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라이라마 가르침을 받으러 다람살라로 가다


인도에 처음 왔을 때는 어디를 가든 육로로 가려면 최소 10시간은 가야 한다는 것에 막막함을 많이 느꼈었다. 도로상태가 괜찮다면 어떻게든 견뎌보겠는데, 정말 말도 안되는 상태의 고속도로를 많이 보아왔기 때문에 그것 때문에 고생도 많이 했다. 한평생 멀미없이 살아온 나에게 생애 최초의 차멀미 경험을 선사해 준 곳이 바로 인도이다.



다행히도 이번의 내 이동경로는 그렇게 나쁘지 않았다.


리시케시-다람살라


직행버스가 있다. 내가 선택한 것은 세미 슬리퍼(Semi-Sleeper)버스로 리시케시에서 14시간 정도 직행으로 다람살라까지 가는 버스였다. 세미슬리퍼버스는 좌석이 뒤까지 많이 넘겨질 만큼의 공간이 있어 그럭저럭 잠을 자면서 올 수도 있다. 하지만 다른 버스와 마찬가지로 발은 항상 아래로 놓여지기 때문에 잠을 잘 못 자는 사람들은 맨 앞 좌석이 좋을 것 같다. 그리고 가능하면 오른쪽이 나을 것이다. 왜냐하면 왼쪽 맨 앞은 문이 바로 열리는 앞에 위치해 있어서 불편하다. 버스 예약은 가장 간편하게 Redbus 라는 온라인 앱을 이용할 수 있다. 다람살라 행 뿐만이 아닌 인도 전국의 버스 예약이 가능하기 때문에 알아놓으면 아주 유용한 앱이다. 그리고 리시케시에서 출발하는 버스를 예약 할 때 승하차 장소를 잘 보고 예약하는 것이 좋다. 장소는 같은 리시케시라고 되어 있으나 타는 곳이 다 다르고 그중에는 꽤 안으로 들어가야 하는 곳들도 있으니 말이다. 


내가 버스를 탔던 곳은 리시케시 마켓 500미터 가량 전 Gurudev tour라는 여행사의 맞은편이었다. 버스승강장에 도착하니 버스가 3시간 연착됐다고 여행사 직원이 무심히 알려주었다. 핸드폰 번호도 다 기재되어 있는데 미리 연락을 주지 않았냐고 했지만 변명만 늘어놓을 뿐이었다. 우리가 제일 처음 그 버스를 예약했고 버스시간이 그 이후에 변경되어서 우리 이후에 예약한 사람들은 다 정시간인 3시간 뒤에 버스를 타러 왔다. 역시 인도다. 예정보다 3시간 정도 늦어진 다음날 오전 10시 정도에 다람살라에 무사히 도착했다.




달라이라마의 법회에 가려면 패스를 먼저 받아야 한다. 달라이라마 신변상의 안전 등으로 법회에 가는 모든 사람들의 신원을 일일이 다 확인한다. 신청은 맥로드 간지(McLeod Ganj)에 위치한 브렌치 세큐리치 오피스(Brandch Security Office)에서 가능하다. 세큐리티 오피스는 박수나드 로드(Bhagsunath Road)에 위치해 있으며 등록 가능 시간은 오전 9시에서 오후 1시 그리고 오후2시에서 오후5시사이이다.

온라인으로 신청이 가능하다고 웹사이트에 나와 있었는데, 누를 때마다 계속 에러가 나서 결국은 직접 이메일을 보내서 오프라인 신청 가능여부를 확인한 후 갔다. 늦게 신청하면 자리가 다 찰것 같아서 이메일을 보낸거였는데, 웬만하면 다 들어갈 수 있는 것 같으니 안심하고 적어도 법회 전날 5시 전까지 오피스에서 신청하면 된다. 이미 이전에 패스를 받은 적이 있었던 사람은 전에 사용했던 패스를 갖고 가면 바로 등록이 가능하다. 신청 비용은 따로 없으나, 패스에 사용된 목줄비 10루피를 낸다. 


그리고 한가지 꿀팁이라면 달라리라마 법회 전날 법회장소에 가보라고 추천하고 싶다.

사실 나는 심각한 길치이기 때문에 법회가 열리는 아침 길헤맬까봐 미리 한 번 와봐야겠다고 생각해서 온 거였다. 그런데 보니 벌써 많은 사람들이 몰려와 있었다. 

자리는 국가별로 한국인, 일본인, 독일인 등등으로 나뉘어져 있었고, 미리 준비해 온 본인의 방석 또는 박스를 잘라서 이름을 써놓고 거기에 붙여놓았다. 한마디로 미리 자리잡기를 해 놓았던 것이다. 그렇게 이름을 써놓고 가면 법회 당일 아침 일찍 와서 자리를 맡아야 하는 번거로움이 줄어든다.

나는 인도친구와 같이 왔었기 때문에 어디에 이름을 써야 하나 고민하다가 그냥 한국인 자리에 이름 써서 붙여놓고 실제로 거기에 앉았는데 아무 문제 없었다.


법회 당일날 아침 달라미라마 템플로 향했다. 숙소가 5분거리에 있어서 편했다. 참고로 핸드폰은 어떠한 경우에도 반입이 불가하므로 핸드폰을 들고 온 사람들은 절 입구에 해드폰 맡기는 곳에 맡기고 들어가야 한다. 나도 처음에는 핸드폰 놔두고 오는 생각을 못하고 세큐리티 체크에서 걸려서 다시 입구로 나가 핸드폰을 맡기고 번호표를 받아와야 했다 그리고 나올 때 사람들이 한꺼번에 찾으러 몰려들어 오래 줄서서 기다려야 했으므로 핸드폰은 그냥 숙소에 놔두고 오는 것이 나을 듯하다. 


입구에서는 인도/티벳 사람들과 외국인의 입장게이트가 따로 있었고, 가방 하나하나 다 열어서 꼼꼼하게 소지품 검사도 하였다. 그래서 사실 두 번째 날은 그냥 빈 가방에 라디오만 달랑 넣어서 갔더니 금방 통과할 수 있었다. 







그리고 또 하나의 필수 준비물 라디오이다. 

달라이라마는 티벳어로만 말씀하시므로, 각 나라별 마다 직통역사들이 바로바로 통역을 해준다. 각 언어별 라디오 주파수를 안내해 주니 거기에 맞춰 주파수만 맞춰주면 된다. 혹시 라디오가 없더라도 근처 전파상이나 핸드폰가게에서 라디오 판매한다고 적혀있으니 거기 들어가서 가격 비교해보고 구매하실 수 있다. 사실 우리나라 불교 법문이 다 중국에서 온 거라 말이 너무 어려워 알아듣기가 힘들었다. 영어를 중급이상 하신다면 영어로 듣는 것이 훨씬 이해하기 쉬울 듯 하다.

우리나라 섹션에는 한국에서 오신 승려분들도 꽤 계셨었는데, 법회 전 달라이 라마 템플에서 상주하시는 한국 승려분이 잠시 들렀다 가시기도 했다. 구별을 하는 방법은 승려복의 색이 다르기 때문에 가능하다. 한국은 회색에 갈색승려복인데 티벳 불교도들은 벽돌색에 노란색을 입어서 확실히 차이가 난다.

그리고 그날 법문에 관한 주제와 자료는 인터넷으로 다운 받아서 읽어볼 수 있으므로, 미리 내용을 공부하고 싶은 분들에게는 추천한다. 그리고 당일날 법문에 관한 내용이 인쇄된 책자나 자료들도 법회장소에서 받아볼 수 있다.


법회가 열리는 방 안에는 승려들과 티벳사람들만 입장이 가능하다. 그 외의 사람들은 방 주위를 빙 둘러싸고 앉아있거나 그 밑의 층에도 사람들이 가득 앉아있었다. 티벳 학교에서 단체로 온 학생들은 바깥쪽 가장 가까운 장소에 자리를 미리 블럭시켜 놓은 것 같았다. 

그래도 한국섹션은 달라이 라마가 입장할 때 얼굴이라도 볼 수 있는 장소에 있어서 다행이었다.


달라이 라마의 법회가 끝나고 중간시간에 절에서 승려들이 직접 만든 티벳식 빵과 차를 나누어 주었다. 티벳식 빵은 겉으로 보기에는 기름이 없는 호빵처럼 생겼는데, 속은 촉촉하게 꽉 들어찬 느낌이라 크게 한 입 베어먹으면 한참 씹어야 하는 아주 알찬 빵이다. 아무 맛도 안나는 플레인 빵이지만 뭔가 고소한 느낌이 있어 한번 먹어보고 반해서 한 개 더 받아서 먹고 말았다. 그리고 법회 마지막 날에는 수백개의 상자속에서 수만가지의 과자, 스낵들을 법문 들으러 온 사람들에게 나눠주었다. 양이 엄청 많으니 욕심내지 말고 골고루 뒤쪽으로 돌려서 먹으면 좋을 것 같다. 그리고 한국팀에서는 한국에서 오신 보살님께서 김밥과 빵 등을 준비해 오셔서 법회에 온 한국 사람들에게 나누어주셨다. 그날 나는 한국 김밥을 다람살라의 달라이 라마 템플에서 먹을 수 있는 기적을 맛보았다.



전에는 달라이 라마의 법회가 더 자주 있었는데, 일정으로 바쁘신 탓도 있고 연세가 드신 탓도 있어서 예전만큼 자주 다람살라에서 법회를 하지는 않는다고 한다. 법회를 들으면서 내내 내가 이해하고 있던 붓다의 가르침을 너무나 정확하고 명료하게 짚어주신다고 생각하며 들었었다. 그 중 가장 기억에 남는 말씀은 불교가 하나의 종교로서 자리하고 있지만, 그저 종교적인 의미로 무언가를 맹목적으로 믿는다는 것이 아니라 붓다의 가르침을 배우고 깨달아 살아가는 것이 우리가 가야 할 길이라는 말씀이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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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날리(Manali)히마찰 프라데시(Himachal Pradesh)주의 유명한 힐스테이션 관광지이다. 몰 로드 같은 시내에 나가지 않는 이상 모든 길들이 오르락 내리락 좁은 골목들의 연속이라 나같은 길치에게는 풀 수 없는 미로를 걷고 있는 듯한 느낌을 준다. 그 중에서도 특히 올드마날리 지역을 걷다 보면 문득 내가 지금 어디에 서있나 하고 길을 걷다 두리번 거리게 된다.



꼬불꼬불 끊임없이 이어진 오르막길에 빼곡히 자리잡은 음식점, 바, 가게들, 여기저기서 들려오는 라이브뮤직, 오토바이 소리, 사람들의 웃음소리, 히피적인 감성이 농후한 하지만 산의 깊은 기운을 동시에 느낄 수 있는 마력이 있는 장소이다.

우리는 마날리를 두 번 들렀는데, 첫번째 들렀을 때는 바시스타 템플(Vashistha Temple)근처의 숙소에 머물렀다. 템플 근처는 차량 통행이 금지되어 있어서 언덕 중간의 유료 주차장을 이용하거나, 바이크를 타고 여행하는 경우에는 마을 사람들이 자신들의 집 앞마당에 주차장으로 마련해 놓은 장소에 주차하고 비용을 지불할 수도 있다. 내 기억으로는 하룻밤에 200루피를 달라고 했었다.

주차를 하고 짐을 들고 언덕길을 올라 알 수 없는 골목 안쪽으로 들어가는 길의 카페 야외 좌석에서 커피 마시던 살짝 눈이 풀린 듯한 여행객들의 모습이 왠지 기억에 남는다. 아무것도 없을 것 같은 골목을 돌아 들어가니 번듯한 건물이 나타났고 거기가 우리의 숙소였다.

짐만 내려놓고는 바로 밖으로 향했다. 그 상쾌한 공기가 콧속까지 깊게 우리의 기분을 풀어주었다.





사실 해외 여행 다닐 때 꼭 한식당을 찾아 한식을 먹는 여행객들을 전에는 이해할 수 없었다. 하지만 인도 여행이 10개월차로 접어드니 인도 어디를 가나 한식당이 어디에 있나 하는 것을 검색하고 있는 나를 발견하고는 역시 어렸을 때 부터 먹던 입맛은 어찌할 수 없구나 하고 깨달았다.

사실 그날은 따로 한식당을 찾은 건 아니었는데, 바시스타 템플 근처를 걷다 우연히 한식당을 가리키는 표지판을 발견하고는 그냥 가보기로 하였다.

'오원' 이라는 한식당이었는데, 산등성이에 위치해 있어 훌륭한 뷰를 자랑한다.

제육볶음과 삼계탕을 시켰는데, 제육볶음은 그냥 먹을 만했고, 삼계탕은 일단 양이 많아서 좋았다. 삼계탕과 삼계죽의 중간 쯤 될 것 같다. 추운 날 배를 따뜻하게 채울 수 있어서 너무 좋았다.


바시스타 템플 바로 뒤에는 무료로 이용가능한 온천이 있다. 추운날 산에서 뜨거운 온천에 몸을 푼다고 생각하는 것 만으로도 기분 좋은 일이었지만 솔직히 처음에는 반신반의했다. 왜냐하면 무료온천이었고, 나는 인도에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어짜피 무료입장이라 들어가보고 아니면 나오면 되지 하는 생각으로 들어갔는데, 생각보다 깔끔하고 뜨거운 온천수도 콸콸 쏟아져 나왔다. 노천탕은 아니지만 제대로 된 탈의실이라든지, 그 외 다른 시설들이 전혀 없다. 그래도 국내 관광객 뿐 아니라 외국인들도 꽤 많이 들어와 온천을 즐기다 갔다. 재미있었던 건, 인도사람들은 다들 옷을 입은 상태에서 탕 안으로 들어온다는 것이다. 내가 인도네시아에 살 때도 현지사람들은 바닷가에 뛰어들 때 입고 있던 티셔츠 채로 뛰어들었던 기억이 났다.

깨끗한 온천수에 무료입장이다보니 하루종일 사람들이 어느정도는 있는데, 특히 해가 지기 전 늦은 오후부터 저녁은 사람들이 많이 몰린다고 한다. 이른 아침이나 적어도 오전중에 여유있게 가보는 것이 좋을 것 같다.



Vashisht 온천 운영시간은 오전 7시-오후1시, 오후2시-밤9시이다.


그 외에 우리가 방문했던 곳은 마누 템플(Manu temple), 마날리 자연공원(Manali Nature Park) 그리고 마날리 시내와 그 주변을 무작정 걸었다.


마누 템플은 마날리를 두번 째 방문했을 때 들렀다. 숙소가 올드 마날리에 위치해 있었고 절은 걸어서 10분 거리에 위치해 있었다. 오래된 목조건물로 크지 않은 아담한 템플이었지만, 거기에 한동안 앉아있자니 마음이 차분 해 지는 느낌이었다. 절 뒤로 산책길이 마련되어 있어 동네 뒷산 산책하는 느낌으로 천천히 걷다보면 아주 훌륭한 뷰를 볼 수 있으므로 시간이 된다면 가보시길 권한다. 입장료는 따로 없고 절 안으로 들어가면 보시를 받는 분이 계시므로 원하신다면 보시를 하는 것도 좋을 것 같다.


마날리 자연공원은 마날리 중심가에서 멀지 않은 곳에 있다. 입장료는 30루피이다. 

우선은 조용해서 좋았다. 마날리는 관광지로 유명한 곳이라 외국인들 뿐 아니라 국내 관광객들이 많이 몰려온다. 그래서 몰 로드 같은 중심가로 나가면, 특히 점심, 저녁때는 발디딜 틈 없이 북적이는 곳이다. 

그러나 마날리 자연공원은 바로 그 중심가 가까이에 있으면서도 자연의 아름다움과 고요함을 즐길 수 있다. 날이 좋은 오후에 가면 따뜻한 햇살과 함께 풀밭에 드러누워 인생의 여유로움을 즐길 수도 있다.

그리고 한가지 해보면 재미있을 액티비티로 추천해 볼만한 것은, 마날리 자연공원 안에 들어가면 마날리 전통 옷을 대여해주는 공간이 있다. 대여비가 100루피 정도 되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100루피면 2000원도 채안되는 돈이니 다채로운 색깔의 마날리 전통 옷을 입고 기념사진 한번 찍어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원한다면 그 주위에 대기하고 있는 사진사들에게 사진을 부탁해도 좋다. 사진사들이 요구하는 유치한 여러가지 포즈들을 취해서 사진을 찍고 그 중에 마음에 드는 사진을 골라 구입 할 수 있다. 나중에 돌이켜보면 즐거운 추억들로 간직할 만한 사진들이 될 것이다.


나는 무작정 길을 걷는 것을 좋아한다. 물론 핸드폰이 터지는 지역안에서 이기는 하지만 말이다. 무작정 걷다 보면 구글에는 나오지 않는 의외의 맛집을 발견한다거나 샛길 또는 지름길을 발견하는 재미가 있다. 특히나 길치로 치자면 전세계에서 1등 할 법만 나같은 사람에게는 지도보고 걷기나 그냥 걷기가 마찬가지인 경우가 많긴 하지만 말이다.

이 음식도 길을 걸어가다 우연히 들어간 음식점에서 알게 된 것인데, 바로 싯두(Siddu)라는 음식이다. 우리의 겨울 찐빵과 흡사하지만 그보다 조금도 길죽한 럭비공 모양의 음식이다. 



야채나 치즈 등으로 속을 채워 쪄낸 음식으로 히마찰 프라데시 중에서도 꿀루(Kullu), 마날리(Manali), 심라(Shimla) 지역에서 유명한 전통 음식이다.



찐빵 같으면서도 무언가 그 지역 고유의 맛이 있으며, 추운 겨울날에 먹기에 딱인 것 같은 음식이었다. 인도는 워낙 큰 나라인데다 지역마다 고유의 특색이 강하기 때문에 그 지역음식이라고 소개되는 음식은 꼭 그 고장에서 한번쯤 먹어보기를 추천한다.


마날리 중심가지역을 천천히 걷다보면 산양울 숄같은 산양울로 만들어진 제품들을 많이 발견할 수 있다. 나는 산양울 숄 가게를 우연히 지나치다 숄 한개를 200루피에 구입하였다. 200루피면 원화로 4000원 정도 하는데, 울 100%이다. 다양한 패턴들이 있었는데 그 중 겨우 한 개를 골라 돈을 지불하고 나왔다. 입어보고 마음에 들면 다른 히마찰 프라데시 지역에서도 살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그 이후로 계속 히마찰 프라데시를 여행하면서 200루피의 산양울 숄은 발견하지 못하였다. 


그리고 우연찮게 우리가 머물렀던 숙소 바로 앞에 한식당이 하나 더 있었다. 

'Yun cafe'라는 곳이었는데, 카페라고 되어 있어서 처음엔 반신반의하며 들어가 보았다. 하지만 정말 반전이었다. 식당 주인이 한국 아주머니시이신데, 반찬도 주메뉴도 직접 관리하신다. 정말 오랜만에 한국음식 같은 음식을 맛보았던 곳이다. 인도분과 결혼하셔서 거기에 자리잡고 사신다고 하셨다. 마날리 여행하시다 한국음식이 그리우시다면 꼭 여기에 와서 식사해보시기를 바란다. 뭔가 따뜻한 느낌이 있는 곳이다. 



마날리가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유명한 관광지는 아니다. 사실 인도 자체가 우리나라에서 아직까지 그리 인기있는 관광지는 아니지만 말이다. 내가 마날리를 여행하면서 느꼈던 것은 정말 기회가 된다면 다시 한번 와서 조금 더 오래 머물고 싶다는 것이었다. 지역 고유의 특색이 강하면서도, 호주의 바이런베이를 좁게 구겨 말아넣은 듯한 히피적인 느낌도 있다. 관광객들로 시끌벅적하고 붐비지만 뭔가 여유가 느껴지는 그런 곳이었다. 







레(Leh)의 풍경은 굉장히 신선하게 다가왔다. 거기엔 너무나 건조한 아름다움이 있었다. 내가 지금껏 살면서 보아왔던 익숙한 색들이 아니었다. 약간 탁한 듯 깊어보이는 선명한 하늘색 아래 닿을 듯 말 듯한 메마른 사막의 산들. 도심가운데에는 꼿꼿하게 솟아있는 푸른색의 겨울나무들.

서로 전혀 어울리지 않을 것 같아 보이는 것들이 부자연스럽게 완벽한 조화를 이루고 있었다.



우리가 첫 번째로 향한 곳은 레 궁전(Leh Palace)이었다.


레는 해발 3500미터의 고산지대에 위치해 있다. 그래서 조금만 걸어도 숨이 가빠져왔다. 나는 레 궁전 입구까지 올라가는 계단도 한번에 오르지 못해 중간에 멈춰 헉헉하고 숨을 고른 후 다시 올라가야 했다. 

입장료는 외국인 100루피, 인도사람은 15루피이다.


안으로 들어가면 각 건물과 방마다 사진, 전시물들을 관람할 수 있게 해 놓았다. 그리고 층마다 밖으로 나올 수 있는 문이 있어 밖에서 따뜻한 햇살을 맞으며 잠시 풍경을 바라보는 여유를 가질 수 있어 좋았다.



레의 사람들은 라다키라고 불리는 지역언어를 사용하고 있는데, 겉으로 보기에는 글자도 소리도 티벳어와 흡사하다. 현지사람에게 물어보니 비슷해 보여도 뜻이 서로 통하지는 않는다고 한다. 그 외에도 인도 현지 관광객들과는 힌디어로도 소통이 가능하며 관광지답게 영어를 사용하는 사람들도 많이 찾아볼 수 있다. 

이 지역이 관광지가 되어 사람들이 찾아오기 시작한 것은 도로가 트이고 비행기편이 가능해지면서 부터인데, 그것이 불과 35년 전이라고 한다. 흰쌀같이 우리에게는 너무나 당연한 음식들이 보편화 된 것도 그 이후부터라고 하니, 그 이전의 고립된 삶은 어땠을까 하고 상상을 해 보았다. 게스트 하우스에 머물 때에도 항상 물부족현상으로 인하여 물을 아껴쓰자고 군데군데 적혀있었던 기억이 난다. 그나마 여름에는 산에서 눈이 녹아 내려오면서 그 물로 부족한 물의 양을 보충할 수 있지만 겨울에는 모든 것이 그야말로 꽁꽁 얼어버린다.

내 얄팍한 생각으로는 춥고 고립되어 모든 자원이 부족한 이런 곳에서 살아가다 보면 서로 남에게 인색해지고 팍팍해 지지 않을까 했는데, 놀라웠던 것은 지금까지 여행하면서 만났던 어느 지역의 인도 사람들보다 더 많이 웃고 따뜻하고 친절했다. 

이런 얘기를 인도 친구에게 했더니, 그건 오히려 환경이 그렇기 때문이라고 했는데, 그 말이 맞는 것 같다.



해가 지기 전 우리는 샨티 스투파(Shanti Stupa)로 향했다.

스투파는 끝이 둥근 돔 형태의 불탑을 지칭한다. 처음에 니치다츠 후지이(Nichidatsu Fujii)라는 일본의 승려에 의해 평화의 파고다(peace pagoda)의 일환으로 제안되어 일본 승려 빅슈 교모 나카무라(Bhikshu Gyomo Nakamura)와 뉴델리 출신의 라다크 라마 쿠쇽 바쿨라(Kushok Bakula)의 감독아래 건설되었다. 

니치다츠 후지이는 인도의 마하트마 간디를 만난 후 그의 평화 정책에 깊은 영감을 받아 평화의 파고다를 통해 평화를 전하고자 한평생을 봉사한 일본의 승려이다. 아시아, 미국, 유럽등지에 80여개의 탑을 지었다.

비단 이러한 종교적인 이유 뿐만이 아니라 그곳에서 바라보는 뛰어난 광경으로 유명한 관광지가 되기에 충분한 곳이다. 무엇보다도 입장료가 따로 없다는 점이 좋았고, 해가 지기 전 도착하여 운이 좋으면 아주 아름다운 선셋을 볼 수 있다. 



라다크에서는 캄비르(Khambir)라고 불리는 빵을 맛볼 수 있다. 통밀로 만들어 구워 겉은 바삭하고 속은 말랑한 건강빵이다. 거기에 버터티(수유차)를 곁들인다. 버터티는 라다크, 티벳 지역의 유목민들이 즐겨 마시는 차로 추운 날씨에 몸을 따뜻하게 데워줄 수 있어 즐겨 마신다. 뜨거운 물에 차잎, 버터, 소금을 넣어 만든다. 전통적으로는 산양버터를 사용 하지만 외부와의 교류가 활발해진 요즘은 저렴한 가격의 버터를 쉽게 구할 수 있어 산양버터 대용으로 많이 사용된다고 한다.



라다크로 오는 길에 잠깐 들른 작은 마을에서 처음 버터티를 맛보았는데 짭짤하고 밍밍하고 뜨거운 버터맛이 나서 몇 모금 홀짝이다 남겼었다. 레에 도착 한 이후 다시 한번 도전하였으나, 역시 나의 입맛에는 그리 맞지 않는 것 같다.



레에서는 뚝바, 모모같은 대표적인 티벳쪽 음식을 많이 볼 수 있어서 좋았다. 실제로 현지의 라다크 사람들은 네팔, 티벳쪽 사람들처럼 몽골쪽 아시안 느낌이 많이 나는 우리와 비슷한 생김새여서 더 정이 많이 갔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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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상이라는 말이 지금 우리가 살아가는 시대보다 더 필요한 적이 없었던 것 같다. 우리는 언제나 너무나 빨리 돌아가고 변화하는 시대를 불안하게 살아가고 있다.


요가 수련을 시작하면서 위빳사나(Vipasana)수련법에 대해 알게 되었다. 인도에 있을 때 기회가 된다면 히말라야 산속에서 해보고 싶었으나 인기가 많은 센터는 항상 일찍 선착순 마감이 되어 안타깝게도 기회가 없었다. 하지만 우리나라에도 담마코리아 위빠사나 센터가 있다는 것을 알고 신청접수시작 전날 밤 12시까지 기다렸다가 얼른 신청완료하여 이튿날 바로 확정 이메일을 받을 수 있었다.




담마코리아 위빳사나 명상센터는 전라북도 진안군 마령면 덕천로의 조용한 곳에 위치해 있다. 여기에서는 윗빠사나 10일 명상코스에 관한 전반적인 이야기를 해보고자 한다. 명상법 자체에 대한 이야기는 사실 직접 가서 고엥카 구루지의 설명을 듣고 지도선생님의 가이드 아래 하는 방법이 맞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명상법 자체에 대한 자세한 이야기는 자세히 하지 않도록 하겠다.



나는 진안시외버스터미널에서 덕천로로 가는 버스를 탔다. 카카오맵에 나온대로 가면 되는 줄 알고 마음놓고 있었는데, 그 정보는 맞지 않았다. 그냥 시외터미널 게시판에 적혀있는 시간표대로 그 시간에 서 있으니 버스가 들어오고 타기 전에 기사님께 다시한번 확인 후 탔다. 참고로 시간표에 덕천로를 찾아서 그 버스번호를 확인해 타면 된다. 버스에 탄 후에는 기사님께 목적지를 말씀드리고 그 정류장에 세워달라고 부탁드렸더니 담마코리아 바로 건너편에 있는 정류장에 세워주셨다. 다른 방법으로 가는 길은 담마코리아 웹사이트에 자세히 소개가 되어 있으니 참고하시면 될 것 같다.


체크인은 오후 2시부터이며, 간단한 서류작성을 하고 핸드폰, 차키, 귀중품을 락커에 맡긴다. 그러면 방 키를 받는데, 방에서 짐을 풀고 저녁전 간단한 센터소개를 해준다. 저녁을 먹은 후 잠시 쉬었다 담마홀에서 이번 명상코스를 위한 오리엔테이션이 열렸다.


이번 명상코스를 어떠한 자세로 임하면 좋을지, 그리고 거룩한 침묵은 무엇인지 등등 여러가지를 말씀 해 주신다. 명상코스 진행 내내 침묵을 지켜야 하며, 눈짓이나 몸짓으로도 의사소통을 해서는 안되며 간단한 산책 이외의 어떤 육체적인 운동도 금지사항이다. 다만, 자원봉사자나 매니져분들과 의사소통을 해야 할 때나 지도선생님과 면담을 하는 동안에는 침묵을 지키기 않아도 괜찮다. 한마디로 코스에 참여하기 위해 온 수련생들과는 절대 거룩한 침묵을 지켜야 한다.


그 다음날부터는 새벽 4시 기상을 시작으로 시간표대로 종치면 일어나고, 종치면 밥먹고 종치면 명상하러 명상홀로 가면 되는, 그야말로 생각이 필요 없이 나를 놔버리기 아주 좋은 여건이 형성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새벽부터 밤까지 매일 앉아 명상을 하는 것은 정말 쉬운 일이 아니었다. 특히 둘쨋날에는 온갖 잡념과 상념들이 머릿속을 덮쳐 새카맣게 타버리는 줄 알았다. 그러나 그런 상태가 신기하게도 셋째날에서 넷째날로 넘어가면서 조금씩 차분하게 가라앉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수련생들은 여자, 남자가 엄격하게 분리되어 있으며, 명상홀 들어가는 입구, 숙소 입구, 식당 들어가는 입구가 전부 분리되어 있다. 그 중에서도 구수련생과 신수련생으로 나뉘어지는데, 구수련생이란 한번이라도 위빳사나코스에 참여하여 마친 적이 있는 수련생들이다. 보통 맨 앞줄부터 구수련생 그리고 신수련생은 나이가 많음에서 적음 순서대로 자리를 배정받는다. 자신의 자리가 있으니 매번 명상하러 들어올 때 어디에 앉지 하는 생각을 할 필요가 없다.


숙소는 대부분이 개인실이며 2인실이 5-6개 정도 되었다. 구수련생들은 모두 개인실을 사용했고, 신수련생들 중 나이가 가장 어린 사람들 순서대로 2인실을 배정받았다. 어짜피 객실안에서는 잠만 잤으므로 불편한 점은 없었다. 


명상홀은 크게 단체명상홀이 있고, 한명씩 들어가 명상할 수 있는 곳이 있는데, 그곳은 셀이라고 불린다. 셀은 구수련생들만 사용할 수 있으며, 지도선생님의 허락하에 사용이 가능하다. 그리고 모든 수련생들은 매일 본인의 신청하에 지도선생님과의 면담이 가능하므로 궁금한 사항이 있다면 고민하지 말고 적극적으로 면담을 이용해 보면 좋을 것 같다.


다음은 가져가면 도움이 될 만한 준비물들이다.


화장실 휴지- 개인이 준비해야 하며 혹시 다 떨어졌을 경우에는 자원봉사자 매니져님께 말씀드리고 체크아웃 시 정산이 가능하다.

시계- 나는 알람시계를 준비 해 갔는데, 굳이 필요하지는 않을 것 같다. 일어나는 시간부터 명상 시작 10분 전, 명상 끝나는 시간, 식사시간 등 모든 것을 자원봉사자 매니져님께서 종소리로 알려주신다. 다만 작은 손목시계 정도는 시간을 확인하는 데 쓰일 수 있을 것 같다. 

실내화 또는 실외용 슬리퍼- 숙소에서 명상홀로 그리고 식당으로 계속 이동해야 하므로 운동화 같은 것 보다는 편하게 신을 수 있는 실외용 슬리퍼가 있으면 편하다. 그 외에 겨울에는 실내화가 필요한 분들은 가져가는 것도 좋을 듯 하다. 



코스가 끝나면 감사의 마음으로 보시를 할 수 있는 시간이 마련된다. 어떤 방법으로든 감사의 마음을 전달할 수 있다. 돈, 물건 또는 자원봉사의 방법등이 있으며, 현재 보시할 여력이 되지 않는다면 나중에라도 언제든지 그 문은 열려있다. 



명상을 신청할 때나 코스가 시작하기 전 자신의 몸이나 정신 건강 상태에 대해서 미리 센터측에 알려야 할 부분이 있다면 꼭 말씀하는 것이 좋다. 

전에 인도의 첸나이 센터에 윗빠사나를 신청 한 적이 있었다. 확정 이메일을 받기 전 센터측으로 부터 연락이 왔다. 신청할 때 다른 명상법을 수행중인지 묻는 란이 있었는데 나는 사드구루의 샴바비마하무드라(Shambhavi mahamudra)를 수행중이었고, 그렇다고 적었더니, 윗빠사나코스 적어도 한달 전에는 지금 하는 수행법을 멈추는 것이 좋다는 말을 들었고, 그렇게 한다면 신청을 받아들이겠다고 하였다. 그 이유는 두 수행법 모두 아주 강력한 힘을 가진 수행법이기 때문에 두 개를 같이 병행하기보다는 한가지를 집중해서 하는 것이 낫다는 이유에서였다. 충분히 이해가 가는 말씀이었지만, 나는 그때 내가 하고있던 수행법을 배운지 얼마 되지 않아 매일 꾸준히 하여 내 생활안으로 들여놓고 싶었던 시점이었기 때문에 다음을 기약하기로 하였다.

그 외에 우울증 등을 앓고 있다거나 매일 약을 복용해야 하는 상황에 있다면 코스가능 여부를 미리 상담받아보아야 한다.

코스를 마치고 나서 담마코리아가 증축된다는 소식을 접했다. 지금보다는 좀 더 나은 시설에서 더 많은 사람들이 코스에 참여할 수 있기를 바란다. 코스는 기본적으로 10일코스이지만 구수련생들을 위한 장기코스도 있으며, 우리나라에서도 얼마전에 구수련생들을 위한 장기코스가 새로이 마련되었다. 



구수련생들은 전세계 어디에 있는 센터에서든 자원봉사 할 수 있는 자격이 주어진다. 전세계를 여행하면서 담마센터에서 자원봉사할 기회가 주어진다면 그것또한 너무나 기쁠 것 같다. 

마지막으로 코스내내 수련생들이 편안히 코스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항상 도와주신 자원봉사자분들과 지도선생님께 감사의 말씀을 전한다.



우리가 지나온 경로는 이렇다.

리시케시(Rishikesh)-쇼기(Shogi)-꿀루(Kullu)-마날리(Manali)- 지스파(Jispa)-탕글랑라(Tanglangla)-레(Leh)


리시케시를 떠난 이후 무려 여섯째 날이 되어서야 목적지인 레에 도착할 수 있었다.

앞선 글에서 말씀드렸듯이 로탕패스퍼밋을 받느라 이틀이 지연되어버렸지만, 꿀루와 마날리가 너무 좋아서 즐거워서 돌아오는 길에 다시 한 번 들르기로 하였다.




마날리를 출발해 로탕 정상을 향할수록 길은 조금씩 더 험해진다. 꾸불꾸불한 산등성이는 말할 것도 없이 녹은 눈으로 파인 길은 물로 가득한 웅덩이를 만들어내고 있었다. 

마날리를 지나 115km가량 떨어진 곳에 키롱(Keylong)이라는 마을이 있는데 적어도 이곳에서는 기름통을 꽉꽉 채워주고 휴대용 기름통도 바이크에 따라 다르겠지만 2-3통은 준비해야 한다. 왜냐하면 키롱이후에는 레에 가까워질 때까지 주유소가 없기 때문이다. 

만약 급하게 기름이 필요하다면, 중간중간 나오는 마을에서 조금씩 살 수는 있지만 가격은 훨씬 비싸다. 키롱을 지나면 이제는 정말 인적이 드문 오지탐험 같은 느낌이 조금씩 나는 길들이 보인다. 군데군데 쉬어갈 수 있는 캠프장이 보이고 국경에 가까워질수록 군부대 시설들도 눈에 띈다.


조금만 더 달리다 보면 그나마 인적이 있는 편에 속하는 마을인 지스파(Jispa)라는 곳을 지나게 되는데, 거기에서부터는 원래 갖고 있던 휴대전화 신호가 아예 잡히지 않는다.

우리는 마날리에서 만난 커플로부터 받은 정보로 한 숙소를 찾았다. 1박에 1500루피라고 한 것을 소개를 받아서 왔고, 그 커플은 1100루피에 하루 머물러 갔다고 하니, 식사가 포함되지 않은 가격이라면 1100루피에 머물러도 좋다고 하여 짐을 풀고 밖으로 잠시 나왔다. 식당이 몇 개, 작은 가게 몇 개가 보이고 놀랍게도 SBI은행도 있었다. 

떠나기 전 바이크를 다시 한 번 점검할 겸 동네 정비소에 들러 바이크를 맡기고 현금을 찾으러 은행 바로 옆에 있는 ATM기로 향했으나 기계고장으로 돈을 인출할 수 없었다. 작은 동네 은행이라 점심시간에는 사람이 없었기 때문에 기다리는 동안 점심을 먹기로 했다.

다음 날 아침 일찍 떠날 채비를 하고 길을 나섰다. 지금부터는 진짜라는 생각에 단단히 몸과 마음을 다잡으면서 말이다.

지스파를 떠나 한 85km가량 지나면 사르추(Sarchu)라는 작은 마을이 나오는데 그곳에서 점심식사겸 잠시 쉬었다 가기로 하였다. 군데군데 이렇게 작은 마을이 형성되어 있는데, 대부분 지나가는 여행객을 위한 곳이다. 우리 옛날 주막 같은 딱 그런 곳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화려하진 않지만 따뜻한 음식이 있으며, 하룻밤 그냥 쉬어가는 그런 집 같은 곳이다.                                                                                                                       


밥을 먹으러 주인 아저씨께 길이 어떤지 여쭤보니, 지금부터는 길이 아주 잘 닦여 있다고 말씀하셔서 안심하며 맛있게 점심을 먹고 다시 출발하였는데, 정말 그 이후의 길은 내가 지금까지 여행하며 본 길중 최악의 길이었다고 감히 말할 수 있다. 



비포장도로가 50km가량 이어진다. 그냥 비포장도로가 아니라 포장도로가 눈과 비 그리고 흙으로 인해 파손된 길들과 뒤섞인 그런 느낌의 비포장도로였다. 자동차로 갔다면 그나마 괜찮았을 것이다. 짐을 가득 실은 바이크로 가는 그 길은 1초에도 수만번씩 끄덕여지는 고개와 몸을 지탱하는 것만으로도 힘들었는데, 거기에 물구덩이투성이인 구불구불한 길이었던 것이다. 그리고 길은 어찌나 좁던지 지나가는 차가 산등성이를 돌아가는 것만 봐도 아찔했다. 그렇게 한 3시간 이상을 달린 것 같다. 드디어 조금씩 길이 좋아지기 시작했다. 


징징바(Zingzingbar)라는 재미있는 이름의 마을을 지났다. 날씨도 좋아져서 오후의 따뜻한 햇살이 조금은 우리를 녹여주어 안심하고 있었다. 하지만 역시나, 조금씩 속이 뒤틀리기 시작하더니 급기야는 더이상 견딜 수 없는 지경에 이르러 레를 100km 남겨두고 탕글랑라(Tanglangla)라는 곳에서 하루 쉬어가기로 하였다. 그때부터는 먹은 것도 없이 계속 토하기 시작하여 나중에는 피까지 토하는 상황에 이르렀다. 

다음 날 아침 일찍 주인아주머니께서 오시더니, 지금 아파도 어떻게든 레까지 가서 병원을 가라고 일러주셨다. 산소가 많이 부족한 고산지대라 쉰다고 하더라도 상태가 절대 호전되지 않을 것이며, 고산지대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들은 많이 고생하는 지점이라고도 하셨다. 나중에 찾아보니 그곳은 해발 5300미터나 되는 정말 고산지대였고, 해발 5300미터라 함은 숙련된 등산가도 산소량이 3분의 1로 떨어지는 곳이라고 한다. 그때는 정말 죽을 것 같았는데, 지금 돌이켜보면 어이가 없어 웃음밖에 나지 않는다.


조금도 몸을 움직일 수 없을 것 같던 상황에서  죽을 힘을 다해 몸을 일으켜 가까스로 레의 위치한 소남 누르부 병원(Sonam Nurboo Memorial hospital)에 도착했다. 응급실로 바로 향하고 싶었으나 웬만한 상황이 아니면 응급실에 갈 수 없다고 하여(나는 죽을 것 같이 아팠지만 겉으로 피를 흘리고 있진 않았으므로) 진료대기표를 받아들고 기다려야 했는데, 내 앞의 대기자수만 족히 30명은 되는 것 같았다. 어쩔 수 없이 다시 병원측에 컴플레인을 하였더니, 그분의 대답은 이랬다. '기다리는 사람들에게 직접 양해를 구해서 먼저 진찰받으러 들어가라' 라고 말이다. 어찌어찌하여 진찰을 받고, 고산지대에서 발병하는 급성 위염판정을 받고서야 침대에 산소마스크를 쓰고 누워 링거를 맞을 수 있었다. 

5시간 가량 지나 상태가 호전되어 퇴원하였지만 그 이후로오 레를 떠날 때까지 숨을 완전히 정상적으로 쉴 수는 없었다. 계단 10개단 올라도 숨이 가파른 상태가 지속되었다. 나중에 약국에 들러 알게 된 것인데, 고산증을 앓고 있는 사람들이 먹는 약을 약국에서 구입할 수 있었다. 사실 이 약들이 크게 도움이 되는지는 잘 모르겠으나, 일단 마음은 조금 더 안정된다.



정리를 해보자면 다음과 같다.

-라다크를 가려면 마날리 하이웨이를 지나야 한다. 

-스리나가르(Srinagar) 하이웨이 쪽으로 빙 돌아서 갈 수는 있다. 길도 훨씬 더 잘 닦여 있다고 한다. 하지만 너무 많이 돌아가야 하기 때문에 대부분의 사람들은 마날리 하이웨이를 지나 라다크로 간다.

-마날리 하이웨이를 지나려면 로탕패스퍼밋을 받아야 하며, 하루 통과차량이 제한되어 있으므로 미리 신청하여 승인을 받는다. 온라인, 오프라인 신청이 다 가능하며 자세한 내용은 이전 포스팅을 참고하시길 바란다. 

-지스파를 지나면 인터넷뿐만 아니라 전화조차도 신호가 전혀 잡히지 않기 때문에, 필요한 정보가 있다면 미리 휴대폰에 저장해 두어야 한다. 레에 도착해서는 거기에서 새로 개통한 심카드로 전화 사용이 가능하다.


다음은 라다크행 바이크트립을 준비하고 계신 분들이라면 꼭 준비해가면 좋을 것들이다.


바이크용 방수용품- 보수공사를 매번 한다고는 하지만 산에서 녹아내리는 눈, 쏟아지는 흙으로 인하여 길은 항상 파손되어 있고, 물웅덩이를 자주 만난다. 방수부츠와 더불어 제대로 된 우의, 그리고 방수장갑을 준비해 가시길 권한다. 아무리 한여름이라도 물에 젖은 상태로 그 길을 지나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기름통- 목적지까지 도달할 수 있을 만큼의 충분한 기름양을 채웠더라도 여분의 기름통은 필수이다. 대자연앞에서는 어떤 일이 일어날 지 아무도 알 수가 없다.

모험심과 도전정신- 구불구불 산등성이오 움푹 파인 길들을 지나 목적지에 도착하였을 때의 그 성취함은 이루 말할 수 없다. 모험심과 도전정신이 없다면 불가능하였을 것이다.


그 외 준비해 가면 좋을 것들


현금- 마날리를 지나고 나면 카드로 결제할 수 있는 곳이 거의 없다. 숙소는 밥값이든 거의 모든 것을 현금으로 해결해야 하고 지스파 이후로는 레에 도착할 때까지 ATM기가 없으므로 사용할 만큼의 충분한 현금을 갖고 가는 것이 좋다.

전기포트- 나는 작은 전기포트를 갖고 있었는데, 인도여행 할 때 항상 유용하게 쓰였다. 나는 커피를 좋아한다. 하지만 인도의 커피는 아메리카노나 카푸치노 같은 것들과는 거리가 먼, 아주 달달한 믹스커피같은 것이다. 큰 도시나 외국인들이 많이 가는 곳이라면 체인 커피점을 찾을 수 있지만 대부분의 장소에서는 아메리카노 같은 커피는 구경할 수 없다. 한 인도분께서 '우리는 그런 커피는 아플 때 약으로 마셔'라고 우스갯소리로 하신 말을 잊을 수 없다. 그래서 원래는 커피용으로 커피 거름망과 작은 원두봉지를 같이 갖고 다니는데, 라면도 같이 끓일 수 있는 포트라 이번 여행에서 꽤나 유용하게 쓰였다. 나처럼 아침에 커피 한 잔의 여유를 즐기실 분이라면 작은 휴대용하나 정도는 준비하셔도 좋을 것 같다.

에어펌프- 무겁지 않고 작아 휴대하기 좋은 에어펌프를 준비하여 갔다. 사용할 일은 없었지만 중간중간 타이어 때문에 고생하는 차량들을 보았으므로 만약의 경우에 대비해서 준비해 가는 것이 좋을 것 같다.

휴대용 산소호흡기- 많은 사람들이 고산병에 대해 잘 실감하지 못한 채로 오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사람에 따라 나타나는 증상들이 다르긴 하지만 비행기를 타고 레로 바로 도착하는 경우에도 심한 고산증을 호소하는 사람이 많다고 한다. 참고로 레는 해발 3500미터이다.



마지막으로 로탕패스와 마날리 하이웨이는 보통 10월부터 5월 초 사이에는 통행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정확한 오픈날짜를 확인후 일정을 잡는 것이 좋다. 


라다크로 향하는 길에서 수많은 바이커들을 만났다.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이 험한 길을 가고자 하는 데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눈 쌓인 산등성이를 하나하나 지나며 무한한 모험심이 생기고, 중간에 안개가 심하게 끼어 눈 앞 20센티미터도 보이지 않았을 때에는 생명의 위협도 느꼈다. 날이 어두워지면 쉬어가는 것이 좋으며 무슨 일이 생겼을 때는 당황하지 말고 침착하게 지나가는 사람들의 도움을 구해야 한다. 

2019/12/03 - [여행, 해외살기/인도, 네팔] - 라다크, 무모한 바이크 로드트립 여행기1

2019/12/05 - [여행, 해외살기/인도, 네팔] - 신비의 도시 레, 라다크 탐험기



자유여행, 특히 혼자하는 여행은 언제나 새로운 가능성이 넘쳐난다.

우선 누군가와 같이 여행할 때처럼 어디를 가고싶은지, 무얼 먹고 싶은지를 상의하고 물어볼 필요가 전혀 없다는 점이 좀더 자신에게 솔직해 질 수 있는 건강한 시간을 만들어 낸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혼자여행의 조미료 역할을 하는 것은 중간중간 만나는 사람들과의 소통과 교류인 것 같다.

오쇼강가담(Osho Ganga Dham)에서 만난 친구의 추천으로 시바난다 아쉬람을 알게 되었다.



시바난다는 보통 스와미 시바난다(Swami Sivananda)로 불리는데, '스와미'라는 호칭은 수행자 또는 요기라는 의미로서 이름 앞에 존경의 의미로 붙인다. 스와미 시바난다는 인도의 타밀나두주에서 태어나 의학을 공부하였으며, 후에 사람들을 위한 일생을 봉사하며 보내신 깨달음을 얻으신 분이다.

시바난다 아쉬람은 그의 제자 중 한 명인 비쉬누 데바난다(Vishnu Devananda)라는 분이 스승의 뜻을 받들어 이후에 설립하였다. 비쉬누 데바난다가 젊은 시절에 시바난다가 그를 불러 밥 한끼 정도 되는 돈을 주며 '이제 요가를 서양으로 널리 알릴 때가 된 것 같다.'고 하며 그에게 미국으로 가라고 하였다고 한다. 미국으로 건너간 비쉬누 데바난다는 스승의 뜻을 받들어 서양세계에 널리 요가를 전파하며, 지금 우리가 흔히 접할 수 있는 요가의 TTC(teacher training course)의 개념을 처음 창시한 장본인이라고 시바난다 아쉬람 오리엔테이션 시간이 설명해 주었다.

시바난다 아쉬람은 전세계 여러곳에 퍼져있는데, 내가 머물었던 곳은 인도 남부 께랄라주의 네야르담(NeyyarDam)에 위치한 시바난다 아쉬람이었다.


아쉬람으로 가는 방법은 크게 공항에서 가는 방법, 그리고 기차역에서 가는 방법 이렇게 두 가지로 나누어진다.


공항에서 가는 법

아쉬람에서 가장 가까운 공항은 뜨리웬드럼(Trivandrum) 또는 현지어로 띠루와난다푸람(Thiruvananthapuram)공항이다. 공항에서는 택시, 오토릭쇼(Auto-rickshaw), 로컬버스를 타고 이동할 수 있으며 아쉬람까지는 35km, 한시간 반 정도의 거리이다.

택시- 도착홀에서 빠져나오면 Pre-paid taxi 라고 적혀 있는 카운터를 발견할 수 있다. 시바난다 아쉬람에 직접 문의했을 때에는 900루피라고 했었는데, 실제로는 1100루피였다.

오토릭쇼- 세 발 달린 오토바이 뚝뚝 정도로 생각하면 될 듯 하다. 800루피였고, 나는 이 옵션을 선택했다. 

버스- 버스를 타려면 공항에서 5km정도 떨어진 Trivandrum KSRTC라고 하는 뜨리웬드럼 센트럴 버스역으로 우선 가야하는데 그곳은 뜨리웬드럼 기차역 반대편에 있다. 여기에서 다시 두 가지 옵션이 있다. 첫번째로는 까타카다(Kattakada)라고 하는 작은 시내로 가는 버스를 타고 거기에서 내려 다시 오토릭쇼를 타고 아쉬람으로 이동하는 방법이며 이 버스는 자주있는 편이다. 까타카다에서 아쉬람까지 가는 오토릭쇼 가격은 흥정을 잘 하면 200루피 아니면 300루피정도까지 가격을 부른다. 두번째로는 한시간에 한대 또는 두대 있는 버스를 타고 바로 아쉬람 언덕 밑 까지 도착하는 방법인데, 가장 마지막 역에서 내려서 가파른 언덕을 10분 가량 올라가면 아쉬람이 나온다. 이 버스는 50루피이다. 버스 둘 다 1, 2번 승차홈인데, 위에 NeyyarDam이라고 적혀있기는 하지만, 여러종류의 버스가 들어오므로, 그리고 버스에는 영어가 전혀 적혀있지 않으므로 무조건 거기에서 버스를 기다리는 현지 사람들에게 물어보는 것을 추천한다. 인도 사람들은 대부분 친절하고 잘 도와주기 때문에 기다리다 잠깐 딴 짓을 하고 있더라도 불러서 알려주신다. 



기차역에서 가는 법

뜨리웬드럼 기차역으로 도착을 하게 되면 센트럴 버스역으로 이동하여 위에서 설명한 대로 이동하면 된다.

인도 지역버스는 대부분 에어컨은 커녕 창문도 없는 버스가 대부분인데다, 버스티켓 가격은 도착지의 거리에 따라 그때그때 버스티켓 아저씨께서 알려주신다. 버스에 올라타면 버스티켓 아저씨께 도착지를 말하면 가장 가까운 거리는 10루피부터 점점 올라간다. 내리는 역에 대한 안내도 전혀 없고 사람도 엄청 많기 때문에, 인도여행이 익숙하지 않는 분들이나 짐을 갖고 여행하는 분들은 택시까지는 아니더라도 오토릭쇼타고 한번에 아쉬람 앞까지 도착하는 것이 훨씬 낫다고 말씀드리고 싶다. 800루피는 대략 만오천원정도 하기때문에 그리 부담되는 가격은 아니다. 


나는 요가 베이케이션 코스(Yoga vacation course)에 참여하기 위해 갔는데, 그 외에도 유명한 시바난다 요가 자격증 코스 그리고 다양한 아유르베다 프로그램들도 접해 볼 수 있다.

요가 베이케이션 코스는 2주 프로그램이지만 최소 3일이상 머물면 굳이 2주를 참여하지 않아도 괜찮으며 한달씩 머물다 가는 친구들도 있다. 보통은 매월 1일과 16일마다 코스가 시작되며, 방값을 내면 프로그램 참여 및 식사가 모두 포함이다.

숙소는 인도사람에게는 가격이 절반이며, 인도는 어디를 가나 외국인들은 최소 두배에서 10배이상 차이나게 돈을 받는다. 로마에서는 로마법을 따를 수 밖에 없다.

계절에 따라 성수기와 비성수기로 나뉘며 성수기는 10월-4월 비성수기는 5월에서 9월까지이다. 트윈룸 이상에 머물 경우 예약이 필수적이지만 도미토리 룸의 경우 그냥 가서 체크인하면 되고, 예약은 따로 필요하지 않다.


아래는 자세한 숙소비용이며 외국인 기준, 1박당 가격이다.

*성수기 10월-4월 

텐트/도미토리 - 880루피

트윈쉐어(공용욕실) - 1100루피

트윈쉐어 - 1380루피

트윈에어컨 - 2040루피

*비성수기 5월-9월

텐트/도미토리 - 780루피

트윈쉐어(공용욕실) - 1000루피

트윈쉐어 - 1280루피 

트윈에어컨 - 2040루피 



나는 비성수기에서 성수기로 넘어가는 9월말과 10월초, 도미토리룸에서 지냈다. 날씨가 많이 습하여 빨래가 도저히 마르지 않아 냄새나느니 좀 더러운 게 낫다고 생각하여 요가아사나 수업용 바지를 정해두고 계속 입었더니 나중에는 흰색바지가 거의 회색이 되어있었다. 



하루의 일정은 다음과 같다.


5:20 am   기상

6:00 am   삿상(Satsang, 단체명상, 만트라 찬팅, 구루지 말씀)

7:30 am   티타임

8:00 am   요가 아사나 수업 (초급자, 중급자 중 선택가능)

10:00 am  브런치 (인도 현지 채식음식) 

11:00 am  까르마 요가 (자신을 내려놓는 수행, 봉사의 시간)

12:30 pm  아사나 코칭 (원하는 사람에 한하여 가능)

1:30 pm    티타임

2:00 pm    요가철학

3:30 pm    요가 아사나 수업 (초급자, 중급자 중 선택가능)

6:00 pm    저녁 (인도 현지 채식음식)

8:00 pm    삿상(Satsang, 단체명상, 만트라 찬팅, 구루지 말씀)


하루 종일 프로그램이 있어서 처음 일주일 정도는 적응기간이 필요하다. 말이 요가 베이케이션이지 전혀 휴가가 아닌 듯한 빡빡한 프로그램이다. 위의 프로그램은 기본 프로그램이며 일주일에 한 번씩 사일런트 워크라고 하는 프로그램이 있는데, 아침 Satsang 대신 다같이 근처 강가(사정에 따라 변경될 수 있음)로 걸어가 명상하고 찬팅하는 프로그램이다. 20분정도 걸어가는데, 말 그대로 아무도 말을 하지 않고 그저 묵묵히 자연과 함께 걸어간다. 그 고요한 아름다움은 어느 누구에게든 스스로 치유하는 힘을 가져다 준다.


도착 다음날에는 브런치 이후에 오리엔테이션이 있는데, 거기에서 간단한 아쉬람 소개를 해준다. 네야르담에 위치한 이 아쉬람은 자연환경과 건물들이 너무나 잘 조화를 이룬 치유센터같은 느낌을 준다. 아유르베다 마사지도 받을 수 있으며, 프로그램때문에 아유르베다 닥터가 상주하고 있어, 원한다면 상담을 받아 볼 수도 있다. 

아사나 수업이란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요가수업, 즉 몸으로 하는 동작들을 수련하는 시간이다. 초급자와 중급자로 나뉘어 진행되며, 시바난다만의 시퀀스가 정해져 있기때문에 매일 같은 시퀀스를 수행하게 된다. 처음에는 지루한 느낌이었지만, 매일 두번씩 연습하면서 몸이 점점 달라지고 있다는 것을 느껴본다면 왜 매일 같은 시퀀스를 연습하는지 알게 될 것이다. 무엇보다 좋은 것은 아사나수련 전 30분정도는 항상 프라나야마(Pranayama), 즉 호흡법을 연습하기 때문에 2주가 지나면 몸이 훨씬 가벼워진 것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오전 11시의 까르마 요가는 까르마, 즉 행동, 업을 뜻하며 요가의 4가지 종류 중 하나이다. 본인이 하는 행동 하나하나가 업이 되며 습관이 되듯이, 남의 위해 봉사하는 행동을 하자는 의미로 오리엔테이션을 진행하시는 선생님께서 임의로 사람이 필요한 곳을 담당하도록 지정해 주신다. 나는 아쉬람 전체의 쓰레기통을 비워 분리수거하는 일을 했었다. 몇 명이 모여 하는 일이라 지정된 건물 몇 개만 스윽 하고 돌아 쓰레기를 들고 오면 되는 일이어서 힘들지 않았다. 그 외에 도미토리 청소, 식사 당번, 티타임 담당 등등이 있다. 



까르마 요가를 한 후에는 아사나 코칭 시간이 있는데, 단체 수업 이후 개인적으로 더 지도를 받고 싶거나 궁금한 점이 있다면 아사나 코칭시간에 선생님이 기다리시는 요가홀로 가면 된다. 

티타임에서 허브차와 간단한 간식이 같이 나온다. 

삿상은 원래 진실과의 만남, 또는 진실된 사람과 같이 있는다는 의미로 구루와 제자들이 같이 모여 가르침을 받는 자리이다. 매일 아침, 저녁 삿상시간은 명상으로 시작하여, 만트라 찬팅 그리고 시바난다 또는 비쉬누 데바난다의 말씀이 담긴 책 또는 비디오 등으로 그들의 가르침을 받는 시간이다.

무엇보다 즐거웠던 것은 식사시간이었는데, 시바난다 아쉬람에 있으며 채식이 이렇게 맛있다니 하고 깨달았다. 현지에서 나는 신선한 재료들로 만들어진 음식들이 나오며, 식사시간이 알리는 종이 울리면 다이닝 홀에 쭉 하고 일렬로 앉아서 말없이 고요히 식사만 하며, 식사당번들이 돌아다니면서 부족한 음식을 주기때문에 오직 음식에만 집중할 수 있어 더 맛있게 느껴졌던 것 같다.

식사 전후로 쉬는시간들이 있는데, 그 시간에 밖으로 나가는 싶은 사람들은 리셉션에서 외출증을 받아서 나가면 된다. 아쉬람 바로 건너편에 강이 흐르고 있어서 그저 강을 보러 나가기도 좋고, 수영을 잘하는 사람들은 강물에서 수영하러도 간다. 들리는 말로는 그 강에 악어들이 출몰할 때가 있다고 하니 조심하는 것이 좋을 듯 하다.

아쉬람 안에 작은 도서관이 있는데 거기에서 책을 빌려 읽을 수 있다. 대부분이 영어책이긴 하나, 아사나관련 그림이 많은 책들도 있으니 한번 확인해 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그 외에 작은 팁이라면, 아쉬람 내에서는 딱 붙는 옷이 금지되어 있기 때문에 우리가 흔히 입는 레깅스 같은 요가복은 입을 수 없다. 편한 면바지나 몸빼바지같은 옷 그리고 헐렁한 티셔츠를 가져가는 것이 좋고, 혹시 그런 옷이 없다면 아쉬람 내의 샵에서 구매할 수 있다. 그리고 이건 아주 중요한 팁인데, 숄같이 어깨에 두를 수 있는 것을 가져가면, 명상시간에 출몰하며 집중을 방해하는 모기떼들로부터 피를 뜯기는 것을 막아주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물병도 꼭 가져가면 유용하게 쓰이며, 요가철학시간에 쓸 노트나 펜등도 준비하면 좋지만 아니더라도 아쉬람내에서 구매가 가능하다. 그 외에 빨래세제나 간단한 간식도 샵에서 판매하고 있다.

아쉬람내에만 있어도 세계각국에서 온 사람들을 다 만날 수 있었다. 인도이면서 세계같은, 나이면서 우주같은 시간들에 너무나 감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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