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식하면 용감하다! 고했던 옛말이 딱 그대로였던 여행이었다.
인도여행 10개월째였던 때였는데, 오지이긴 하나 라다크는 꼭 가보고 싶었다.
내가 갔을 때만 해도 라다크-Ladakh-는 원래 인도의 잠무 & 카슈미르지역의 주였는데, 내가 다녀온 후 얼마 안지난 올해 10월에 독립된 연방 직할시가 되었다. 파키스탄과 인도사이의 끝없는 분쟁이 일어나던 지역이라 차라리 그렇게 된 것이 나은 듯 하다.
그때 나는 우타라칸드주에 있는 작은 요가마을 리시케시에 머물고 있었다.
처음에는 비행기를 타고 갈 생각이었다. 그러려면 델리로 가서 레-Leh-라고 하는 라다크 지역의 도시로 이동해야 하는데 우선 외지라 가는 편이 그리 많지 않을 뿐더러 성수기라 가격도 높은편이었다. 나는 1년 넘게 여행중이었으므로 최대한 저렴하고 재밌게(저렴하면 사실은 고생이다) 가는 것을 선택해야 했다. 버스편도 알아보았는데, 한 버스를 3일동안 타고가는 건 정말 도저히 할 수가 없을 것 같았다. 기차는 도전 해 본적이 있었고. 나름 색다른 경험이 되었지만, 혹시 금전적 여유가 약간 있으시다면 무조건 국내선 비행기를 타시라고 권해드리고 싶다.
아무튼 그래서 생각한 옵션이 말로만, 생각으로도 하지 않았던 히말라야 산등성이 991km 바이크 로드트립이었다.
위의 경로는 자동차로 연속적으로 갔을 때의 예상시간이 계산되어 나온것이다. 나와 내 남자친구는 바이크 트립을 준비중이었는데 그것도 125cc인 혼다샤인으로 갈 예정이었다. 바이크에 대해서 조금이라도 아는 누군가에게 이야기 했더라면 깜짝놀라며 가지않는 것이 좋지 않을까 라고 말해주었을 것이다. 나중에야 알게 된 이야기이지만, 인도에서 바이크 좀 탄다 함은 보통 로얄엔필드를 타는데 그 브랜드가 대략 500cc정도이고 그런 바이크라야 산등성이를 푸앙~하고 밀어올라갈 힘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제서야 내가 바이크트립을 이야기하며 꼭 가고 싶다 했을 때 내 남자친구가 왜그리 어두운 표정을 지었는지 알 수 있었다.
하지만 남자친구도 오지탐험을 해본 적인 없던 터라 우리는 나름 짐을 꾸려 너무나 막연하여 두렵지 않은 힘찬 발걸음으로 리시케시를 출발할 수 있었다.
첫 날은 대체적으로 순탄하게 달려 목표지인 심라(Shimla)를 향하고 있었다. 심라는 리시케시에서 270km가량 떨어진 힐스테이션이다. 7시간 정도를 달리던 중 심라도착을 얼마남기지 않은 산등성이에서 비가 쏟아지기 시작했고, 제대로 된 바이크용 방수부츠가 없던 우리는 비를 잔뜩 품을 우비를 입은채로 심라 바로 밑에 위치한 쇼기(Shoghi)라는 곳의 한 숙소 앞에 멈추었다.
티벳에서 오신 한국사람처럼 생기고 푸근한 인상을 하고 계신 주인아주머니께서 내 꼴을 보더니 '비가와서 하룻밤만 머물다 갈게요. 좀 깎아주세요'라는 나의 요청을 흔쾌히 받아들이셨다. 우리 딸 같아서.. 라고 하시면서..
의외로 너무나 아름다웠던 마운틴 뷰 룸에 머물게 되어 적잖이 기분이 좋아진 우리는 네팔, 티벳쪽 만두인 모모 그리고 티벳 전통 누들수프 뚝빠를 룸서비스로 시켜 곯은 배를 채웠다. 네팔이나 다람살라를 가게 되신다면 모모와 뚝빠는 꼭 드셔보시길 바란다.
다음 날 다시 떠날 차비를 하고, 주인아주머니께 감사의 인사를 한 뒤 길을 나섰다. 두번째 날은 더 수월하여 마날리(Manali) 약간 밑에 위치한 꿀루(Kullu)라는 힐스테이션에 짐을 풀었다. 시내에 자리한 더 네스트라는 호텔이었는데, 호텔료 대비 시설이 너무나 훌륭했던 곳이었다. 저녁 즈음 도착한 우리는 짐을 풀고 바로 호텔밖으로 나와 길거리 음식구경, 야식구경, 사람구경하며 저녁을 사들고 호텔안으로 들어와 배불리 먹은 후 푹신한 침대에 뒹굴며 인터넷 삼매경에 빠졌다. 그리고는 새로운 사실 한가지를 알게 되었다.
예정대로라면 마날리 하이웨이를 지나야 하는데 그곳은 자연을 보호하고자 매일 지나가는 차량수를 제한하기 때문에 미리 로탕패스퍼밋(Rohtang pass permit)을 신청한 차량만이 그 길을 지나갈 수 있다는 것을 말이다. 로탕길은 인도 국내 관광객들이 많이 찾는 유명한 관광지이고 대부분의 사람들이 마날리에서 출발해 그곳에 도착하여 사진을 찍고, 자동차 배기가스에 시커멓게 절은 눈에서 스키타는 시늉을 조금 하다가 다시 돌아오는 곳이다. 우리처럼 그 길을 지나 라다크로 향하는 차량이 그리 많지는 않다.
온라인으로 신청이 가능하였으나, 당일 날짜 통과신청은 불가능하였고(마날리에 가서 직접신청할 경우에는 당일 날짜 패스를 받을 수 있다), 신청을 하려면 PUC(pollution under check)이라는 증명서가 있어야 했다. 배기가스를 많이 뿜어내는 차량 또는 10년 이상 된 오래된 차량은 지나갈 수 없게 되어있다. 처음 들어보는 PUC라는 말에 이리저리 인터넷을 뒤지다 결국 호텔 직원에게 물어보니 멀지 않은 곳에 증명서를 발급받을 수 있는 곳이 있다고 했다. 다음날 증명서를 받아야만이 적어도 그 다음날에 마날리를 통과할 수 있을터였다. 그리하여 다음 날 아침 호텔직원이 알려 준 곳을 찾아갔으나 안된다는 대답만 돌아올 뿐이었다. 할 수 없이 우리는 꿀루를 나와 마날리를 향해 달렸다. 숙소에 짐을 푼 후 인터넷으로 검색하여 그 근처의 PUC를 받을 수 있는 곳을 찾았다. 보통은 차량 정비소같은 곳에서 증명서를 발급 해 주며, 인터넷 상에서는 주유소에서도 발급하여 준다고 되어 있으나 우리가 찾아갔을 때는 안된다고 하는 곳이 많았다. 한가지 팁이라면, 차량정비소를 인터넷으로 찾은 후 꼭 전화를 미리하여 가능여부를 확인하고 가는 것을 추천한다. 이 팁은 인도여행 내내 써먹으면 유용할 꿀팁이다.
그래서 로탕패스퍼밋(Rohtang pass permit)을 받는 방법을 정리해 보자면 다음과 같다.
필요한 서류: PUC(pollution under check), 차량등록증, 운전면허증 복사본.
패스의 종류
-Rohtang pass permit/Special Rohtang pass permit- 마날리 하이웨이에서 로탕정상까지 가서 하루만에 돌아오는 차/바이크를 대상으로 한 패스이다. 관광용 패스인데, 여행사에서 작은 벤 같은 곳에 사람 가득채우고 가는 차량이나 가족단위로 운전해서 가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사람당이 아닌 한 차당 혹은 바이크당 패스를 받는 것이며, 두 개의 차이는 rohtang pass는 영업용차량 그리고 special rohtang pass는 개인차량용이다. 온라인으로 신청하는 경우 오전 10시에서 오후4시사이에만 가능하다. 비용은 600루피이다.
-Beyong Rohtang pass- 마날리 하이웨이를 지나 라다크나 그 이후 지역을 가는 패스이다. 한마디로 그 길을 지나가는 데 필요한 통과증인 것이다. 비용은 50루피이다. 온라인으로 신청하는 경우 신청창이 오후 12시에서 밤 12사이에만 열린다.
신청방법
-온라인
'rohtangpermit'이라고 검색하면 신청할 수 있는 사이트가 나오는데, 본인이 원하는 패스를 선택하여 신청한 후, 돈을 지불하면 된다. 남자친구가 인도사람이라 국제면허증의 가능여부를 확인할 수는 없었으나, 지나가면서 많은 외국인들이 바이크를 타고 지나가는 것으로 보아 통용되는 국제운전면허증의 경우 패스를 얻을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우리나라는 이런 간단한 패스정도는 대부분 온라인으로 신청을 하는데, 인도는 무얼하든 아직은 시스템이 약간 복잡한 느낌이 든다. 온라인의 경우 당일 패스는 신청할 수 없고 다음날 패스부터 가능하다. 지나가고자 하는 날에 신청차량이 다 찼는지 여부도 같이 확인이 가능하다.
-오프라인, 직접신청
마날리 중심가에 위치한 SDM오피스에서 준비한 서류를 들고 신청이 가능하다. 복사는 오피스 앞쪽에 마련된 작은 창구에서 할 수 있으며 신청서 작성도 바로 할 수 있다. 접수창구는 오전 10시에서 오후 1시사이에 오픈하며, 보통은 접수 후 당일 오후 3-5사이에 패스를 받아볼 수 있다. 당일 패스 신청이 가능하다.
추가정보
-로탕패스는 한 차량당이지 한 사람당이 아니므로 4명에 차 한대로 간다면 1개의 패스만 받으면 된다.(자전거는 패스가 필요없다..고하지만 그 길을 자전거로 간다는 것은 사실 나로서는 상상할 수 없다.)
-로탕길은 화요일은 보수, 관리로 인해 차량을 통제하므로 그날은 지나갈 수 없다.
-마날리 SDM오피스는 일주일 내내 오픈하므로 언제든지 가서 신청 할 수 있다.
-대중교통을 이용할 경우 따로 패스는 받지 않아도 된다.
-라다크에서 돌아올 때는 따로 패스가 필요하지 않다.
*로탕패스 입구. 차량들이 가득 줄을 서 있다. 특이한 점은 웬만한 차는 다 흰색이라는 점이다.
직접 신청 시 당일패스 발급이 가능한 지 몰랐기 때문에 사실은 우리는 온라인으로 그 다음날의 패스를 이미 신청해 놓았던 상태였는데, 다행히 당일 발급이 되었고, 접수가능시간 얼마 남겨놓지 않고 갔으나 친절히 접수를 받아주었다. 다만 50루피가 아닌 100루피를 내었다. 신청비, 접수비를 따로 받은 것 같은데, 크지 않은 금액이라 그냥 군말없이 돈내고 가만히 기다리니 패스는 30분 이내로 나왔다. 그리고 한가지 더 팁을 드리자면, 전날 우리가 온라인상으로 확인했을 때는 당일의 차량신청 정원이 다 차서 접수가 가능하지 않았었는데, 오피스에서 직접 신청하니 받아주었으므로, 혹시 급하신 분들은 직접 가서 신청해보시길 권한다.
그리하여 드디어 우리는 마날리를 떠날 수 있었다.
다음 포스팅에서는 마날리에서 라다크를 향한 자세한 여정을 소개하겠다.
2019/12/05 - [여행, 해외살기/인도, 네팔] - 라다크, 무모한 바이크 로드트립 여행기2
2019/12/05 - [여행, 해외살기/인도, 네팔] - 신비의 도시 레, 라다크 탐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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