족단위로 운전해서 가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사람당이 아닌 한 차당 혹은 바이크당 패스를 받는 것이며, 두 개의 차이는 rohtang pass는 영업용차량 그리고 special rohtang pass는 개인차량용이다. 온라인으로 신청하는 경우 오전 10시에서 오후4시사이에만 가능하다. 비용은 600루피이다.

-Beyong Rohtang pass- 마날리 하이웨이를 지나 라다크나 그 이후 지역을 가는 패스이다. 한마디로 그 길을 지나가는 데 필요한 통과증인 것이다. 비용은 50루피이다. 온라인으로 신청하는 경우 신청창이 오후 12시에서 밤 12사이에만 열린다. 


신청방법

-온라인

'rohtangpermit'이라고 검색하면 신청할 수 있는 사이트가 나오는데, 본인이 원하는 패스를 선택하여 신청한 후, 돈을 지불하면 된다. 남자친구가 인도사람이라 국제면허증의 가능여부를 확인할 수는 없었으나, 지나가면서 많은 외국인들이 바이크를 타고 지나가는 것으로 보아 통용되는 국제운전면허증의 경우 패스를 얻을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우리나라는 이런 간단한 패스정도는 대부분 온라인으로 신청을 하는데, 인도는 무얼하든 아직은 시스템이 약간 복잡한 느낌이 든다. 온라인의 경우 당일 패스는 신청할 수 없고 다음날 패스부터 가능하다. 지나가고자 하는 날에 신청차량이 다 찼는지 여부도 같이 확인이 가능하다.



-오프라인, 직접신청

마날리 중심가에 위치한 SDM오피스에서 준비한 서류를 들고 신청이 가능하다. 복사는 오피스 앞쪽에 마련된 작은 창구에서 할 수 있으며 신청서 작성도 바로 할 수 있다. 접수창구는 오전 10시에서 오후 1시사이에 오픈하며, 보통은 접수 후 당일 오후 3-5사이에 패스를 받아볼 수 있다. 당일 패스 신청이 가능하다.


추가정보

-로탕패스는 한 차량당이지 한 사람당이 아니므로 4명에 차 한대로 간다면 1개의 패스만 받으면 된다.(자전거는 패스가 필요없다..고하지만 그 길을 자전거로 간다는 것은 사실 나로서는 상상할 수 없다.)

-로탕길은 화요일은 보수, 관리로 인해 차량을 통제하므로 그날은 지나갈 수 없다.

-마날리 SDM오피스는 일주일 내내 오픈하므로 언제든지 가서 신청 할 수 있다.

-대중교통을 이용할 경우 따로 패스는 받지 않아도 된다.

-라다크에서 돌아올 때는 따로 패스가 필요하지 않다.


*로탕패스 입구. 차량들이 가득 줄을 서 있다. 특이한 점은 웬만한 차는 다 흰색이라는 점이다.


직접 신청 시 당일패스 발급이 가능한 지 몰랐기 때문에 사실은 우리는 온라인으로 그 다음날의 패스를 이미 신청해 놓았던 상태였는데, 다행히 당일 발급이 되었고, 접수가능시간 얼마 남겨놓지 않고 갔으나 친절히 접수를 받아주었다. 다만 50루피가 아닌 100루피를 내었다. 신청비, 접수비를 따로 받은 것 같은데, 크지 않은 금액이라 그냥 군말없이 돈내고 가만히 기다리니 패스는 30분 이내로 나왔다. 그리고 한가지 더 팁을 드리자면, 전날 우리가 온라인상으로 확인했을 때는 당일의 차량신청 정원이 다 차서 접수가 가능하지 않았었는데, 오피스에서 직접 신청하니 받아주었으므로, 혹시 급하신 분들은 직접 가서 신청해보시길 권한다.



그리하여 드디어 우리는 마날리를 떠날 수 있었다. 

다음 포스팅에서는 마날리에서 라다크를 향한 자세한 여정을 소개하겠다.

2019/12/05 - [여행, 해외살기/인도, 네팔] - 라다크, 무모한 바이크 로드트립 여행기2

2019/12/05 - [여행, 해외살기/인도, 네팔] - 신비의 도시 레, 라다크 탐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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