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라이라마 가르침을 받으러 다람살라로 가다
인도에 처음 왔을 때는 어디를 가든 육로로 가려면 최소 10시간은 가야 한다는 것에 막막함을 많이 느꼈었다. 도로상태가 괜찮다면 어떻게든 견뎌보겠는데, 정말 말도 안되는 상태의 고속도로를 많이 보아왔기 때문에 그것 때문에 고생도 많이 했다. 한평생 멀미없이 살아온 나에게 생애 최초의 차멀미 경험을 선사해 준 곳이 바로 인도이다.
다행히도 이번의 내 이동경로는 그렇게 나쁘지 않았다.
리시케시-다람살라
직행버스가 있다. 내가 선택한 것은 세미 슬리퍼(Semi-Sleeper)버스로 리시케시에서 14시간 정도 직행으로 다람살라까지 가는 버스였다. 세미슬리퍼버스는 좌석이 뒤까지 많이 넘겨질 만큼의 공간이 있어 그럭저럭 잠을 자면서 올 수도 있다. 하지만 다른 버스와 마찬가지로 발은 항상 아래로 놓여지기 때문에 잠을 잘 못 자는 사람들은 맨 앞 좌석이 좋을 것 같다. 그리고 가능하면 오른쪽이 나을 것이다. 왜냐하면 왼쪽 맨 앞은 문이 바로 열리는 앞에 위치해 있어서 불편하다. 버스 예약은 가장 간편하게 Redbus 라는 온라인 앱을 이용할 수 있다. 다람살라 행 뿐만이 아닌 인도 전국의 버스 예약이 가능하기 때문에 알아놓으면 아주 유용한 앱이다. 그리고 리시케시에서 출발하는 버스를 예약 할 때 승하차 장소를 잘 보고 예약하는 것이 좋다. 장소는 같은 리시케시라고 되어 있으나 타는 곳이 다 다르고 그중에는 꽤 안으로 들어가야 하는 곳들도 있으니 말이다.
내가 버스를 탔던 곳은 리시케시 마켓 500미터 가량 전 Gurudev tour라는 여행사의 맞은편이었다. 버스승강장에 도착하니 버스가 3시간 연착됐다고 여행사 직원이 무심히 알려주었다. 핸드폰 번호도 다 기재되어 있는데 미리 연락을 주지 않았냐고 했지만 변명만 늘어놓을 뿐이었다. 우리가 제일 처음 그 버스를 예약했고 버스시간이 그 이후에 변경되어서 우리 이후에 예약한 사람들은 다 정시간인 3시간 뒤에 버스를 타러 왔다. 역시 인도다. 예정보다 3시간 정도 늦어진 다음날 오전 10시 정도에 다람살라에 무사히 도착했다.
달라이라마의 법회에 가려면 패스를 먼저 받아야 한다. 달라이라마 신변상의 안전 등으로 법회에 가는 모든 사람들의 신원을 일일이 다 확인한다. 신청은 맥로드 간지(McLeod Ganj)에 위치한 브렌치 세큐리치 오피스(Brandch Security Office)에서 가능하다. 세큐리티 오피스는 박수나드 로드(Bhagsunath Road)에 위치해 있으며 등록 가능 시간은 오전 9시에서 오후 1시 그리고 오후2시에서 오후5시사이이다.
온라인으로 신청이 가능하다고 웹사이트에 나와 있었는데, 누를 때마다 계속 에러가 나서 결국은 직접 이메일을 보내서 오프라인 신청 가능여부를 확인한 후 갔다. 늦게 신청하면 자리가 다 찰것 같아서 이메일을 보낸거였는데, 웬만하면 다 들어갈 수 있는 것 같으니 안심하고 적어도 법회 전날 5시 전까지 오피스에서 신청하면 된다. 이미 이전에 패스를 받은 적이 있었던 사람은 전에 사용했던 패스를 갖고 가면 바로 등록이 가능하다. 신청 비용은 따로 없으나, 패스에 사용된 목줄비 10루피를 낸다.
그리고 한가지 꿀팁이라면 달라리라마 법회 전날 법회장소에 가보라고 추천하고 싶다.
사실 나는 심각한 길치이기 때문에 법회가 열리는 아침 길헤맬까봐 미리 한 번 와봐야겠다고 생각해서 온 거였다. 그런데 보니 벌써 많은 사람들이 몰려와 있었다.
자리는 국가별로 한국인, 일본인, 독일인 등등으로 나뉘어져 있었고, 미리 준비해 온 본인의 방석 또는 박스를 잘라서 이름을 써놓고 거기에 붙여놓았다. 한마디로 미리 자리잡기를 해 놓았던 것이다. 그렇게 이름을 써놓고 가면 법회 당일 아침 일찍 와서 자리를 맡아야 하는 번거로움이 줄어든다.
나는 인도친구와 같이 왔었기 때문에 어디에 이름을 써야 하나 고민하다가 그냥 한국인 자리에 이름 써서 붙여놓고 실제로 거기에 앉았는데 아무 문제 없었다.
법회 당일날 아침 달라미라마 템플로 향했다. 숙소가 5분거리에 있어서 편했다. 참고로 핸드폰은 어떠한 경우에도 반입이 불가하므로 핸드폰을 들고 온 사람들은 절 입구에 해드폰 맡기는 곳에 맡기고 들어가야 한다. 나도 처음에는 핸드폰 놔두고 오는 생각을 못하고 세큐리티 체크에서 걸려서 다시 입구로 나가 핸드폰을 맡기고 번호표를 받아와야 했다 그리고 나올 때 사람들이 한꺼번에 찾으러 몰려들어 오래 줄서서 기다려야 했으므로 핸드폰은 그냥 숙소에 놔두고 오는 것이 나을 듯하다.
입구에서는 인도/티벳 사람들과 외국인의 입장게이트가 따로 있었고, 가방 하나하나 다 열어서 꼼꼼하게 소지품 검사도 하였다. 그래서 사실 두 번째 날은 그냥 빈 가방에 라디오만 달랑 넣어서 갔더니 금방 통과할 수 있었다.
그리고 또 하나의 필수 준비물은 라디오이다.
달라이라마는 티벳어로만 말씀하시므로, 각 나라별 마다 직통역사들이 바로바로 통역을 해준다. 각 언어별 라디오 주파수를 안내해 주니 거기에 맞춰 주파수만 맞춰주면 된다. 혹시 라디오가 없더라도 근처 전파상이나 핸드폰가게에서 라디오 판매한다고 적혀있으니 거기 들어가서 가격 비교해보고 구매하실 수 있다. 사실 우리나라 불교 법문이 다 중국에서 온 거라 말이 너무 어려워 알아듣기가 힘들었다. 영어를 중급이상 하신다면 영어로 듣는 것이 훨씬 이해하기 쉬울 듯 하다.
우리나라 섹션에는 한국에서 오신 승려분들도 꽤 계셨었는데, 법회 전 달라이 라마 템플에서 상주하시는 한국 승려분이 잠시 들렀다 가시기도 했다. 구별을 하는 방법은 승려복의 색이 다르기 때문에 가능하다. 한국은 회색에 갈색승려복인데 티벳 불교도들은 벽돌색에 노란색을 입어서 확실히 차이가 난다.
그리고 그날 법문에 관한 주제와 자료는 인터넷으로 다운 받아서 읽어볼 수 있으므로, 미리 내용을 공부하고 싶은 분들에게는 추천한다. 그리고 당일날 법문에 관한 내용이 인쇄된 책자나 자료들도 법회장소에서 받아볼 수 있다.
법회가 열리는 방 안에는 승려들과 티벳사람들만 입장이 가능하다. 그 외의 사람들은 방 주위를 빙 둘러싸고 앉아있거나 그 밑의 층에도 사람들이 가득 앉아있었다. 티벳 학교에서 단체로 온 학생들은 바깥쪽 가장 가까운 장소에 자리를 미리 블럭시켜 놓은 것 같았다.
그래도 한국섹션은 달라이 라마가 입장할 때 얼굴이라도 볼 수 있는 장소에 있어서 다행이었다.
달라이 라마의 법회가 끝나고 중간시간에 절에서 승려들이 직접 만든 티벳식 빵과 차를 나누어 주었다. 티벳식 빵은 겉으로 보기에는 기름이 없는 호빵처럼 생겼는데, 속은 촉촉하게 꽉 들어찬 느낌이라 크게 한 입 베어먹으면 한참 씹어야 하는 아주 알찬 빵이다. 아무 맛도 안나는 플레인 빵이지만 뭔가 고소한 느낌이 있어 한번 먹어보고 반해서 한 개 더 받아서 먹고 말았다. 그리고 법회 마지막 날에는 수백개의 상자속에서 수만가지의 과자, 스낵들을 법문 들으러 온 사람들에게 나눠주었다. 양이 엄청 많으니 욕심내지 말고 골고루 뒤쪽으로 돌려서 먹으면 좋을 것 같다. 그리고 한국팀에서는 한국에서 오신 보살님께서 김밥과 빵 등을 준비해 오셔서 법회에 온 한국 사람들에게 나누어주셨다. 그날 나는 한국 김밥을 다람살라의 달라이 라마 템플에서 먹을 수 있는 기적을 맛보았다.
전에는 달라이 라마의 법회가 더 자주 있었는데, 일정으로 바쁘신 탓도 있고 연세가 드신 탓도 있어서 예전만큼 자주 다람살라에서 법회를 하지는 않는다고 한다. 법회를 들으면서 내내 내가 이해하고 있던 붓다의 가르침을 너무나 정확하고 명료하게 짚어주신다고 생각하며 들었었다. 그 중 가장 기억에 남는 말씀은 불교가 하나의 종교로서 자리하고 있지만, 그저 종교적인 의미로 무언가를 맹목적으로 믿는다는 것이 아니라 붓다의 가르침을 배우고 깨달아 살아가는 것이 우리가 가야 할 길이라는 말씀이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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