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나는 차에 대해서 아는 것이 별로 없다.
처음에는 홋카이도에서 알게 된 것은 겨울이 되면 겨울용 타이어인 스터드리스 타이어로 교체해야 한다는 정도였다.
그런데 실제로 눈이 많이 오는 곳에서 차를 운전해보니, 눈이 거의 오지 않는 곳에서는 굳이 알 필요가 없었던 것들을 하나씩 배우게 됐다.
홋카이도 사람들에게는 너무 당연해서 아무도 설명해주지 않는 것들.
그런데 나는 몰랐던 것들이다.
1. 겨울에는 주차하고 와이퍼를 세워둔다
홋카이도에서 겨울이 되면 주차된 차들의 와이퍼가 위로 올라가 있는 모습을 흔히 볼 수 있다.
처음에는 왜 저렇게 해놓는지 몰랐다.
그런데 눈이 제대로 오는 날(대부분의 겨울밤에는 눈이 많이 온다) 밤새 차를 세워두고 나면 이유를 알게 된다.
다음 날 아침 차가 눈 속에 파묻혀 있다.
와이퍼를 그대로 내려둔 채로 두면 눈에 묻히는 것은 물론이고 앞유리에 얼어붙는다. 한번은 와이퍼를 세워두지 않아 앞창에 얼어붙은 와이퍼를 파내느라 고생한 적이 있다.
실제로 자동차 제조사에서도 적설이나 결빙이 예상될 때는 차종에 맞는 방법으로 와이퍼를 세워두도록 안내한다. 눈의 무게로 와이퍼가 휘거나 유리에 얼어붙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다.
그래서 겨울에는 차에서 내리고 나면 와이퍼부터 올려놓는 게 습관이 됐다.
다만 차종에 따라 와이퍼가 보닛에 걸려 바로 세워지지 않고 별도의 '서비스 포지션'으로 옮겨야 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억지로 들어 올리기보다는 차량 설명서를 확인하는 게 안전하다.
2. 아주 추운 날에는 파킹브레이크도 얼 수 있다
이것도 홋카이도에서 처음 들었을 때는 조금 의외였다.
겨울에는 평평한 곳에 차를 세워둘 때 파킹브레이크를 걸지 않는 경우가 있다는 것.
기온이 크게 떨어지면 브레이크 장치가 얼어서 다음 날 파킹브레이크가 풀리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다.
처음에는 그냥 홋카이도 사람들 사이에서 내려오는 생활의 지혜 같은 건 줄 알았다.
그런데 찾아보니 실제로 일본 자동차 제조사에서도 한랭지 주차 시 주의사항으로 안내하고 있었다.
다만 여기에는 중요한 조건이 있다.
'겨울에는 무조건 파킹브레이크를 풀어놓는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차종에 따라 방법이 다를 수 있고, 자동변속기 차량의 경우 P에 놓은 뒤 차량이 움직이지 않는지 확인하고, 필요하면 고임목(輪止め, 타이어가 움직이지 않도록 받치는 장치)을 사용하는 방법도 있다.
전자식 파킹브레이크가 자동으로 작동하는 차량도 있기 때문에 결국 자신이 운전하는 차량의 설명서를 확인하는 게 가장 정확하다.
특히 경사진 곳에서는 더 조심해야 한다.
3. 차 안에 スノーブラシ(스노 브러시)는 거의 필수다
홋카이도에서 겨울을 보내기 전에는 이런 물건이 있는지도 몰랐다.
긴 막대 한쪽에는 빗자루 같은 솔이 달려 있고, 반대쪽에는 얼음이나 단단해진 눈을 긁거나 밀어내는 부분이 붙어 있다.
일본에서는 보통 スノーブラシ(스노 브러시)라고 부른다.
처음 봤을 때는 그냥 자동차용품 중 하나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눈이 많이 온 다음 날이면 이게 왜 필요한지 바로 알게 된다.
차 위에 눈이 수북하게 쌓여 있다.
앞유리만 대충 보이게 만든다고 끝나는 것도 아니다.
유리와 사이드미러 주변의 눈도 치워야 하고, 특히 지붕 위에 쌓인 눈도 운전하기 전에 치우는 게 중요하다.
지붕의 눈을 그대로 두고 출발하면 브레이크를 밟았을 때 눈이 앞으로 미끄러져 내려와 앞유리를 가릴 수도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JAF에서도 눈길 운전 전 지붕에 쌓인 눈을 제거하도록 안내하고 있다.
눈이 많이 온 다음 날에는 정말 스노 브러시가 없으면 운전을 시작하는 것부터 난감해진다.
홋카이도에서는 자동차 액세서리라기보다 겨울 생필품에 가깝다. 그리고 눈을 치울 때는 스노우 부츠를 꼭 신으시길.
4. 앞유리가 갑자기 뿌옇게 되면 이 버튼을 누른다
이건 나뿐만 아니라 도쿄에서 온 일본인 친구도 몰랐던 기능이었다.
겨울에 운전하다 보면 차 안과 밖의 온도 차이가 커지고, 어느 순간 앞유리가 갑자기 뿌옇게 변할 때가 있다.
처음 겪으면 꽤 당황한다.
조금 전까지 잘 보이던 길이 순식간에 흐릿해진다.
정확히는 유리에 '서리가 낀다'기보다는 차 안의 수분이 차가운 유리 표면에서 응결하면서 생기는 김서림에 가깝다.
이럴 때 공조장치 버튼을 보면 앞유리 모양에 바람이 올라가는 것처럼 생긴 표시가 있다.
フロントデフロスター(프런트 디프로스터)다.
이걸 작동시키면 바람을 앞유리 쪽으로 보내 김서림을 제거하는 데 도움이 된다.
나는 이 기능을 홋카이도에서 처음 제대로 알게 됐다.
재미있는 건 같이 있던 도쿄 출신 일본 친구도 몰랐다는 것.
일본 사람이라고 모두 눈 많은 지역에서의 겨울 운전에 익숙한 것은 당연히 아니었다.
5. 미끄러지는 순간, 놀라서 급브레이크부터 밟지 않는다
이건 이제 생각하면 당연한 이야기인데 실제로 차가 미끄러지면 당연한 게 잘 안 된다.
차가 살짝 미끄러지는 느낌이 드는 순간 사람 마음은 본능적으로 브레이크부터 밟고 싶어진다.
나도 그랬다.
그런데 눈길이나 빙판에서는 바로 그 '갑작스러운 조작'을 조심해야 한다는 걸 배웠다.
JAF에서도 눈길에서는 급브레이크뿐 아니라 급가속, 급격한 차선 변경 같은 '급(急)'이 붙는 운전을 피하라고 안내한다.
그러니까 '눈길에서는 브레이크를 밟으면 안 된다'는 의미는 아니다.
필요하면 당연히 브레이크를 사용해야 한다.
중요한 건 미끄럽다고 놀라서 갑자기 페달을 세게 밟거나 핸들을 확 꺾지 않는 것이다.
그리고 애초에 그런 상황을 만들지 않도록 평소보다 속도를 낮추고 차간거리를 충분히 두는 게 더 중요하다.
실제로 눈길에서 운전해보면 '달리는 것'보다 '멈추는 것'이 훨씬 어렵다는 걸 알게 된다.
눈길 운전이 익숙하지 않은 관광객이라면
여기까지 내가 홋카이도에서 겨울 운전을 하면서 처음 알게 된 것들을 적었지만, 여행으로 오는 사람이라면 이야기가 조금 다르다.
특히 평소 눈이 거의 오지 않는 곳에서 운전했고 눈길이나 빙판길 운전 경험이 없다면, 개인적으로는 굳이 겨울 홋카이도에서 렌터카를 이용하는 것을 추천하고 싶지는 않다.
가능하다면 호텔이나 리조트에서 운영하는 공항 픽업·드롭 서비스를 이용하거나 기차 같은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편이 마음도 편하다.
홋카이도의 겨울 도로는 날씨가 좋을 때와 나쁠 때의 차이가 크다.
아침에는 괜찮았는데 갑자기 눈이 강해질 수도 있고, 눈보라가 심한 날에는 앞이 거의 보이지 않을 정도로 시야가 나빠지기도 한다.
나도 한 번은 운전 중 눈이 비처럼 앞유리를 계속 덮치면서 정말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순간을 경험한 적이 있다.
그때는 운전 기술의 문제가 아니라 그냥 무서웠다.
다만 대중교통을 이용한다고 해서 폭설의 영향을 받지 않는 것은 아니다.
눈이 아주 많이 오는 날에는 열차가 지연되거나 운휴할 수 있고, 도로 역시 통행금지가 되거나 버스와 공항 이동 서비스가 중단될 수 있다.
홋카이도의 겨울에는 가끔 정말 아무 데도 갈 수 없는 날이 생긴다.
그래서 겨울에 홋카이도를 여행한다면 이동 방법을 하나 정해두는 것만큼, 날씨가 나쁠 경우를 생각해서 일정에 여유를 두는 것도 중요하다.
그리고 눈길 운전이 익숙하지 않다면 굳이 여행지에서 처음 경험해볼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나는 홋카이도에서 몇 번의 겨울을 보내면서 하나씩 배웠지만, 여행이라면 안전하고 편하게 이동하는 쪽을 택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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