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에서 몇 년을 살면서 가끔 이해가 안 되는 부분이 있다.
공공 시스템이 생각보다 많이 느리고, 아직도 종이를 사용하는 일이 많다는 것.
물론 일본도 계속 디지털화되고 있다. 예전에는 직접 관공서에 가야 했던 일 중 온라인으로 할 수 있게 된 것도 많다.
그런데 한국과 일본을 오가며 살다 보면 가끔 이런 생각이 든다.
이걸 아직도 이렇게 한다고?
주민표 하나가 필요했을 뿐인데
일본에는 **주민표(住民票)**라는 것이 있다.
쉽게 말하면 한국의 주민등록등본과 비슷한 서류다. 일본에서 살다 보면 은행이나 각종 행정업무를 하면서 생각보다 여러 번 필요하게 된다.
예전에 다른 지역에 머물고 있을 때 이 주민표가 필요했던 적이 있다.
정확히 어떤 일 때문에 필요했는지는 이제 기억이 흐릿하지만, 당시 내 주소는 이전에 살던 지역에 그대로 등록되어 있었다.
문제는 나는 이미 그 지역을 떠나 있었다는 것.
한국에서 주민등록등본 같은 서류가 필요하다면 온라인으로 발급받아 바로 출력하는 것에 익숙해져 있었기 때문에 처음에는 일본에서도 당연히 비슷할 거라고 생각했던 것 같다.
그런데 그렇게 간단하지 않았다.
당시에는 주소가 등록되어 있는 지자체에서 주민표를 받아야 했고, 직접 갈 수 없다면 우편으로 신청하거나 위임해서 다른 사람에게 부탁해야 했다.
결국 필요한 것은 종이 한 장인데, 그 종이 한 장을 받기 위한 과정이 꽤 번거롭게 느껴졌다.
지금은 상황이 조금 달라졌다.
마이넘버카드가 있고 해당 지자체가 서비스를 지원한다면 굳이 시청이나 구청에 가지 않아도 편의점에서 주민표를 발급받을 수 있다.
예전에 비하면 확실히 편해진 부분이다.
다만 외국인인 나에게 마이넘버카드를 만들고 유지하는 과정은 또 다른 이야기다.
마침 전에 사용하던 카드가 만료돼서 일본으로 돌아가면 다시 발급받아야 한다.
그건 실제로 다시 해보고 따로 한번 써볼 생각이다.
일본에서는 아직도 팩스를 쓴다
일본에 처음 살면서 꽤 신기했던 것 중 하나가 팩스였다.
한국에서는 일상생활에서 팩스를 쓸 일이 거의 없었기 때문에 나에게는 이미 오래된 사무기기 같은 이미지였다.
그런데 일본에서는 아직도 팩스를 사용하는 곳이 꽤 많다.
회사나 관공서뿐 아니라 가정용 전화기에 팩스 기능이 붙어 있는 것도 쉽게 볼 수 있었다.
처음에는
'아직도 팩스를 쓴다고?'
싶었다.
그런데 살다 보니 정말 팩스로 보내달라는 말을 종종 듣게 됐다.
일본이라고 하면 기술이나 전자제품에서는 굉장히 앞서 있다는 이미지가 있었는데, 정작 어떤 업무에서는 종이를 출력해서 팩스로 보내고 있다는 게 처음에는 조금 묘했다.
몇 년을 살아도 이건 아직 적응이 잘 안 된다.
일본에서 내 출입국 기록이 필요하다면
이번 글을 쓰면서 현재는 얼마나 달라졌는지 궁금해서 찾아봤다.
그런데 의외로 지금도 상당히 아날로그적인 절차가 남아 있었다.
예를 들어 일본에서 자신의 출입국 기록을 공식적으로 받아야 하는 경우.
현재 일본 출입국재류관리청의 안내를 보면 한국의 정부24처럼 온라인에서 신청해서 바로 출력하는 방식이 아니다.
창구에서 신청하거나 우편으로 청구해야 한다.
우편으로 신청하려면 신청서를 준비하고, 본인확인에 필요한 서류와 주민표 등을 준비하고, 수수료에 해당하는 수입인지를 준비하고, 결과를 돌려받을 회신용 봉투까지 함께 보내야 한다.
이걸 읽다가 조금 웃음이 났다.
출입국 기록이라는 하나의 정보를 받기 위해서
신청서를 쓰고,
주민표를 준비하고,
필요한 서류를 복사하고,
수입인지를 준비하고,
회신용 봉투를 넣어서,
우편으로 보낸다.
2026년에도.
그런데 나는 일본에서 한국 서류를 5분 만에 뽑았다
이런 차이를 가장 크게 느꼈던 건 한국 운전면허를 일본 면허로 변경할 때였다.
면허 변경을 위해 한국에서 발급받아야 하는 서류가 몇 가지 있었다. 운전경력이나 출입국 기록 등을 증명하기 위한 서류였다.
그런데 당시 나는 한국이 아니라 일본에 있었다.
그렇다고 한국에 있는 가족에게 부탁하거나 한국에서 우편을 받을 필요도 없었다.
정부24에 접속해서 필요한 서류들을 신청하고 바로 출력했다.
몇 가지 서류를 준비하는 데 5분 정도밖에 걸리지 않았던 것으로 기억한다.
내가 일본에 있다는 것도 별 상관이 없었다.
그때는 그것이 특별히 대단한 일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한국에서는 원래 그렇게 하는 것에 익숙했으니까.
오히려 일본에서 몇 년 생활하고 나서야 그게 굉장히 편한 시스템이었다는 걸 알게 됐다.
일본도 변하고 있기는 하다
그렇다고 일본의 모든 행정이 여전히 종이와 우편으로만 돌아가는 것은 아니다.
마이넘버카드로 할 수 있는 일이 늘었고, 주민표 같은 증명서를 편의점에서 받을 수도 있다. 이사할 때 필요한 전출신고도 일정 조건을 갖추면 온라인으로 할 수 있게 됐다.
내가 처음 일본에서 생활했을 때와 비교하면 분명 편해진 부분이 있다.
그런데 한편에서는 여전히 팩스가 돌아가고 있고, 어떤 서류는 우편으로 신청하면서 수입인지를 준비하고 회신용 봉투까지 넣어야 한다.
아주 디지털한 것과 아주 아날로그한 것이 이상하게 같이 존재한다.
한국에 있을 때는 정부24에서 서류 하나 출력하는 걸 너무 당연하게 생각했다.
일본에서 몇 년 살아보고 나니 이제는 그게 당연하게 느껴지지 않는다.
그리고 일본에서 행정업무를 볼 때는 아직도 가끔 생각한다.
이거 혹시 온라인으로 안 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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