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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에서 몇 년을 살면서 가끔 이해가 안 되는 부분이 있다.

공공 시스템이 생각보다 많이 느리고, 아직도 종이를 사용하는 일이 많다는 것.

물론 일본도 계속 디지털화되고 있다. 예전에는 직접 관공서에 가야 했던 일 중 온라인으로 할 수 있게 된 것도 많다.

그런데 한국과 일본을 오가며 살다 보면 가끔 이런 생각이 든다.

이걸 아직도 이렇게 한다고?

주민표 하나가 필요했을 뿐인데

일본에는 **주민표(住民票)**라는 것이 있다.

쉽게 말하면 한국의 주민등록등본과 비슷한 서류다. 일본에서 살다 보면 은행이나 각종 행정업무를 하면서 생각보다 여러 번 필요하게 된다.

예전에 다른 지역에 머물고 있을 때 이 주민표가 필요했던 적이 있다.

정확히 어떤 일 때문에 필요했는지는 이제 기억이 흐릿하지만, 당시 내 주소는 이전에 살던 지역에 그대로 등록되어 있었다.

문제는 나는 이미 그 지역을 떠나 있었다는 것.

한국에서 주민등록등본 같은 서류가 필요하다면 온라인으로 발급받아 바로 출력하는 것에 익숙해져 있었기 때문에 처음에는 일본에서도 당연히 비슷할 거라고 생각했던 것 같다.

그런데 그렇게 간단하지 않았다.

당시에는 주소가 등록되어 있는 지자체에서 주민표를 받아야 했고, 직접 갈 수 없다면 우편으로 신청하거나 위임해서 다른 사람에게 부탁해야 했다.

결국 필요한 것은 종이 한 장인데, 그 종이 한 장을 받기 위한 과정이 꽤 번거롭게 느껴졌다.

지금은 상황이 조금 달라졌다.

마이넘버카드가 있고 해당 지자체가 서비스를 지원한다면 굳이 시청이나 구청에 가지 않아도 편의점에서 주민표를 발급받을 수 있다.

예전에 비하면 확실히 편해진 부분이다.

다만 외국인인 나에게 마이넘버카드를 만들고 유지하는 과정은 또 다른 이야기다.

마침 전에 사용하던 카드가 만료돼서 일본으로 돌아가면 다시 발급받아야 한다.

그건 실제로 다시 해보고 따로 한번 써볼 생각이다.

일본에서는 아직도 팩스를 쓴다

일본에 처음 살면서 꽤 신기했던 것 중 하나가 팩스였다.

한국에서는 일상생활에서 팩스를 쓸 일이 거의 없었기 때문에 나에게는 이미 오래된 사무기기 같은 이미지였다.

그런데 일본에서는 아직도 팩스를 사용하는 곳이 꽤 많다.

회사나 관공서뿐 아니라 가정용 전화기에 팩스 기능이 붙어 있는 것도 쉽게 볼 수 있었다.

처음에는

'아직도 팩스를 쓴다고?'

싶었다.

그런데 살다 보니 정말 팩스로 보내달라는 말을 종종 듣게 됐다.

일본이라고 하면 기술이나 전자제품에서는 굉장히 앞서 있다는 이미지가 있었는데, 정작 어떤 업무에서는 종이를 출력해서 팩스로 보내고 있다는 게 처음에는 조금 묘했다.

몇 년을 살아도 이건 아직 적응이 잘 안 된다.

일본에서 내 출입국 기록이 필요하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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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글을 쓰면서 현재는 얼마나 달라졌는지 궁금해서 찾아봤다.

그런데 의외로 지금도 상당히 아날로그적인 절차가 남아 있었다.

예를 들어 일본에서 자신의 출입국 기록을 공식적으로 받아야 하는 경우.

현재 일본 출입국재류관리청의 안내를 보면 한국의 정부24처럼 온라인에서 신청해서 바로 출력하는 방식이 아니다.

창구에서 신청하거나 우편으로 청구해야 한다.

우편으로 신청하려면 신청서를 준비하고, 본인확인에 필요한 서류와 주민표 등을 준비하고, 수수료에 해당하는 수입인지를 준비하고, 결과를 돌려받을 회신용 봉투까지 함께 보내야 한다.

이걸 읽다가 조금 웃음이 났다.

출입국 기록이라는 하나의 정보를 받기 위해서

신청서를 쓰고,
주민표를 준비하고,
필요한 서류를 복사하고,
수입인지를 준비하고,
회신용 봉투를 넣어서,
우편으로 보낸다.

2026년에도.

그런데 나는 일본에서 한국 서류를 5분 만에 뽑았다

이런 차이를 가장 크게 느꼈던 건 한국 운전면허를 일본 면허로 변경할 때였다.

면허 변경을 위해 한국에서 발급받아야 하는 서류가 몇 가지 있었다. 운전경력이나 출입국 기록 등을 증명하기 위한 서류였다.

그런데 당시 나는 한국이 아니라 일본에 있었다.

그렇다고 한국에 있는 가족에게 부탁하거나 한국에서 우편을 받을 필요도 없었다.

정부24에 접속해서 필요한 서류들을 신청하고 바로 출력했다.

몇 가지 서류를 준비하는 데 5분 정도밖에 걸리지 않았던 것으로 기억한다.

내가 일본에 있다는 것도 별 상관이 없었다.

그때는 그것이 특별히 대단한 일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한국에서는 원래 그렇게 하는 것에 익숙했으니까.

오히려 일본에서 몇 년 생활하고 나서야 그게 굉장히 편한 시스템이었다는 걸 알게 됐다.

일본도 변하고 있기는 하다

그렇다고 일본의 모든 행정이 여전히 종이와 우편으로만 돌아가는 것은 아니다.

마이넘버카드로 할 수 있는 일이 늘었고, 주민표 같은 증명서를 편의점에서 받을 수도 있다. 이사할 때 필요한 전출신고도 일정 조건을 갖추면 온라인으로 할 수 있게 됐다.

내가 처음 일본에서 생활했을 때와 비교하면 분명 편해진 부분이 있다.

그런데 한편에서는 여전히 팩스가 돌아가고 있고, 어떤 서류는 우편으로 신청하면서 수입인지를 준비하고 회신용 봉투까지 넣어야 한다.

아주 디지털한 것과 아주 아날로그한 것이 이상하게 같이 존재한다.

한국에 있을 때는 정부24에서 서류 하나 출력하는 걸 너무 당연하게 생각했다.

일본에서 몇 년 살아보고 나니 이제는 그게 당연하게 느껴지지 않는다.

그리고 일본에서 행정업무를 볼 때는 아직도 가끔 생각한다.

이거 혹시 온라인으로 안 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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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에서 운전을 시작한 지 얼마 안 됐을 때, 우회전을 하다가 반대편 차선으로 들어간 적이 있다.

그리고 몇 년 뒤 한국에 돌아와서는 좌회전을 하다가 왼쪽 차선으로 들어간 적이 있다.

그러니까 양쪽에서 한 번씩 해본 셈이다.

지금 생각하면 둘 다 정말 아찔한 일이지만, 일본에서 몇 년 운전하다 보니 이제는 오히려 우핸들에 좌측통행인 일본 운전이 더 편하게 느껴진다.

사람 몸이 이렇게 빠르게 적응한다는 게 참 신기하다.

처음에는 우회전하다가 반대 차선으로 들어갔다

일본에서 처음 운전할 때 가장 신경 쓰였던 건 역시 좌측통행이었다.

운전석도 오른쪽에 있고 달리는 방향도 한국과 반대다.

평소에는 '왼쪽으로 가야 한다'고 계속 생각하고 있으니 괜찮았는데, 문제는 교차로에서 회전할 때였다.

한 번은 꽤 큰 교차로에서 우회전을 하는데 도로가 아마 6차선인가, 아무튼 굉장히 넓었다.

우회전을 시작했는데 건너편이 너무 넓어서 순간적으로 내가 어디로 들어가야 하는지가 눈에 안 들어왔다.

어어, 어, 어디로 들어가지?

그러다가 오른쪽으로 들어가버렸다.

잘못 들어간 걸 깨닫고 정말 깜짝 놀랐다.

다행히 당시 그 넓은 도로에 차가 없어서 다시 빠져나와 제대로 된 차선으로 들어갈 수 있었다.

지금 생각해도 차가 없었던 게 정말 다행이다.

실제로 일본 경찰청에서도 외국인 운전자에게 일본은 좌측통행이고, 우측통행에 익숙한 운전자는 교차로에서 회전한 뒤 오른쪽 차로로 들어가는 경우가 있으니 주의하라고 따로 안내하고 있다.

내가 정확히 그랬다.

일본에서는 빨간불에 좌회전도 안 된다고?

처음에는 신호도 조금 헷갈렸다.

한국에서 운전하던 감각으로 생각하다 보니 일본에서도 좌회전은 상황을 보고 그냥 할 수 있다고 생각했던 것 같다.

그래서 초창기에는 빨간불인데 그냥 좌회전을 한 적도 있었다.

나중에 알고 보니 일본에서는 빨간불이면 직진뿐 아니라 좌회전 차량도 정지해야 한다. 진행 가능한 방향을 표시하는 녹색 화살표 신호가 켜져 있다면 그 방향으로 갈 수 있지만, 기본적으로는 보고 있는 차량 신호를 따라야 한다.

이걸 알고 난 뒤에는 별것 아닌데 처음에는 이런 사소한 차이들이 은근히 헷갈렸다.

처음에는 신기했던 「止まれ」

토마레 - 멈추라는 뜻이다

그리고 일본에서 운전하면서 인상적이었던 것 중 하나가 止まれ(토마레)였다.

말 그대로 '멈춰'다.

처음에는 일본 사람들이 토마레를 지키는 모습이 조금 신기했다.

차가 한 대도 없다.

왼쪽을 봐도 없고 오른쪽을 봐도 없다.

누가 봐도 아무도 없다.

그래도 일단 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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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본 바로는 정말 100이면 100이라고 해도 될 정도로 일단 차를 완전히 세우고 다시 출발했다.

나중에는 나도 당연하게 멈추게 됐다. 안전이 최고이니까.

실제로 일본의 止まれ는 그냥 '조심해서 가세요'라는 의미가 아니라 일시정지 표지다. 정지선이 있다면 정지선 바로 앞에서 완전히 정지해야 한다.

철길에서도 일단 멈춘다

철길 건널목에서도 마찬가지다.

기차가 오는 것 같지 않고 차단기가 올라가 있어도 일단 멈춘다.

그런데 일본에서는 철길을 건너기 전에 일시정지하고 좌우의 안전을 확인하는 것이 기본적인 교통 규칙이다.

앞차가 이미 확인하고 지나갔다고 해서 그 뒤를 그냥 따라서 통과하는 것도 아니고, 내 차도 다시 한번 멈춰서 확인한다.

일본에서 계속 운전하다 보면 이런 것들이 어느 순간 생각하지 않아도 하는 행동이 된다.

그리고 홋카이도에서는 눈이 온다

 

일본에서 운전하는 것에 어느 정도 익숙해진 뒤에는 또 다른 문제가 있었다.

홋카이도의 겨울.

위 사진은 정말 평소 눈 오는 양의 3분의 1도 안되는 아주아주 양보한 상태.

홋카이도에서는 겨울이 오기 전에 차 타이어부터 바꾼다. 눈이 오기 전에 스터드리스 타이어로 교체하고, 겨울이 끝나면 다시 보통 타이어로 바꾼다.

매년 하는 일이라 여기서는 너무 당연한 일이다.

한번은 일본 친구에게 한국에서는 대부분 이렇게 겨울마다 타이어를 바꾸지는 않는다고 했더니 굉장히 놀랐다. 나한테는 오히려 매년 타이어를 바꾸는 게 처음에는 생소했는데, 친구 입장에서는 그 반대였던 모양이다.

생각해보면 홋카이도에서는 그럴 수밖에 없다. 겨울 몇 달 동안 눈길과 얼어붙은 도로를 일상적으로 운전해야 하니까.

그렇게 겨울 타이어까지 준비한다고 해서 겨울 운전이 만만해지는 건 아니다.

눈길 운전 자체는 하다 보면 어느 정도 익숙해지는데, 한 번은 정말 심한 눈보라 속에서 운전한 적이 있다.

눈이 조금 많이 내리는 정도가 아니었다.

폭우가 쏟아질 때 앞유리 전체로 물이 쏟아져 들어오는 것처럼, 눈보라가 앞유리를 계속 덮쳤다.

앞이 거의 안 보였다.

비가 아니라 눈이 그렇게 쏟아지는 상황에서 운전해본 적이 없어서 그때의 느낌은 아직도 기억난다.

아쉽게도 당시 찍었던 것 같은 영상은 지금은 찾을 수가 없다.

그런데 이제는 일본 운전이 더 편하다

우선은 사람들이 과속을 잘 하지 않는다. 물론 쌩쌩 달리는 차들도 있다. 하지만 기본적으로 양보로 정말 잘해주고 다들 안전운전 의식이 아주 강해서 모르는 길을 갈 때도 긴장하거나 당황되지 않는다. (오사카는 조금 다르다고는 들었다.)

일본에서 운전한다면 처음에는 천천히

일본에서 운전한다고 했을 때 처음에는 우핸들이 제일 어려울 거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막상 해보니 운전대가 어느 쪽에 있는지는 생각보다 금방 익숙해졌다.

오히려 교차로를 돌고 난 뒤 어느 쪽 차선으로 들어가야 하는지, 신호를 어떻게 봐야 하는지, 止まれ에서는 완전히 멈춰야 한다는 것처럼 평소 몸에 배어 있던 운전 습관과 다른 부분에서 실수가 나왔다.

특히 홋카이도에서는 여기에 겨울 운전까지 더해진다.

그래도 신기하게 시간이 지나면 그것도 익숙해진다.

너무 익숙해져서 한국에 돌아와 반대로 들어갈 정도로.

일본에서 처음 운전한다면 적어도 처음 며칠은 '알고 있으니까 괜찮겠지' 하지 말고, 교차로를 돌 때마다 한 번씩 '일본은 좌측통행'이라고 의식하는 게 좋을 것 같다.

나는 양쪽에서 한 번씩 잘못 들어가봤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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홋카이도 하면 아무래도 겨울을 먼저 떠올리는 사람이 많다.

눈이 많이 오는 곳이고 스키장이 유명하니 당연하다. 실제로 겨울이 메인 시즌인 곳도 많다.

그런데 나는 사실 겨울보다 홋카이도의 여름을 더 좋아한다.

뭐, 나는 스키를 안 타니까. 이건 좀 TMI고.

홋카이도의 여름은 어디를 가도 좋다. 물론 삿포로나 아사히카와 같은 큰 도시는 조금 다르지만, 작은 도시들은 외곽으로 조금만 나가도 금방 풍경이 달라진다.

차를 타고 별생각 없이 드라이브만 해도 좋다. 넓게 펼쳐진 들판과 산, 끝없이 이어지는 초록색 풍경을 보고 있으면 가끔은 발리 같은 곳에 와 있는 것 같은 기분이 들 때도 있다.

한여름에는 홋카이도도 덥긴 덥다. 그래도 많이 습하지 않고, 나무밑으로만 가도 금새 땀이 식는다. 한국의 여름과는 많이 다르다. 그리고 공기도 상쾌하다.

그래서 여름의 홋카이도에서는 꼭 유명한 관광지를 찾아가지 않아도 좋았다.

여름의 후라노 하면 역시 라벤더

라벤더필드와 주위 풍경

그래도 여름 후라노까지 갔다면 라벤더를 빼놓을 수는 없다.

팜 토미타는 워낙 유명한 곳이고, 라벤더가 한창 필 때쯤이면 인터넷에서도 온통 보라색으로 물든 사진들을 쉽게 볼 수 있다.

그런데 실제로 가보면 사진으로 상상했던 것과는 조금 다르다.

라벤더필드

팜 토미타 홈페이지나 인터넷 사진을 보다 보면 쨍한 보라색 라벤더밭이 하나로 연결되어 저 멀리까지 쭉 뻗어 있는 모습을 상상하게 된다.

하지만 실제로는 여러 개의 밭이 나뉘어 있고 그 사이사이 도랑으로 사람들이 걸어 다닐 수 있는 길이 있다.

나도 라벤더가 한창 필 때 갔는데, 눈앞에 보라색 들판 하나가 끝없이 펼쳐지는 그런 느낌은 아니었다.

오히려 내가 찍은 사진들이 실제로 봤을 때의 모습에 더 가깝다.

 

그렇다고 실망했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라벤더밭 사이를 걸어 다니면서 가까이에서 꽃을 볼 수도 있고, 뒤로 펼쳐지는 후라노의 들판과 산까지 함께 보면 충분히 아름답다.

다만 인터넷에서 봤던 ‘끝없이 펼쳐진 보라색 라벤더밭’을 그대로 기대하고 간다면 생각했던 풍경과는 조금 다를 수 있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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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팜 토미타에는 라벤더와 관련된 기념품도 정말 많다.

말린 라벤더도 살 수 있고 라벤더를 이용한 여러 가지 제품들이 있어서 구경하는 재미가 있었다. 라벤더를 좋아한다면 기념품을 고르는 재미도 꽤 있다.

보라색이니까 일단 먹어본 라벤더 아이스크림

색깔만 엄청 예쁜 라벤더 아이스크림

그리고 라벤더 아이스크림.

팜 토미타에 왔고, 보라색 아이스크림이 눈앞에 있으니 호기심에 안 먹어볼 수가 없었다.

사진은 예쁘다.

맛은…… 나는 그냥 그랬다.

한 번 먹어본 것으로 충분하고 굳이 다시 먹고 싶지는 않다.

그래도 라벤더밭에서 라벤더 아이스크림 하나 들고 있으니 여름 후라노에 왔다는 기분은 제대로 났다.

그런데 내가 더 기억하는 풍경은 따로 있다

카나야마호 삼림공원은 처음부터 계획하고 찾아간 곳이 아니었다.

그냥 근처에 갈 만한 공원이 있나 검색하다가 가게 됐다.

그런데 도착하고 보니 어딘가 낯이 익었다.

어? 나 여기 와봤는데?

생각해보니 예전에도 한번 왔던 곳이었다. 아마 그때도 똑같이 근처 공원을 검색하다가 별생각 없이 왔던 것 같다.

그러니 장소 이름을 기억하지 못했지.

그런데 두 번째로 와서 봐도 너무 아름다웠다.

관광지에 왔다는 느낌보다는 그냥 넓은 공원에 호수가 있고, 그 뒤로 산이 둘러싸고 있는 곳이었다.

사람이 북적이는 것도 아니고 그냥 천천히 걸어 다니면서 풍경을 보는 것만으로 좋았다.

 

이런 곳 때문에 내가 홋카이도의 여름을 좋아하는 것 같다.

굳이 어디를 가야 한다고 정해놓지 않아도 차를 타고 가다가 공원 하나 검색해서 들어가 보고, 생각하지도 못했던 풍경을 만날 수 있다.

호수 가까이까지 내려가 보니 또 풍경이 달랐다.

산과 물과 나무 몇 그루뿐인데 한참 보고 있어도 질리지 않았다.

그리고 이상하게도 두 번이나 계획 없이 이곳을 찾아왔다.

그리고 그날의 하늘

이 사진은 필터 없이 찍었다.

그날 하늘이 정말 저랬다.

해가 산 뒤로 넘어가면서 하늘 아래쪽만 주황빛으로 남고, 그 위로 구름이 길게 퍼져 있었다. 점점이. 구름의 계단식 논밭을 보는 것 같았다.

사진을 다시 봐도 색이 참 신기하다.

겨울보다 여름

홋카이도는 겨울로 유명하다.

눈 덮인 풍경도 예쁘고 스키를 타러 오는 사람들에게는 겨울이 훨씬 매력적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나는 여름이 좋다.

라벤더가 한창 피어 있는 유명한 팜 토미타도 좋지만, 이름도 기억하지 못한 채 두 번이나 우연히 찾아간 호수공원도 좋았다.

어디를 꼭 찾아가지 않아도 조금만 외곽으로 나가면 펼쳐지는 초록색 풍경, 차창을 열었을 때 들어오는 상쾌한 공기, 덥지만 끈적거리지 않는 여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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쉬는 날이면 가끔 갈 만한 카페를 찾아보곤 했다.

한국에서는 카페를 검색하면 예쁜 개인 카페나 특색 있는 곳들이 정말 많이 나오는데, 일본에서는 내가 원하는 그런 카페를 찾는 게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

검색하다 보면 스타벅스 같은 체인점이 많이 나오고, 개인 카페는 사진이나 정보가 별로 없는 경우도 많았다.

그러다 발견한 곳이 珈琲豆屋 Tomo's Coffee였다.

여기도 검색했을 때 사진이 거의 없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어떤 곳인지 정확히 모르겠는데 일단 커피는 마실 수 있는 것 같고, 한번 가볼까 싶어서 찾아갔다.

당연히 카페인 줄 알았다.

그런데 문을 열고 들어가 보니 내가 생각했던 카페와는 많이 달랐다.

카운터

테이블이 여러 개 있는 것도 아니고 디저트가 진열되어 있는 것도 아니었다.

앉을 수 있는 곳이라고는 카운터 앞에 놓인 스툴 두어 개 정도였던 것으로 기억한다.

여기가 카페가 맞나?

주인아저씨와 이야기를 하다 보니 애초에 일반적인 카페가 아니었다. 직접 로스팅한 원두를 판매하고 도매로 납품하는 것이 주된 일이라고 했다.

근처에 온천이 있어서 중국인 관광객들이 원두를 사러 오기도 한다고 했다. 내가 이야기를 들었을 때는 온천 관광을 하면서 이곳에도 들르는, 일종의 관광 패키지 같은 느낌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어쨌든 나는 원두를 사러 온 사람이 아니었다.

커피 한 잔 마시러 왔는데.

하루키 소설에 나올 것 같은 곳

가게 안에는 볼 것이 정말 많았다.

카페정경

오래된 스피커와 오디오 장비, 릴테이프, CD와 사진, 포스터 같은 것들이 작은 공간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

재즈와 관련된 것들도 많았고 음악도 흘러나왔다.

그곳에 있으면서 이상하게 무라카미 하루키가 떠올랐던 기억이 난다.

언제, 무엇 때문에 그런 생각을 했는지는 정확히 기억나지 않는다.

오래된 오디오 때문이었는지, 재즈 때문이었는지, 아니면 그냥 그 작은 공간의 분위기 때문이었는지도 모르겠다.

그냥 무라카미 하루키의 소설 속에서 주인공이 어느 날 찾아갈 것 같은 곳이라는 느낌이 있었다.

요즘 흔히 볼 수 있는, 처음부터 빈티지한 콘셉트로 만들어놓은 카페와는 달랐다.

누군가 오랫동안 좋아했던 것들을 하나씩 가져다 놓다 보니 자연스럽게 이런 모습이 된 것 같은 공간.

커피를 파는 가게라기보다는 누군가의 취향 안으로 들어온 느낌에 가까웠다.

동영상으로 가게 전체를 찍어놓은 게 있는데 업로드가 안되어서 아쉽다.

드립커피 한 잔

한쪽에는 실제로 사용하는 로스터와 커피 도구들이 있었다.

커피는 드립으로 내려주셨다.

그리고 정말 맛있었다.

내가 커피 맛을 전문적으로 설명할 정도로 잘 아는 사람은 아니라 원두가 어떻고 산미가 어떻고 할 수는 없지만, 그냥 맛있었다.

그리고 잔에 한 잔만 따라주고 끝나는 게 아니라 내린 커피를 전부 내어주셨다.

한 잔 마시고, 남은 커피를 다시 따라 마셨다.

그런데 지금 생각해보면 그날 가장 기억에 남은 건 커피 맛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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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보는 사람과 시작된 이야기

어떻게 대화가 시작됐는지는 정확히 기억나지 않는다.

주인아저씨가 퇴역 군인이었다는 이야기도 들었다.

처음에는 아마 어디서 왔는지, 무슨 일을 하는지 그런 평범한 이야기를 했던 것 같다.

그런데 어느 순간 나는 이 처음 보는 아저씨에게 내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예전에 정말 좋아했던 사람이 있었던 이야기.

그 관계가 좋지 않게 끝났던 이야기와 그때의 감정.

그리고 지금의 내 인생과 내가 여기까지 어떻게 흘러왔는지에 대한 이야기들.

한국말로 친한 사람에게 이야기하듯 이것저것 자세하게 말한 건 아니었다.

그럴 수도 없었다. 일본어로 이야기하고 있었으니까.

그래도 그때의 감정이나 내 인생의 흐름 같은 것들을 꽤 많이 이야기했던 것 같다.

이상하게 그런 이야기를 하는 게 불편하지 않았다.

어쩌면 처음 보는 사람이어서 그랬던 것 같다.

나를 전혀 모르는 사람이고, 내 과거도 모르고, 나에 대해 이미 가지고 있는 이미지도 없는 사람.

어쩌면 이날 이후 다시 만날 일도 없는 사람.

내가 무슨 이야기를 해도 그 사람에게는 그냥 그날 처음 만난 사람의 이야기였을 테니까.

알아들은 ‘네’와 못 알아들은 ‘네’

그렇다고 나만 계속 이야기했던 건 아니다.

아저씨도 자기 이야기를 많이 했다.

살아온 이야기부터 딸 이야기까지 꽤 자세하게 이야기해주었다.

그래서 내가 고민을 털어놓고 아저씨가 들어준 것과는 조금 달랐다.

그냥 서로 자기 이야기를 했다.

문제는 내 일본어였다.

나는 열심히 듣고 있었고 아저씨가 이야기할 때마다

“네.”

라고 대답했다.

알아들었을 때도 “네.”

사실 잘 못 알아들었을 때도 “네.”

그런데 이상하게 아저씨는 그걸 귀신같이 알아챘다.

나는 분명 똑같이 대답했다고 생각했는데.

내가 정말 알아들어서 한 '네'와 일단 알아들은 척하고 한 '네'가 달랐던 모양이다.

내가 제대로 못 알아들은 것 같으면 아저씨는 번역기를 꺼내서 다시 설명해줬다.

어떻게 알았는지는 지금도 모르겠다.

아마 얼굴에 다 쓰여 있었겠지.

그렇게 작은 카운터에 앉아 커피를 계속 따라 마시면서 한 시간 넘게 이야기를 했다.

커피를 마시러 갔는데

원래는 그냥 카페를 찾고 있었다.

예쁜 카페에 가서 커피 한 잔 마시고 쉬려고 검색하다가, 사진도 정보도 별로 없는 이곳을 발견해서 찾아갔다.

막상 도착해보니 내가 생각했던 카페도 아니었다.

원두를 파는 작은 가게였고 앉을 자리라고 해봐야 몇 개 되지도 않았다.

그런데 한 시간 넘게 있었다.

커피도 정말 맛있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고 나서 생각나는 건 커피 맛보다 그날의 공간과 그곳에서 나눴던 이야기다.

오래된 오디오와 재즈.

커피 로스터.

작은 카운터.

그리고 처음 만난 사람과 한참 동안 주고받았던 서로의 인생 이야기.

지금 사진을 다시 봐도 그때 왜 무라카미 하루키가 떠올랐는지 조금은 알 것 같다.

처음부터 계획했던 것도 아니고, 다시 찾아간다고 해서 똑같은 일이 생길 리도 없다.

왜 처음 보는 사람에게 그렇게 내 이야기를 많이 했을까.

지금 생각해도 조금 이상하다.

아마 모르는 사람이어서 그랬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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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오래전에 후라노에서 야키밀크라는 걸 먹은 적이 있다.

사실 어디에서 먹었는지, 그 가게 이름이 뭐였는지도 전혀 기억하지 못하고 있었다. 야키밀크를 정말 맛있게 먹었다는 사실조차 거의 잊고 있었는데 어느 날 문득 생각이 났다.

그때 그거 정말 맛있었는데.

그래서 검색도 해보고 주변 사람들에게 물어보기도 했다. 그렇게 찾아낸 곳이 츄츄의 집(チュチュの家).

아, 여기였구나 싶어서 다시 한번 가보고 싶었는데 문제가 하나 있었다. 내가 후라노에 간 건 9월이었고 츄츄의 집은 여름에만 운영하는 곳이라 이미 그해 영업이 끝난 뒤였다.

야키밀크 하나 먹겠다고 찾아봤는데 이대로 포기하기는 조금 아쉬웠다.

그러다 신후라노 프린스 호텔 안에 야키밀크를 파는 카페가 또 있다는 걸 발견했다.

모리노토케이(森の時計).

그럼 여기라도 가보자.

신후라노 프린스 호텔로

숲속길

차를 가지고 갔기 때문에 일단 좋았던 건 주차가 편하다는 것.

홋카이도에서 여기저기 차로 다니다 보면 이게 은근히 중요하다. 목적지에 도착했는데 주차할 곳부터 찾아 헤매야 하면 시작부터 피곤해진다.

신후라노 프린스 호텔은 주차 공간이 넉넉해서 차를 세워놓고 닝구르테라스나 모리노토케이 등 주변을 걸어 다니기 편했다.

그리고 내가 갔던 9월의 날씨가 정말 좋았다.

여름처럼 덥지도 않고 그렇다고 춥지도 않았다. 숲속이라 공기도 시원했고 나무 사이로 햇빛이 들어오는 길을 그냥 걷는 것만으로 기분이 좋았다.

상쾌한 공기가 폐 속으로 쑥 들어오는 기분.

아마 이게 그날 가장 기억에 남아 있는 느낌 중 하나인 것 같다.

닝구르테라스

닝구르 테라스

호텔 옆 숲에는 **닝구르테라스(ニングルテラス)**가 있다.

작은 통나무집들이 숲길을 따라 이어져 있고 안에는 핸드메이드 액세서리나 공예품을 파는 가게들이 하나씩 들어가 있다.

크게 뭘 사지 않아도 천천히 구경하는 재미가 있다. 가게 하나 보고 나와서 숲길 조금 걷고, 또 다른 작은 가게에 들어가 보고.

9월이라 날씨까지 좋으니 딱히 서두를 이유도 없었다.

근처에는 **Soh's BAR(ソーズ・バー)**라는 바도 있다. 여기도 꽤 유명하다고 해서 궁금했는데 내가 갔던 시간에는 아직 문을 열기 전이었던 걸로 기억한다.

언젠가 저녁에 다시 가게 되면 한번 들어가 보고 싶다.

숲속의 모리노토케이

카페 모리노토케이 입구

모리노토케이는 숲 안쪽에 있다.

카페가 보이기 시작했을 때 첫 느낌은 조금 신비스러웠다.

나무들 사이에 작은 카페가 숨어 있는데, 뭐랄까. 문을 열고 들어가면 뭔가 마법 같은 일이 일어날 것 같은 분위기?

나한테는 약간 토토로의 숲 어딘가에 있을 법한 카페처럼 느껴졌다.

모리노토케이는 일본 드라마 《優しい時間(야사시이 지칸)》의 촬영지이기도 하다. 나는 드라마를 보고 찾아간 건 아니었지만 실제로 가보니 이런 곳을 왜 드라마 촬영지로 골랐는지는 알 것 같았다.

안으로 들어가면 굉장히 조용하다.

사람이 많지 않아 한적했고 기분 좋은 음악이 잔잔하게 흘러나오고 있었다. 창밖으로는 숲이 보이고.

그냥 가만히 앉아 있기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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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키밀크를 다시 먹다

야키밀크 고구마 사과
물잔도 숲속스럽다

내가 주문한 건 고구마와 사과가 들어간 야키밀크였다.

가격은 1,000엔 정도였던 것으로 기억한다. 디저트 하나라고 생각하면 싸지는 않다. 카페에서 판매하는 다른 음식들도 전반적으로 저렴하지는 않았던 기억.

뭐, 애초에 야키밀크를 먹으려고 여기까지 왔으니 나는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위쪽은 크렘브륄레처럼 토치로 구워져 있었다. 숟가락으로 윗부분을 톡톡 깨서 먹는 재미가 있고 안쪽은 아주 부드럽고 크리미하다.

그리고 밑에는 고구마와 사과가 들어 있었다.

맛있었다.

다만 솔직히 말하면 나는 아주 오래전에 츄츄의 집에서 먹었던 그냥 야키밀크가 더 좋았다. 오랫동안 잊고 있다가 어느 날 갑자기 생각날 정도였으니 그쪽에는 추억 보정이 조금 들어가 있을지도 모르겠다.

그래도 츄츄의 집이 문을 닫은 덕분에 모리노토케이라는 곳을 알게 됐으니 이것도 나름 괜찮은 결과.

카제노 가든과 주변

카제노가든 입구

모리노토케이 근처에는 **카제노 가든(風のガーデン)**도 있다.

일본 드라마 《風のガーデン》의 촬영지로 알려진 정원인데, 나는 예전에 한번 들어가 본 적이 있어서 이번에는 입장료를 내고 다시 들어가지는 않았다.

신후라노 프린스 호텔 주변에는 이것 말고도 시즌에 따라 여러 야외 액티비티나 레크리에이션을 할 수 있는 곳들이 있다.

그래서 숙박을 하지 않더라도 닝구르테라스 구경하고, 숲길 걷고, 카페에서 쉬고, 카제노 가든이나 다른 시설까지 둘러보다 보면 생각보다 꽤 오랜 시간을 보낼 수 있다.

다시 생각해보면

처음에는 그냥 야키밀크가 먹고 싶어서 찾아간 곳이었다.

그런데 지금 생각하면 그날 기억에 남은 건 야키밀크보다 그곳에서 보낸 시간인 것 같다.

9월의 후라노는 덥지도 춥지도 않았고 숲속 공기는 정말 상쾌했다.

닝구르테라스의 작은 가게들을 천천히 구경하고, 숲길을 걷고, 카페에 앉아서 야키밀크를 먹고.

딱히 대단한 걸 한 건 없었다.

그런데 그게 좋았다.

아무 생각 없이 느긋하게, 잠시라도 그렇게 시간을 보낼 수 있었던 날.

후라노에 다시 가게 된다면 유명한 관광지를 하나 더 찾아가는 것보다 이런 오후를 한번 더 보내고 싶다.

신후라노 프린스 호텔 주변

신후라노 프린스 호텔에 차를 세워두고 닝구르테라스, 모리노토케이, 카제노 가든 등을 함께 둘러보기 편하다. 닝구르테라스 안에는 작은 핸드메이드 숍들이 있고, 주변에는 Soh's BAR와 시즌별 액티비티도 있다.

모리노토케이의 메뉴와 가격, 각 시설의 운영기간과 영업시간은 시즌에 따라 달라질 수 있으니 방문 전 확인하는 편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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홋카이도에 왔다면 한 번쯤 먹어볼 만한 음식 중 하나가 수프카레다.

보통 우리가 생각하는 걸쭉하고 진한 카레와는 조금 다르다. 이름 그대로 국물이 묽어서 정말 '카레 맛이 나는 수프'에 가까운 음식이다.

삿포로에 유명한 수프카레집들이 많지만, 내가 갔던 곳은 삿포로가 아니라 호시노 리조트 토마무 안에 있는

SOUP CURRY GARAKU ~トマムの森~

호타루 스트리트에 있는 수프카레 전문점이다.

일단, 웨이팅부터

GARAKU에 갈 생각이라면 한 가지 염두에 두는 게 좋다.

밥 먹는 시간에 맞춰 가면 정말 사람이 많다.

특히 여름에는 아시아권 관광객이 많은 편이고 식사 시간도 비교적 이르다 보니, '6시면 아직 괜찮겠지?' 하고 가도 이미 늦은 경우가 많다.

점심 12시나 저녁 6시 정도면 한 시간 정도 기다리는 건 각오하는 편이 좋다.

대신 웨이팅 시스템은 잘 되어 있다.

입구에 키오스크가 있고 대기가 있을 경우 여기에서 인원수와 매장 식사인지 테이크아웃인지 등을 선택하면 된다. 일본어뿐 아니라 영어, 중국어 등 여러 언어도 선택할 수 있어서 일본어를 못해도 크게 어렵지 않다.

휴대전화 번호를 입력해서 자리가 났을 때 연락을 받을 수도 있다.

일본에서 전화나 문자 수신이 어려운 경우에는 매장 앞에서 기다리는 방식도 선택할 수 있다.

그리고 여기서 중요한 것 하나.

4명으로 웨이팅을 걸었다면 4명이 모두 와 있어야 한다.

한 명이 늦는다고 나머지 세 명이 먼저 들어가 테이블을 잡고 기다리는 건 안 된다.

순서가 왔을 때 등록한 인원이 모두 있어야 입장할 수 있다.

이런 데서 아주 일본다운 '정해진 것은 정해진 것'을 경험하게 된다.

여럿이 간다면 한 명 어디 갔는지 꼭 확인하시길.

내가 항상 먹는 건 15가지 채소 수프카레

베지터블 수프커리

 

수프카레 종류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나는 거의 항상 같은 걸 먹는다.

15가지 채소 수프카레.

현재 메뉴 이름은
野菜15品目 大地の恵みスープカレー.

고기 대신 여러 종류의 채소가 듬뿍 들어간 메뉴다.

그리고 내가 이 메뉴를 계속 주문하는 이유가 있다.

채소가 정말 맛있다.

브로콜리, 단호박, 가지, 연근, 파프리카 등 여러 채소가 들어가는데, 그냥 물에 삶아서 넣은 채소가 아니다.

특히 잘 구워진 채소에서 나는 불향이 정말 좋다.

나는 원래 채소를 좋아하기도 하지만 여기서는 카레보다도 이 구운 채소들이 더 기억에 남을 정도다.

브로콜리 하나를 먹어도 겉에 살짝 불맛이 나면서 안은 촉촉하다.

수프카레 국물과 같이 먹으면 정말 맛있다.

맵기는 항상 제일 맵게

수프카레를 주문할 때는 매운맛을 선택할 수 있다.

나는 매운 음식을 좋아해서 항상 가장 매운 단계로 주문했다.

다만 매운맛 단계는 내가 자주 먹었을 당시와 현재 메뉴가 달라진 것으로 보인다.

현재 메뉴에는 매운맛이 훨씬 세분화되어 있기 때문에 방문했을 때 메뉴를 보고 선택하면 된다.

그리고 밥 양도 선택할 수 있다.

내 기억에는 예전에 밥 종류도 선택할 수 있었고 나는 항상 옐로우 라이스를 먹었다. 현재 메뉴 구성은 시기에 따라 달라질 수 있으니 이것도 주문할 때 확인하는 게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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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레인데, 따뜻한 수프를 먹는 느낌

처음 수프카레를 먹는다면 국물을 보고 조금 낯설 수도 있다.

우리가 흔히 먹는 카레처럼 진득하지 않다.

굉장히 묽다.

그런데 막상 먹어보면 국물에 감칠맛이 있고, 생각보다 향신료 향이 과하게 강하지 않다.

그래서 개인적으로는 향신료 향이 강한 음식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 사람도 비교적 부담 없이 먹어볼 수 있는 카레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이 음식은 특히 겨울에 먹으면 좋다.

밖에는 눈이 쌓여 있고 엄청 추운데, 따뜻한 수프카레 국물을 한 숟갈씩 먹다 보면 그냥 뜨끈한 수프 한 그릇을 먹는 느낌이다.

매운맛을 높이면 먹다 보면 몸도 금방 따뜻해진다.

그래서인지 나는 수프카레 하면 여름보다는 토마무의 겨울이 더 먼저 생각난다.

그리고 삿포로 생맥주

여기에 빠질 수 없는 게 하나 있다.

삿포로 생맥주.

뜨겁고 매콤한 수프카레 한입 먹고 차가운 삿포로 생맥주 한 모금.

이 조합은 설명이 필요 없다.

특히 가장 매운 단계로 먹는 나에게는 거의 세트나 마찬가지다.

가격은 확실히 '리조트 가격'

맛은 좋아하지만 가격이 저렴한 곳은 아니다.

내가 먹는 15가지 채소 수프카레는 현재 토마무점 기준 1,950엔.

같은 GARAKU의 삿포로 본점보다 토마무점이 확실히 비싼 편이다.

리조트 안에 있는 식당이라는 걸 생각하면 어느 정도 예상 가능한 가격이지만, 일반적인 시내 식당 가격을 생각하고 가면 조금 비싸게 느껴질 수 있다.

그래도 나는 토마무에서 뭘 먹을까 고민하다 보면 결국 한 번씩 다시 가게 된다.

그만큼 여기 수프카레, 특히 구운 채소가 맛있다.

토마무에서 수프카레를 먹는다면

GARAKU는 토마무 안에서 내가 여러 번 찾아간 식당 중 하나다.

수프처럼 묽지만 감칠맛 있는 카레 국물.

불향이 제대로 나는 구운 채소.

추운 겨울날 먹었을 때의 따뜻함.

그리고 삿포로 생맥주까지.

개인적으로 고기가 없어도 괜찮다면 15가지 채소 수프카레를 추천한다.

그리고 가능하다면 식사 피크타임은 피해서 가는 것을 추천.

맛있는 건 좋은데,

배고픈 상태로 한 시간 기다리면 모든 음식에 대한 애정이 조금씩 사라질 수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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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타동(豚丼)은 오비히로에서 시작된 음식이다.

말 그대로 돼지고기 덮밥.
豚(부타)이 돼지고기고, 丼(동)은 돈부리니까 밥 위에 구운 돼지고기를 얹어 먹는 아주 단순한 음식이다.

그런데 이게 참 맛있다.

아주아주 예전에 오비히로에서 부타동을 먹어본 적이 있었는데, 그때 너무 맛있게 먹었던 기억이 있었다. 그래서 다시 오비히로에 갈 일이 생겼을 때 부타동집부터 검색해봤다.

오비히로에는 유명한 부타동집이 몇 군데 있다.

대표적으로 판쵸(ぱんちょう), 돈타(とん田) 같은 곳들.

처음에는 돈타에 가려고 했다.
그런데 하필 쉬는 날이라 실패.

그래서 다음 주에 다시 갔는데 이번에는 사람이 너무 많아서 또 실패.

결국,

“그럼 그냥 다른 데 가자.”

해서 차선책으로 찾아간 곳이 **十勝豚丼いっぴん(토카치 부타동 이핀)**이었다.

그런데 차선책으로 간 곳이 지금은 나의 최애 부타동집이 됐다.

부타동과 야마와사비

관광객 맛집보다는 동네 맛집 같은 분위기

내가 이핀을 좋아하는 이유 중 하나가 분위기다.

판쵸나 돈타처럼 관광객들이 몰리는 유명 관광 맛집 느낌이 상대적으로 덜하다.

물론 여기도 유명한 곳이고 점심시간에는 사람이 많다.
그런데 갈 때마다 보면 관광객보다는 근처에서 점심 먹으러 온 것 같은 직장인이나 현지 사람들이 많았다.

그래서 조금 더 동네 식당 같은 느낌이 난다.

가게도 크지 않다.

그리고 자리에 앉으면 바로 앞에서 계속 돼지고기를 숯불에 굽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다.

고기를 굽고, 타레를 바르고, 다시 굽고.

앉아 있으면 숯불에 고기 굽는 냄새가 계속 난다.

이핀에서는 실제로 비장탄으로 돼지고기를 고온에 구운 뒤 타레를 입히고 다시 굽는 방식으로 부타동을 만든다고 한다.

처음에는 그냥 돈타를 못 가서 대신 온 곳이었는데, 막상 먹어보니 너무 맛있었다.

주문할 때 이것저것 물어본다

처음 가면 주문할 때 조금 당황할 수도 있다.

부타동을 주문하면 몇 가지를 물어본다.

고기의 굽기 정도,
타레(소스)의 양,
밥의 양.

나는 항상 그냥 전부 **보통(普通)**으로 주문한다.

개인적으로는 굳이 처음부터 뭔가 조절할 필요 없이 일단 보통으로 먹어보는 걸 추천한다.

기본 부타동은 현재 1,150엔.

부타동만 주문해도 작은 야채절임이 같이 나온다.

일본 절임이라고 하면 꽤 짠맛을 생각할 수도 있는데 이건 전혀 그렇지 않고 굉장히 슴슴하다. 중간중간 하나씩 먹으면 입이 깔끔해져서 부타동이랑 잘 어울린다.

그리고 자리에 앉으면 물과 따뜻한 차를 같이 준다.

별것 아닌데 나는 이것도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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숯불에 구운 돼지고기 + 타레

그리고 메인인 부타동.

밥 위에 숯불에 구운 돼지고기가 올라가 있다.

돼지고기는 정말 부드럽다.

그리고 그냥 달달한 소스 맛만 나는 게 아니라 숯불에 구운 향이 확실히 난다.

타레를 입혀서 굽고 또 굽기 때문에 고기 표면에는 살짝 불맛이 나면서 소스가 배어 있고, 안쪽은 부드럽다.

달짝지근한 타레, 돼지고기, 숯불향.

그리고 밑에 있는 밥.

굉장히 단순한 조합인데 계속 먹게 된다.

나는 여기에 테이블에 있는 **이치미(一味)**를 항상 뿌려 먹는다.

달짝지근한 타레에 살짝 매운맛이 들어가면 훨씬 덜 물리고 맛있다.

그런데 나의 진짜 킥은 야마와사비

그리고 이핀에 가면 나는 무조건 추가하는 게 있다.

山わさび(야마와사비).

가격은 80엔.

80엔이면 그냥 무조건 추가.

처음 보면 흰색이라 이게 뭔가 싶다.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초록색 와사비가 아니라 흰색의 야마와사비를 주문하면 바로 갈아서 내준다.

생김새도 약간 치즈를 갈아놓은 것 같다.

그런데 이걸 돼지고기 위에 조금 올려서 밥이랑 같이 먹으면 정말 맛있다.

일반 와사비처럼 코가 확 찡해서 눈물이 날 정도의 매운맛은 아니고, 적당히 알싸하다.

달달한 타레가 묻은 돼지고기에 야마와사비의 알싸한 맛이 들어오면서 느끼함도 잡아준다.

나는 이제 이거 없이는 이핀 부타동을 먹을 수 없을 것 같다.

이핀에 간다면 야마와사비는 꼭 추가 추천.

세트도 있다

부타동만 먹어도 충분하지만 세트 메뉴도 있다.

현재 평일 한정 부타동 세트는 1,470엔.

부타동과 함께 국과 절임, 작은 사이드 메뉴가 같이 나오는 정식 같은 구성이다.

좀 제대로 한 끼 먹고 싶으면 세트도 괜찮다.

나는 사실 부타동 + 야마와사비 조합이면 충분해서 기본 부타동을 더 자주 먹는 편이다.

점심시간에는 붐비지만 회전은 빠른 편

점심시간에 가면 사람이 꽤 많다.

그래도 부타동 전문점이라 메뉴가 복잡하지 않고 음식도 생각보다 빨리 나온다.

먹고 바로 나가는 직장인들도 많아서 사람이 많아 보여도 금방금방 빠지는 편이었다.

그래서 나는 줄이 조금 있다고 해서 바로 포기할 정도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결국 나의 최애 부타동

처음에는 돈타에 가려다가 쉬는 날이라 못 가고,

다음에는 사람이 너무 많아서 또 못 가고,

그래서 그냥 차선책으로 들어간 곳이었다.

그런데 몇 번을 먹어도 여기가 맛있다.

오히려 관광객이 가득한 유명 맛집보다는 현지 사람들이 점심 먹으러 오는 식당 같은 분위기도 마음에 들고, 바로 앞에서 숯불에 고기를 굽는 모습을 보는 것도 좋다.

그리고 무엇보다 맛있다.

숯불향 나는 부드러운 돼지고기, 달짝지근한 타레, 밥.

거기에 이치미 조금.

그리고 야마와사비.

오비히로에서 부타동을 먹는다면 유명한 집은 여러 군데 있지만,

현재까지 나의 최애는 十勝豚丼いっぴん이다.

※ 가격과 영업시간은 변경될 수 있으니 방문 전 확인 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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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작하기 전에, 한국 영문운전면허증은 일본에서 사용할 수 없다

요즘 한국 운전면허증은 뒷면에 운전자의 정보와 운전 가능한 차종 등이 영문으로 표기된 영문운전면허증으로 발급받을 수 있다.

이 영문운전면허증만으로 별도의 국제운전면허증 없이 운전할 수 있는 나라도 꽤 많다.

하지만 일본은 안 된다.

일본은 이런 부분에서 꽤나 엄격하다.

일본에서 운전하려면 한국에서 별도로 **국제운전면허증(International Driving Permit, IDP)**을 발급받아 와야 한다. 우리가 흔히 말하는 '국제면허'가 이것이다.

한국에서 발급받은 국제운전면허증은 일본에서 사용할 수 있지만, 일본에서 운전할 수 있는 기간에도 제한이 있다. 일본에 장기간 거주하면서 계속 운전할 예정이라면 결국 일본 운전면허증을 취득하거나 한국 운전면허증을 일본 면허로 전환하는 것이 필요하다.

나는 후자를 선택했다.

일본에 온 뒤 한동안은 국제운전면허증으로 운전을 했다.

그런데 일본에서 계속 생활하다 보니 매번 국제면허를 새로 발급받는 것도 번거롭고, 결국 올해 1월 말 한국 운전면허를 일본 운전면허로 바꾸기로 했다.

나는 내 주소지 관할인 아사히카와 운전면허시험장에서 외국면허 전환(外国免許切替)을 했다.

한국 면허의 경우 필기시험과 실기시험은 면제된다.

그래서 처음에는 서류 몇 개 내고 시력검사하고 면허 받아오면 되는 건 줄 알았다.

전혀 아니었다.

필요한 서류

내가 준비했던 것과 현재 공식 안내를 기준으로 필요한 서류를 간단하게 정리하면,

  • 유효한 한국 운전면허증
  • 한국 운전면허증의 일본어 번역문
  • 여권
  • 재류카드
  • 주민표
  • 증명사진 (세로 3.0cm × 가로 2.4cm-여권용보다 작음 주의!!) 
  • 한국 면허 취득 후 한국에 3개월 이상 체류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는 자료
  • 수수료

정도다. 그리고 한국 관련 서류는 민원24에서 5분만에 다 인쇄가능함. 우리나라 진짜 공공기관 편리성은 최고다.

개인의 체류기록이나 면허 종류 등에 따라 추가 서류를 요구할 수도 있으니, 방문할 운전면허시험장에 미리 확인하는 것이 가장 정확하다.

그리고 중요한 것.

예약은 필수다.

운전면허시험장에 미리 전화해서 날짜와 시간을 잡아야 한다.

한국 운전면허 번역은 온라인으로

한국 운전면허증의 일본어 번역문은 **JAF(일본자동차연맹)**를 통해 온라인으로 신청할 수 있다.

내가 신청했던 2026년 1월에는 4,000엔이었다.

그런데 그 사이 가격이 올랐다. 현재 일본 운전면허 전환을 위한 JAF 번역문 발급 비용은 6,600엔이다.

번역이 완료되면 세븐일레븐, 패밀리마트, 로손 등의 편의점에서 출력할 수 있다.

여기서 한 가지 팁.

출력할 때 조금 조심하는 것이 좋다.

나는 혹시나 하는 마음에 출력하기 전에 화면을 스크린 캡처해뒀는데, 그게 정말 다행이었다.

일반 PDF 파일을 받아서 내가 원할 때 몇 번이고 프린트하는 방식이 아니고, 번역문 출력은 1회로 제한이 있기 때문에 필요한 정보는 미리 저장해두는 것을 추천한다.

그리고 아사히카와 운전면허시험장으로

예약한 날 약속시간보다 조금 일찍 아사히카와 운전면허시험장에 도착했다.

일반 접수창구가 아니라 그 옆쪽 검사실 쪽으로 이동했다.

조금 기다리고 있으니 직원이 나를 불렀고 인터뷰실로 들어갔다.

분위기가 약간…

마치 심문실 같았다.

그런데 진짜 문제는 그다음이었다.

질문을 엄청나게 한다.

나는 이런 인터뷰를 할 거라고 전혀 생각하지 못했다.

"한국에서 운전면허 필기시험을 볼 때 문제가 몇 개였나요?"

…네?

"시험을 본 후 바로 합격 발표가 나나요? 아니면 다른 날 발표가 나나요?"

"합격 여부는 어떻게 알게 되나요? 전화? 인터넷? 아니면 다른 방법?"

"실기시험에는 어떤 코스가 있었나요?"

"실기시험의 합격 여부도 바로 알 수 있었나요?"

정말 생각지도 못한 질문의 연속이었다.

나중에 생각해보니 내가 실제로 한국에서 운전면허 시험을 치르고 면허를 취득한 사람인지 확인하기 위한 질문이었던 것 같다.

문제는 내가 한국에서 운전면허를 딴 게 너무 오래전이라는 것.

기억이 날 리가 없다.

처음에는

"음… 아마 그랬던 것 같습니다."

"정확히는 기억이 안 나는데…."

이러면서 대답하다가 나중에는 어차피 이 사람도 한국 운전면허 시험을 그렇게 자세히 알지는 못하겠지 싶어서 그냥 자신 있게 지어서 대답하기 시작했다.

맞았는지는 나도 모른다.

아무튼 인터뷰는 무사히 끝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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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종 보통을 어떤 면허로 바꿀 것인가

내 한국 운전면허는 1종 보통이다.

직원이 일본 면허로 전환하면서 어떤 종류의 면허로 받을 것인지 물어봤다.

조금 더 큰 차량이나 작은 트럭 종류까지 운전할 수 있는 면허로 전환하는 것도 가능하다고 했는데, 그러려면 추가적인 시력검사 등이 필요하다고 했다.

나는 밴이나 트럭을 운전할 생각도 없고 굳이 필요하지 않을 것 같아서 그냥 일반 승용차를 운전할 수 있는 보통면허로 받기로 했다.

그렇게 인터뷰가 끝났다.

드디어 면허증을 받는 줄 알았다.

아니었다.

심사가 끝나면 다시 오세요

인터뷰가 끝나면 제출한 서류와 인터뷰 내용을 가지고 다시 심사를 한다고 했다.

그리고 심사가 끝난 뒤 다시 와야 한다고 했다.

나는 여기까지 오는데 차로 3시간 반이 걸렸다.

그래서 물었다.

"그럼 오늘 오후에 다시 오면 안 될까요?"

안 된단다.

얄짤없었다.

심사가 끝나면 연락을 줄 테니 그때 다시 예약하고 오라고 했다.

대도시에서는 하루 만에 처리됐다는 이야기도 본 것 같은데 적어도 내가 갔던 아사히카와에서는 불가능했다.

그 뒤 직원이 수수료 납부를 위한 수입증지를 사는 창구로 안내해줬다.

그리고 종이 서류에 그 증지를 하나하나 풀로 붙인다.

2026년 일본에서.

왠지 굉장히 일본스럽다고 생각했다.

참고로 일본어가 아주 능숙하지 않더라도 너무 겁먹을 필요는 없을 것 같다.

내가 잘 못 알아듣는 것 같으면 직원이 중간중간 영어 단어를 섞어서 설명해주기도 했다.

물론 모든 직원이 영어 대응을 해준다는 의미는 아니므로 일본어가 거의 불가능하다면 미리 시험장에 확인하는 것이 좋겠다.

며칠 뒤, 다시 전화

며칠 뒤 운전면허시험장에서 전화가 왔다.

심사 통과.

그러면 이제 면허를 받으러 가면 된다.

단,

또 예약해야 한다.

예약 없이 그냥 가면 안 된다.

그래서 다시 날짜를 잡고, 다시 아사히카와 운전면허시험장으로 갔다.

두 번째 방문에서는 사진을 찍고 몇 가지 절차를 거친 뒤 얼마 지나지 않아 드디어 일본 운전면허증을 받았다.

그런데 면허 유효기간이 너무 짧다

받아보니 유효기간이 생각보다 굉장히 짧았다.

약 2년.

'이렇게 짧다고?'

싶었다.

일본 면허의 유효기간은 단순하게 발급일로부터 정확히 몇 년으로 계산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처음 받은 면허증의 실제 남은 유효기간은 발급 시기와 생일에 따라 짧게 느껴질 수 있다.

첫 갱신 때 초회 갱신자에 해당하면 일반적으로 유효기간 3년의 면허를 받게 되고, 이후 운전 경력과 교통위반 여부 등에 따라 유효기간 5년의 면허를 받을 수도 있다고 한다.

그러니 처음 일본 면허를 받았다면 면허증에 적혀 있는 만료일을 꼭 확인해두는 것이 좋다.

직접 해보고 나니

한국 운전면허는 일본 면허로 전환할 때 필기시험이나 실기시험을 다시 보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처음에는 별로 어렵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다.

시험 자체는 정말 없었다.

대신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운전면허 취득 과정에 대한 인터뷰가 있었다.

그리고 아사히카와에서는 서류심사와 면허 발급이 같은 날 끝나지 않아 결국 두 번 방문해야 했다.

나처럼 시험장에서 멀리 사는 사람이라면 이 부분은 미리 알고 가는 것이 좋다.

나는 편도 3시간 반이었다.

두 번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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