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인도 1년 여행용 비자를 e-visa로 쉽게 받을 수 있다. 내가 1년 장기 여행용 비자를 신청했을 때만 하더라도 e-visa는 최대 60일 체류가 가능했고 장기 여행용 비자는 직접 준비한 서류들을 제출해야 했으며 1년 이상은 인터뷰까지 갈 수도 있다는 압박감에 1년치 여행계획서를 아주 상세히 써내느라 시간을 꽤 할애했었다. 내가 비자 승인을 받고 얼마 안있어 바로 1년부터 심지어 5년 장기여행비자도 e-visa로 간단히 신청가능하도록 변경되었다. 




장기 여행용 비자는 한번 입국시 최대 90일까지 체류가능하다. 아메리카와 유럽의 대부분의 나라들은 최대 180일 체류가 가능한 비자를 갖고 있으며, 비자 신청도 꽤 쉬운 걸로 알고 있다. 아무래도 인도와의 교류가 더 활발한 나라들은 그런 것 같다.


리시케시를 여행하던 비자런(visa run) 즉 다시 돌어와 지내기 위해 비자명목으로 국경을 넘었다 들어오는 것을 해야하는 상황이 되었다.


여러가지 경로를 검토해보았다. 


우선, 비행기편을 이용하자면 

1. 리시케시-델리-카트만두

2. 리시케시-델리-주변국가(말레이시아, 태국, 스리랑카, 방글라데시)


1번은 우선 카트만두를 가보고 싶었던 것도 있었고, 네팔은 도착비자가 가능하기 때문에 도착해서 입국심사를 통과하기 전 돈을 내고 비자를 받을 수 있다. 미국 달러로만 비자비용 지불이 가능하니 꼭 준비해가시길 바란다.

2번은 델리에서 말레이시아의 쿠알라룸푸르나 태국의 방콕 등을 가는 저가항공사들이 많고, 비행기값이 카트만두 가는 것 보다 저렴한 것들도 많이 있다. 비자도 따로 필요없다는 특장점이 있지만 이미 가 봤기 때문에 보류하였다.

2번 중 그 이외의 주변국가를 방문 해 보는 것도 옵션중 하나였는데, 많은 여행자들이 인도에서 스리랑카나 방글라데시 그리고 파키스탄 등으로 넘어간다. 그 중 파키스탄은 비자신청도 복잡하고 위험할 것 같은 느낌에 제외시켰다. 스리랑카는 가까움에도 불구하고 비행기편 가격이 너무 비싸서 제외시키고 방글라데시는 도착비자 비용이 50불 정도 했었던 걸로 기억하는데, 굳이 라는 생각에 제외시켰다.


두번째, 육로를 이용하는 방법은 네팔로 가는 방법이었다.

1. 리시케시-소나울리(Sonauli) 국경

2. 리시케시-반바사-마헨드라나가르(Banbasa-Mahendranagar) 국경




사실 위의 1번 소나울리 국경이 좀 더 크고 사람들이 많이 이용한다. 온라인 검색해 봐도 다양한 정보를 얻을 수 있다. 내가 검색했을 때도 소나울리 국경에 대한 정보만 찾을 수 있었는데, 현지에서 트레킹을 담당하는 친구가 있어 혹시나 하고 물어보았더니 소나울리는 리시케시에서 너무 멀어서(1000km정도의 거리) 국경만 넘었다 돌아올거면 그리 멀지않은 곳이 반바사가 있다고 가르쳐주었다. 반바사는 리시케시에서 300km 정도 떨어져 있는 아주 작은 국경이다.

그리하여 고심 끝에 반바사 국경을 넘기로 하고 같이 갈 친구를 수소문 한 후 택시를 예약하였다.

계획은 이러하였다. 

'밤에 리시케시를 출발하여 아침 아주 일찍 반바사에 도착한 후 국경을 넘어 네팔의 마헨드라나가르에서 아침식사를 하고 천천히 다시 인도로 돌아온다' 

괜찮은 계획인듯 했다. 그러나 나중에는 역시 내가 인도를 너무 얕잡아 봤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우선, 도로상황이 안좋아서 전혀 잠을 잘 수가 없었다. 인도여행을 다니다보니 사실 어느정도는 익숙해 져 있던 일이라 하룻밤정도야 하며 어느정도 넘길 수 있었지만 말이다. 그러나 진짜 상황은 국경을 넘으면서 일어났다.


반바사 국경 근처에 도착하면, 국경을 넘으려는 사람들과 오토바이 그리고 차들도 북적거린다. 이른 아침이라 그렇게 사람들이 많지만 않았지만 돌아올 때 보니 엄청 많았다. 육로로 건너는 국경이라 네팔와 인도 사이를 오가며 일하는 사람들이 매일매일 아침에 국경을 건넜다 밤에 다시 돌아온다고 한다.

국경을 넘기전 다리가 있는데 그곳을 차를 타고 통과하려면 차량용 패스를 따로 사야한다. 가격은 50루피로 비싸지 않다. 만약 패스를 사지 않고 국경앞에 도착하면 경찰관이 대놓고 그럼 100루피를 달라고 하기 때문에 사두는 것이 좋다. 다리를 건너면 국경지역에 도착한다. 그리고 길을 따라 가다보면 오른쪽에 인도 국경사무소가 눈에 띈다. 


사무관이 언제 돌아올거냐고 질문하여서 조금 있다 점심 때 돌아올 예정이라고 했더니 하루안에 돌아오는 것은 긴급상황이 아니고서는 불가능하다고 하였다. 망치로 맞은 듯한 느낌이었다. 그런 이야기는 처음 들어본다. 그래서 나의 비자를 다시 보여주며 이 비자를 멀티플 엔트리가 가능한 여행용 비자라고 설명을 하였지만 최소 24시간은 있어야 다시 입국이 가능하다고 딱 잘라 말했다. 긴급상황이 아니라면 불가능하지만 지금  바로 서류상으로 처리해 주겠다면서 500루피를 처리비용으로 내라고 했다.



'아, 이것이 사람들이 흔히 말하는 인도의 뇌물수수요구이다' 라고 알아차렸다. 공공기관에서 비일비재로 일어나는 일이라는 것은 익히 들어 알고 있었지만 이 작은 이민국에서까지 뇌물을 달라고 할 줄은 생각도 못했다. 이런 느낌이었다. 

'어짜피 하루 머물다 오려면 호텔비용을 내야 하는데 그게 싫고 바로 재입국 하고 싶으면 그 호텔비용을 나에게 주면 재입국을 시켜줄게. 너는 어짜피 호텔비용써야하는 거였으니까.' 

너무 어이가 없어 웃음이 나려는 걸 꾹 참고 일단 정해진 계획이 아니라 하루나 이틀 머물다 올 수도 있으니 도장찍어 달라고 했더니 마지못해 도장을 찍어주었다. 

그리고 쭉 길따라 가다보면 네팔 이민국이 왼쪽으로 보인다. 표지판이 작으니 주의해서 보자.




가족이 하는 작은 사업장 같다. 아침 일찍 갔더니 이민사무관이 남편은 자고 있었고, 부인이 애를 달래놓고는 나오더니 일단 앉아서 작성하라면서 서류를 주었다. 이것도 너무 색달라 웃음이 터질 뻔 했다. 세상의 어느 국경 사무소에서 잠옷바람으로 나온 이민관의 부인의 안내를 받으러 서류를 작성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조금 있다 이민관이 옷을 입고 나와 미국달러로 비자비용 지불하고 도장받아서 네팔에 입국하였다. 들어올 때 네팔에 하루 머물다 온다고 했더니 아무 문제없이 들여보내주었다. 



차량을 타고 국경을 같이 건넜기 때문에 네팔에 들어오기 전에 따로 보이는 사무소에서 차량입국 허가증을 받아야 했는데, 당일치기로 오는 사람들은 따로 비용을 지불하지 않아도 된다는 증명서를 받고 도로로 나서는데 증명서를 확인하는 사람이 100루피를 내야한다고 해서, 아 또 뇌물이네 하면서 그냥 줘버렸다. 


근처에서 나름 훌륭한 아침식사를 하고 커피를 한 잔 마셨다.


다시 들어오는 것이 문제였다. 그러다 생각을 해낸것이 대사관에 연락을 해보자. 였는데, 인도심카드는 네팔에서 신호가 안집히기 때문에 이메일을 보냈다. 상황이 이러이러한데, 이 사람들이 하는 말처럼 24시간내에 재입국하지 못한다는 법규가 사실인지를 질문하였다. 답장을 받으면 이민관에게 바로 보여줄 생각이었는데, 급한 내 마음만큼 답장이 바로 돌아오지는 않았기 때문에 일단 부딪혀보자는 생각으로 다시 네팔 이민국으로 향했다. 


역시나 네팔 이민국 사무관도 똑같은 이야기를 했다. 24이내에 재입국시에는 따로 수수료를 내야 한다고 말했다. 그래서 마음을 굳게 먹고 조곤조곤 아주 예의바르고 부드럽게 이렇게 말했다. 

'내가 주인도 한국대사관과 연락을 해 보았더니, 그런 법규는 따로 없다고 합니다. 아마도 여러나라 사람들이 국경을 넘다보니 착오가 있으셨던 것이 아닐까요?' 

흔들리는 사무관을 보고 통했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다시 덧붙여 여기서 통용되는 룰이 있는 것 같긴 하지만, 한국대사관에서 그렇게 들은 나는 당황스럽다. 이번만 나를 통과시켜 주시는 것이 어떨까요 라고 말이다. 그랬더니 사무관이 '원래 법규상 안되는 건데' 라고 하더니 도장을 찍어주셨다. 

휴.. 일단 네팔은 통과했다. 다음은 더 큰 관문인 인도였다.

다시 큰마음을 먹고 인도이민국 사무소 안으로 들어갔는데, 대사관 이야기는 안통하리라는 것은 이미 알고 있었다. 인도를 여행하면서 몸으로 익힌 직감이라고 하면 맞을 것이다. 

사무소안에는 출국할 때 봤던 사무관과는 다른 사무관이 있었는데, 이번에는 더 노골적으로 돈을 달라고 했다. 네팔사무관이 통과시켜줬다고 하니까 직통전화로 전화를 해서 확인하면서 어쩌고 저쩌고 힌디어로 이야기를 하더니, 하는 말이 이랬다. 

'24시간 내 재입국은 안된다. 비용을 내야 하지만, 금액은 니가 갖고 있는 돈에 따라 있는 만큼 내라' 

또 웃음이 터질뻔 했는데 일단 이 상황을 어떻게 벗어날까를 생각해야했다. 그러다 순간적으로 출국할 때 사무관이 긴급상황시에만 24내 재입국이 가능하다고 하면서 그 예로 병을 들었던 것이 생각이 났다. 그래서 갑자기 아픈척을 했다. 그동안 인도여행하면서 겪었던 병들을 다 몸으로 표현하면서 위염에 두통 그리고 구토까지 아프다고 온 몸으로 표현하면서 말이다.

불쌍한 내 꼴을 보고 사무관이 친절하게 가장 가까운 약국을 알려주면서 얼른 가보라고 했다. 도장도 받았다. 뇌물 안내고 통과했다. 자랑스러워해야 하는 것일까. 아무튼 색다른 경험이었다.


정리를 하자면 이렇다. 



육로로 인도-네팔을 건널 때에는 일단 비자비용으로 미국달러를 꼭 준비해 가야한다.

24시간 내의 재입국을 원할시에는 뇌물을 요구할 수 있으므로 하루 묵었다 오는 것을 추천한다. 


아예 네팔로 입국하여 버스타고 포카라나 카트만두로 이동하는 방법도 있다. 만원정도 되는 돈이니 나처럼 입씨름하느라 시간뺏기지 말고 편하게 뇌물을 줘버리는 것도 괜찮다.



그 이후 대사관으로부터 이메일을 받았는데, 그 내용은 이러했다.

'상기와 같이 그런 규정은 없으나 출국했다가 이틀만에 다시 돌아오면 관광목적 등에 의심을 받아 심사가 더 까다로워지는 경우가 과거에 빈번하게 발생했음을 알려드립니다'


그리고 반바사로 향하던 길에 조그마한 공항을 하나 발견했다. 판트나가르(Pantnagar) 공항이었는데, 반바사 국경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위치한다. 항공편을 검색해보니 데라둔-판트나가르 직항이 있고 가격도 꽤 저렴했다. 여행시간을 많이 단축시킬 수 있다는 장점이 있을 수 있으나, 리시케시에서 데라둔까지 그리고 판트나가르에서 국경까지 차량편을 다 따로 예약해야한다는 번거로움이 있을 수 있다.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