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몇 년 사이 불어온 한류열풍은 동남아시아 어디를 가든 몸으로 느낄 정도이다. 예전에는 '한국사람입니다' 라고 하면 대게 일본사람도 아니고 중국사람도 아닌 그 비슷한 근처의 나라쯤으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았고, 아예 한국을 모르는 사람들도 많았다. 하지만 지금은 대부분 '오~ 한국사람이에요?' 하면서 코리안 드라마 이야기부터 아이돌 이야기까지 내가 모르는 한국 스타들의 더 자세한 최신뉴스를 물어보는 사람들을 많이 만난다. 그리고 한국 사람을 대하는 대우도 많이 달라졌다. 그래서 그런지 발리 내의 한국식당도 최근 몇 년 사이 점점 늘었고, 한국식당을 찾는 현지 사람들도 늘어가는 추세인 듯 하다. 다음에 발리에 3년간 살면서 먹어본 한국음식에 대한 소개를 해볼까 한다.
비빔밥(Bibimbap Korean restaurant)
쿠타 지역의 갤러리아 면세점에서 멀지 않은 곳에 위치해 있다. 예전에 앵그리 치킨이라는 호프집 스타일의 식당과 나란히 운영할 때 갔을때는 그저 그랬던 기억이 있는데, 뭔가가 바뀌어 지금은 예전의 모습과는 다르다. 비빔밥에서는 찌개류 부터 분식류 그리고 고기도 직접 구워 먹을 수 있다. 매일 먹을 수 있는 기본 메뉴가 있고, 요일별로 바뀌는 메뉴들이 있는데, 날을 잘 맞춰서 가면 감자탕이나 보쌈 등을 맛볼 수 있다. 감자탕은 딱히 맛있었다기 보다는, 발리에서 이런 음식을 맛볼 수 있다니 하는 감동으로 먹었다. 그래도 나름 등뼈를 푹 고아 우린 국물에 감자도 듬뿍 들어가 있다. 개인적으로는 보쌈을 맛있게 먹었다. 고기 양도 많았고, 잘 무쳐놓은 생무에 다양한 쌈 야채까지 있다. 김밥도 맛있고, 떡볶이나 찌개 종류는 무난한 수준인 것 같다. 인도네시아에는 우버이츠 대신에 고젝이라는 앱이 있는데, 배달의 민족처럼 음식을 배달해주는 앱이다. 하루 종일 돌아다니느라 피곤한 날에는 고젝으로 이것저것 주문해서 먹을 수도 있다(인도네시아 번호가 있다면 말이다). 가격은 외국에 있는 한식당 치고는 나쁘지 않다. 물론 현지 음식에 비해서는 비싼 편이지만 말이다.
마포 갈매기(Mapo Galmaegi)
마갈은 한국 사람들에게 잘 알려진 체인 레스토랑이다. 쿠타에 위치해 있는 마포 갈매기는 발리에서 한국스타일로 고기 구워먹기에는 가장 한국스러운 맛을 자랑한다. 내부 인테리어부터 테이블 세팅까지 모조리 한국식이다. 식당을 들어서면 일하는 직원들 빼고는 정말 한국에 온 것 같은 기분이 든다. 가격은 좀 비싼 편이지만, 한국식 바베큐에 소주 한잔이 그립다면 마갈을 추천한다. 참고도 인도네시아는 주류에 대한 세금이 엄청 높기 때문에 소주 한 병 가격이 만만치 않다.
이모네(Yimo Korean restaurant)
사누르에 있는 정겨운 한국 식당이다. 부산의 한 대학교 앞에서 장사를 하시다가 오신 아주머니께서 직접 운영하시는 식당으로, 가능한 재료 안에서 최대한 손맛을 활용하여 음식을 만드신다. 짜장면이나 짬뽕도 메뉴에 있는데, 중국집 같은 맛은 아니지만 먹을 만은 하다. 대신 다른 데서는 먹을 수 없는 직접 만든 콩국수같은 이모네 만의 메뉴가 있다. 그 외에도 라면, 떡볶이, 찌개메뉴 그리고 고기도 구워먹을 수 있다. 2층으로 올라가면 넓은 좌석이 마련되어 있어, 동네 커뮤니티 회원들이 회식하러 오기도 한다. 직원가 말이 안 통할 때에는 사장님께 도움을 요청하면 잘 챙겨주신다.
꼬끼(Koki Restaurant)
꼬끼는 사누르와 누사두아 두 군데에 있다. 그리고 한식당으로 발리에서 자리잡은지 꽤 오래된 곳이다. 내가 가본 곳은 누사두아에 있는 꼬끼 레스토랑이며 이곳은 여행사와 연계가 되어 있어, 단체손님을 많이 받고, 마사지샵도 같이 있다. 여행사 패키지로 오시는 분들이 마사지, 밥 코스로 많이 들르는 곳이다. 실내는 널찍하고 깔끔하게 되어 있으며, 주차장도 마련되어 있다. 마찬가지로 찌개, 분식류, 고기도 구워먹을 수 있으며, 인도네시아 음식도 메뉴에 있다. 찌개 종류는 다른 곳보다 조금 더 괜찮은 편인 것 같고, 나머지는 비슷비슷하다. 그래도 나쁘지 않은 한 끼 식사를 할 수 있다. 그리고 한가지, 가게 입구 쪽에 아이스크림 상자가 있어서 디저트로 한국 아이스크림을 사먹을 수 있다는 특장점이 있다. 이모네나 비빕밥은 분식집 같은 느낌이 난다면 꼬끼는 조금 더 규모가 있는 식당의 느낌이다. 가격은 비빔밥이나 이모네 보다는 더 비싼 편이다. 꼬끼는 인도네시아어로 '셰프'라는 의미이며, 우리에게는 '고기'같은 느낌으로 다가온다.
야끼니쿠 텐단(Yakiniku Tendan)
인터넷에 검색해 보면 한국 레스토랑의 카테고리에 나오는 식당이다.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완전 한국음식을 파는 식당이 아닌, 일본식 한국 바베큐를 먹는 곳이다. 주인이 재일교포이지만 한국어는 거의 못한다고 한다. 쿠타의 큰길에서 사이드로 살짝 빠지면 Jalan Nakula라는 길이 나오는데 그 곳은 유동 인구도 많고 길 바로 앞에 위치해 있어 조금 더 복작복작한 느낌이다. 가게 앞에 큰 바베큐를 놓고 고기를 굽기도 하는데, 그 냄새가 일품이다. 나물 정식처럼 한국식 메뉴가 있기는 하나, 나물의 맛이 안나고 나무르의 맛이 난다. 또 다른 분점은 스미냑을 지나 Batubelig에 위치해 있다. 이곳에서는 좀 더 조용하고 깔끔한 일본스타일의 한국 바베큐를 맛볼 수 있다. 한국의 음식을 생각하고 가면 실망하게 될 테지만, 일식 야끼니쿠 먹으러 가는 느낌이라면 괜찮은 편이다.
치르치르(Chir Chir)
치르치로 또한 마포 갈매기처럼 많은 사람들이 아는 체인 치킨점이다. 메뉴도 한국처럼 다양하고 맛도 한국에서 배달 시켜먹는 치킨맛 같다. 짐바란에 위치한 '사마스타(Samasta)'라는 몰 안에 있으며, 거의 끝 쪽으로 걸어들어가야 치르치르가 보인다. 가격은 비싼 편이어서, 닭고기 요리를 흔히 접할 수 있는 인도네시아 사람들에게는 큰 메리트가 없는 것 같다. 비빔밥이나 이모네 같은 한국 식당에서 인도네시아 관광객들을 많이 볼 수 있다.
팥빙수(Pat Bing Soo Korean dessert house)
치르치르와 마찬가지로 '사마스타(Samasta)'라는 몰 안에 있는 한국 디저트 식당이다. 가기 전에는 '설빙'같은 느낌을 생각했었는데, 가서 먹어보니 맛은 대중을 알 수 없었다. 갈아놓은 얼음에 토핑들을 잔뜩 올려놓은 다양한 종류의 팥빙수가 있지만, 맛은 그닥 좋지는 않았던 기억이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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