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소르에서 다음 목적지를 정할 때 정말 많이 고민했다. 그 주위에 함피도 있었고, 다른 가볼만한 곳들이 너무나 많았기 때문이다. 고민고민 끝에 결정한 곳은 고카르나(Gokarna)였다.


고아(Goa)라는 곳은 이미 관광객들에게 이미 많이 알려진 바닷가가 아름다운 관광지이다. 고카르나도 점점 많은 사람들이 찾고 있기는 하지만 아직은 잠적해버리기 좋은, 조용하게 온전히 나만을 위해 즐길 수 있는 곳이다.



마이소르에서 고카르나까지 기차로 12시간 정도, 3A(에어컨이 있는 3층침대)칸을 예약했다. 출발시간이 밤 10시 가까이여서 하룻밤 자고 일어나면 오후쯤에는 도착할 수 있을 듯 싶었다.


고카르나 기차역에 도착해서는 그 주위에 대기하고 있는 오토릭쇼를 타고 숙소로 향했다. 

내가 머문 곳은 쿠들비치(Kudle beach)에서 멀지 않은 곳이었고, 고카르나비치(Gokarna beach)-메인비치라고도 많이 부른다-에서도 멀지 않은 곳에 위치해 있었다.

첫 인상은 마치 10년전 발리를 보는 느낌이었다. 발리는 그때도 관광지도 엄청 유명했지만, 아직 때가 묻지 않은 순수한 곳도 많았던 때였다. 그런 곳을 보는 느낌이었다.



숙소는 러시아 여자분이 주인으로 있던 곳이었는데, 인도사람과 결혼해서 살고 있는 듯 했다. 숙소 앞쪽으로 큰 정원이 있고 대문옆으로는 작은 레스토랑이 있는 소박하지만 꿈같은 장소였다. 

짐을 풀고 점심을 먹은 후 바다를 찾아 길을 나섰다.



쿠들비치로 들어가려면 길에서 뒷골목으로 빠지는 길처럼 생긴 곳에서 계단을 내려가야한다. 그러면 갑자기 눈앞에 너무나 아름다운 바닷가가 딱 하고 나타난다.

바닷가에 막 도착했을 때, 바닷가 앞쪽으로 숙소들이 쭉 하고 늘어서 있는 것을 보고, 지금 묵는 곳을 미리 예약하지 않았더라면 저런곳에 머무는건데 하고 아쉬움이 남았다. 그런데 어떤 곳을 여행하면서 숙소예약을 하지 않고 무작정 가기에는 내 마음이 불안하기 때문에, 이번에는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하며 다음을 기약하기로 했다.


사실 고카르나에 대해 기대같은 것이 전혀 없이 왔는데, 쿠들비치를 보고 이곳은 다음에 다시 꼭 와야겠다고 생각할만큼 반해버렸다. 그리고 좋았던 점은, 바닷가에서 편안히 쉬고 있어도 장사꾼들이 와서 방해하지 않는다는 점이었다. 

쿠들비치는 자유로움 그 자체였다. 물속에서 뛰노는 사람, 책 읽는 사람, 일광욕을 즐기는 사람, 요가아사나 연습하는 사람 등 누구든지 그저 하고싶은 일을 아무 스스럼없이 자연스럽게 하고 있었다.

밤의 쿠들비치는 낮만큼 아름다웠다. 해가 저물기 시작하면 장신구들을 팔아가며 여행하는 배낭여행족들이 바닷가에 악세서리들을 쭉 펼쳐놓고 판매를 하기도 하고, 둥그렇게 원을 그리고 앉아 악기연주에 맞춰 노래하고 춤추는 사람들도 있다.

이런 곳이라면 언제까지고 있을 수 있다.. 그런 기분이 들었다. 나를 나라고 붙잡고 있던 끈 같은 것들이 느슨해져 날아가버릴 것 같은 느낌이었다.


다음 날 오전에는 쿠들비치쪽이 아닌 반대쪽으로 걸어보기로 했다.

도로를 따라 걸어 내려가다보면 마켓이 있는 큰길이 나온다. 그곳에서 필요한 물건들과 과자등을 사고 난 후 점심을 먹고 쇼핑도 좀 하였다. 그 근처에 절이 있어서 들어가보려고 했더니, 외국인들은 입장이 안된다고하여 들어가보지 못했다. 인도는 힌두가 아니면 입장이 안되는 절들이 많이 있다. 내국인들은 힌두인지 아닌지 구별하기가 어려운 경우가 많지만 외국인들은 대부분 아니기 때문에 그냥 무조건 안된다고 한다. 종교적 목적으로 운영되는 곳이라 어쩔 수 없지만, 그래도 입장도 안된다니 너무 배척하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었다.

메인 마켓쪽으로 쭉 걸어가다보면 고카르나비치가 나온다.

쿠들비치와는 전혀 다른 분위기이다. 바로 옆에 있는데 어쩜 이렇게 다르지 할 정도로 달랐다. 우선 넓고, 더 뜨거운 느낌의, 하지만 무미건조한 바닷가였다. 잠시 앉아 쉬고 있는 사이에도 티백 비키니를 입은 유럽남자들이 여럿 지나갔다. 간신히 앞만 겨우 가린 그런 비키니들을 입고 당당히 인도의 바닷가를 지나가는 그들의 모습이 신기하기만 했다. 


다시 쿠들비치로 돌아가 바닷가 앞쪽의 레스토랑에 들어가 시원한 맥주를 주문하고는 바닷가를 바라보았다. 여기가 천국이지 싶었다.


머물던 숙소가 예약당시 2박만 가능하여서 그 다음날에 조스텔로 옮겼다. 조스텔은 전세계적으로 널리 퍼져있는 호스텔이다. 시설이 깔끔하고 디자인도 귀여워서 어디를 머물지 모르겠다면 안전하게 조스텔을 선택해보아도 좋을 것 같다.



고카르나 조스텔은 너무나 완벽했다. 깔끌한 시설에 바닷가가 바로 내려다보이는 내부 레스토랑까지 있다. 그 이후로 떠날 때까지 나는 매일 낮과 밤, 꽁꽁얼은 시원한 맥주를 즐길 수 밖에 없었다.


쿠들비치 안쪽까지 쭉 걸어들어가면 다리가 보이는데, 그곳을 넘어 걸어가면 옴비치에 다다를 수 있다.



다리를 다 건너면 거기서부터 길이 여러개 나와서 헷갈리는데 바로 밖으로 나와 큰길을 따라가면 된다. 나는 그 주위를 한참 헤맸다 결국 거기에 있는 오토릭쇼 운전기사분께 길을 여쭤보았다.

길을 안 헤맨다면 쿠들비치에서 대략 30분 정도면 옴비치에 도착한다. 햇볕이 아주 강한 낮시간에 걸었던 나는 시커멓게 타고 말았다. 다리를 다 오른 곳에 대기하고 있는 오토릭쇼를 타는 방법도 있다.



 


옴비치는 고립된 매력이 있다. 입구를 지나 안쪽으로 쭉 걸어들어가다 보면, 왼쪽으로 조그마한 가게들과 식당들이 보인다. 밥말리가 그려진 라스타바에서 맥주를 시켜 한잔 들이켰다. 자세히 보니 안쪽으로 숙소가 있었다. Hut인데 말 그대로 지푸라기집이다. 방 안에 침대하나 달랑 있고 공용화장실이 밖에 있다. 가격은 저렴해서 그곳에서 한달씩 머무는 배낭여행객들도 있다. 기타나 우쿨렐레를 들고 담배를 말면서 맥주한 잔 들이키는 그런 느낌을 상상하면 딱일 것이다. 

그곳도 너무 좋았다. 핸드폰신호도 거의 안잡히고, 물건을 사러 나가려면 한참을 걸어야하는 고립된 천국이다. 하지만 갇혀있는 느낌은 전혀 아닌, 오히려 너무 자유로워서 날아갈 것 같은 곳이었다.

그곳에서 조금 더 들어가면 다른 바닷가들이 나오지만 나는 그곳까지는 가지 않았다.



고카르나는 인도여행하면서 처음으로 너무 편하게 휴식을 취할 수 있는 곳이었다. 그리고 기회가 된다면 다음에 다시 꼭 가고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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