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오래전에 후라노에서 야키밀크라는 걸 먹은 적이 있다.
사실 어디에서 먹었는지, 그 가게 이름이 뭐였는지도 전혀 기억하지 못하고 있었다. 야키밀크를 정말 맛있게 먹었다는 사실조차 거의 잊고 있었는데 어느 날 문득 생각이 났다.
그때 그거 정말 맛있었는데.
그래서 검색도 해보고 주변 사람들에게 물어보기도 했다. 그렇게 찾아낸 곳이 츄츄의 집(チュチュの家).
아, 여기였구나 싶어서 다시 한번 가보고 싶었는데 문제가 하나 있었다. 내가 후라노에 간 건 9월이었고 츄츄의 집은 여름에만 운영하는 곳이라 이미 그해 영업이 끝난 뒤였다.
야키밀크 하나 먹겠다고 찾아봤는데 이대로 포기하기는 조금 아쉬웠다.
그러다 신후라노 프린스 호텔 안에 야키밀크를 파는 카페가 또 있다는 걸 발견했다.
모리노토케이(森の時計).
그럼 여기라도 가보자.
신후라노 프린스 호텔로

차를 가지고 갔기 때문에 일단 좋았던 건 주차가 편하다는 것.
홋카이도에서 여기저기 차로 다니다 보면 이게 은근히 중요하다. 목적지에 도착했는데 주차할 곳부터 찾아 헤매야 하면 시작부터 피곤해진다.
신후라노 프린스 호텔은 주차 공간이 넉넉해서 차를 세워놓고 닝구르테라스나 모리노토케이 등 주변을 걸어 다니기 편했다.
그리고 내가 갔던 9월의 날씨가 정말 좋았다.
여름처럼 덥지도 않고 그렇다고 춥지도 않았다. 숲속이라 공기도 시원했고 나무 사이로 햇빛이 들어오는 길을 그냥 걷는 것만으로 기분이 좋았다.
상쾌한 공기가 폐 속으로 쑥 들어오는 기분.
아마 이게 그날 가장 기억에 남아 있는 느낌 중 하나인 것 같다.
닝구르테라스

호텔 옆 숲에는 **닝구르테라스(ニングルテラス)**가 있다.
작은 통나무집들이 숲길을 따라 이어져 있고 안에는 핸드메이드 액세서리나 공예품을 파는 가게들이 하나씩 들어가 있다.
크게 뭘 사지 않아도 천천히 구경하는 재미가 있다. 가게 하나 보고 나와서 숲길 조금 걷고, 또 다른 작은 가게에 들어가 보고.
9월이라 날씨까지 좋으니 딱히 서두를 이유도 없었다.
근처에는 **Soh's BAR(ソーズ・バー)**라는 바도 있다. 여기도 꽤 유명하다고 해서 궁금했는데 내가 갔던 시간에는 아직 문을 열기 전이었던 걸로 기억한다.
언젠가 저녁에 다시 가게 되면 한번 들어가 보고 싶다.
숲속의 모리노토케이

모리노토케이는 숲 안쪽에 있다.
카페가 보이기 시작했을 때 첫 느낌은 조금 신비스러웠다.
나무들 사이에 작은 카페가 숨어 있는데, 뭐랄까. 문을 열고 들어가면 뭔가 마법 같은 일이 일어날 것 같은 분위기?
나한테는 약간 토토로의 숲 어딘가에 있을 법한 카페처럼 느껴졌다.
모리노토케이는 일본 드라마 《優しい時間(야사시이 지칸)》의 촬영지이기도 하다. 나는 드라마를 보고 찾아간 건 아니었지만 실제로 가보니 이런 곳을 왜 드라마 촬영지로 골랐는지는 알 것 같았다.
안으로 들어가면 굉장히 조용하다.
사람이 많지 않아 한적했고 기분 좋은 음악이 잔잔하게 흘러나오고 있었다. 창밖으로는 숲이 보이고.
그냥 가만히 앉아 있기 좋았다.
야키밀크를 다시 먹다


내가 주문한 건 고구마와 사과가 들어간 야키밀크였다.
가격은 1,000엔 정도였던 것으로 기억한다. 디저트 하나라고 생각하면 싸지는 않다. 카페에서 판매하는 다른 음식들도 전반적으로 저렴하지는 않았던 기억.
뭐, 애초에 야키밀크를 먹으려고 여기까지 왔으니 나는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위쪽은 크렘브륄레처럼 토치로 구워져 있었다. 숟가락으로 윗부분을 톡톡 깨서 먹는 재미가 있고 안쪽은 아주 부드럽고 크리미하다.
그리고 밑에는 고구마와 사과가 들어 있었다.
맛있었다.
다만 솔직히 말하면 나는 아주 오래전에 츄츄의 집에서 먹었던 그냥 야키밀크가 더 좋았다. 오랫동안 잊고 있다가 어느 날 갑자기 생각날 정도였으니 그쪽에는 추억 보정이 조금 들어가 있을지도 모르겠다.
그래도 츄츄의 집이 문을 닫은 덕분에 모리노토케이라는 곳을 알게 됐으니 이것도 나름 괜찮은 결과.
카제노 가든과 주변

모리노토케이 근처에는 **카제노 가든(風のガーデン)**도 있다.
일본 드라마 《風のガーデン》의 촬영지로 알려진 정원인데, 나는 예전에 한번 들어가 본 적이 있어서 이번에는 입장료를 내고 다시 들어가지는 않았다.
신후라노 프린스 호텔 주변에는 이것 말고도 시즌에 따라 여러 야외 액티비티나 레크리에이션을 할 수 있는 곳들이 있다.
그래서 숙박을 하지 않더라도 닝구르테라스 구경하고, 숲길 걷고, 카페에서 쉬고, 카제노 가든이나 다른 시설까지 둘러보다 보면 생각보다 꽤 오랜 시간을 보낼 수 있다.
다시 생각해보면
처음에는 그냥 야키밀크가 먹고 싶어서 찾아간 곳이었다.
그런데 지금 생각하면 그날 기억에 남은 건 야키밀크보다 그곳에서 보낸 시간인 것 같다.
9월의 후라노는 덥지도 춥지도 않았고 숲속 공기는 정말 상쾌했다.
닝구르테라스의 작은 가게들을 천천히 구경하고, 숲길을 걷고, 카페에 앉아서 야키밀크를 먹고.
딱히 대단한 걸 한 건 없었다.
그런데 그게 좋았다.
아무 생각 없이 느긋하게, 잠시라도 그렇게 시간을 보낼 수 있었던 날.
후라노에 다시 가게 된다면 유명한 관광지를 하나 더 찾아가는 것보다 이런 오후를 한번 더 보내고 싶다.
신후라노 프린스 호텔 주변
신후라노 프린스 호텔에 차를 세워두고 닝구르테라스, 모리노토케이, 카제노 가든 등을 함께 둘러보기 편하다. 닝구르테라스 안에는 작은 핸드메이드 숍들이 있고, 주변에는 Soh's BAR와 시즌별 액티비티도 있다.
모리노토케이의 메뉴와 가격, 각 시설의 운영기간과 영업시간은 시즌에 따라 달라질 수 있으니 방문 전 확인하는 편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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