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구(Canggu)는 내가 발리에서 아주 좋아하는 지역이다. 발리적인 느낌이 희미한 건 사실이다. 하지만 관광객들, 특히 젊은 층의 서퍼들, 배낭여행객들, 디지털 노매드들로 시작하여 지금은 굉장히 좋은 레스토랑 및 카페들도 많이 들어서 있다. 그 살아있는 분위기가 심장을 뛰게 하는 곳이다. 

따스한 햇살, 자유로운 사람들, 웃음소리, 블랙 샌드 비치, 아무리 먹어도 건강해질 것 같은 음식들, 라이브 뮤직, 파티 등등 모든 것들이 한 곳이 모여있다. 물론 아름다운 자연이 곁에 있기에 가능한 이야기이다. 요즘에는 요가원들도 많이 늘어서 드랍인 클래스를 가보는 것도 추천한다. 그 중 한 곳을 소개해 보고자 한다.



Cafe Crate

처음 갔을 때는 생긴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였다. 첫 느낌은 이랬다. 호주의 퀸즈랜드에 '서퍼스 파라다이즈' 라는 곳이 있는데, 그곳은 젊은 층의 호주 국내 여행객들도 많이 찾는 곳이다. 바닷가로 쭉 연결이 되어 있어 일상이 바닷속으로 젖어드는 장소. 크레이트는 그런 느낌이었다. 들어서자마자 눈에 띈 것은 내부 인테리어였다. 공사하다만 미완성 건물의 느낌이었다. 벌써 느낌이 좋았다. 독특했다.

아래의 사진은 초창기 때의 사진이다. 테이블이 내부에 몇 개 바깥으로 2개 정도 있었다. 갈 때마다 항상 사람들로 가득했다. 가장 큰 이유는 음식 때문이다. 깔끔하고 양도 많고 무엇보다 맛있다. 


 

지금은 조금 더 넓어져서 위와 같은 느낌이 나지는 않지만 어느 정도는 비슷한 것 같다. 메뉴도 벽판에 페인트로 칠하고 써 놓은 컨셉으로 적혀 있다. 

간단한 토스트부터 아침식사, 건강 주스, 스무디 볼, 무겁지 않은 점심 메뉴 등이 있는데, 음식이나 음료의 이름들이 재료에 맞게 독특하게 이름붙여져 있다. 예를 들면, 'Veto' 같은 메뉴는 Toast, Vegimite, Smash avocado가 들어가고, 'It's a wrap'은 말 그대로 랩이다. 'Eggxelent'는 계란 즉 'egg'가 들어간 아주 'excellent'한 토스트이다. 메뉴를 하나하나 들여다보다 다시 눈에 띈 건 'So corny'(fritter, salsa, salmon, poached egg)라는 메뉴였다. 웃음이 나왔다.






나는 랩을 좋아하기 때문에 우선 랩을 주문했다. 그리고 'Carolime'이라는 이름의 주스도 같이 주문했다. Carrot, Orange, Lime이 들어간 주스이다. 어쩜 이리 말도 잘 만들었는지 모르겠다. 식사는 물론 만족스러웠다. 가격도 비싸지 않다. 대략 7천원 정도이고 음료나 커피를 더한다면 4천원 가량을 추가하면 된다. 

식사 후 커피도 주문했는데, 호주에서 마셨던 것 같은 세팅으로 서빙되었다. 라떼를 텀블러잔에 주는 거나 휴지로 글리스를 감싸서 주었던 것 등도 호주를 생각나게 했다. 마시려고 하니 발리 커피의 향이 훅 하고 올라와서 역시 여기는 발리이구나 하고 생각했다. 



창구 근처에 머물로 계신 분들이라면 꼭 가보라고 추천하고 싶다. 다양한 상태(?)의 외국인들을 구경하는 재미도 쏠쏠하다. 그렇게 한동안 앉아있다 보니 이런 생각이 들었다. '아, 돌아가고 싶지 않아' 라고 말이다.



멜팅웍(Melting Wok)을 처음 접한 건 우붓(Ubud)에서였다. 인터넷에서 찾아본 우붓맛집을 둘러보다가 멜팅웍이라는 이름이 눈에 들어왔다. 그리고 친구와 대화를 나누던 중, 그 친구가 하는 말이 멜팅웍은 유명해서 예약하지 않고 그냥 갔다가 자리가 없어서 돌아온 적이 있었다는 것이다. 그래서 자리가 있을까 반신반의하면 찾아갔는데, 다행히도 자리가 있었다. 



우붓의 거리는 골목골목 작은 레스토랑과 샵들이 가득하고, 일층에서는 보이지 않는 가게들도 유명한 곳들이 많아서 주위를 잘 둘러보고 다니면 생각지도 못했던 곳에서 의외의 장소를 발견하게 되는 경우가 있다. 멜팅웍은 인터넷에서 찾아보고 간 곳이었지만, 그러지 않았다면 지나가면서도 발견하지 못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들어가는 계단은 좁고 겉으로 보기에 특별해 보이지 않는 식당이었다. 들어가 자리를 잡으니 직원이 큰 보드를 들고와 오늘의 특별요리를 설명해 주었다. '엇? 발리사람이 하는 곳이 아니구나' 하고 바로 알아차릴 수 있었다. 아니나 다를까 음식을 주문하고 조금 있으니 프랑스 여자 한 분이 다가와 억센 프랑스 억양으로 'Is everything okay?'를 물어보았다.



내가 고른 음식은 코코넛 우유가 들어가지 않은 아시아 퓨전 커리였다. 가벼운 느낌의 한 끼를 찾던 차에 마침 적당한 메뉴가 보였던 것이다. 사진에서처럼 신선한 야채가 센 불에 휙 하고 볶아져서 나온다. 밥의 양이 많아서 결국 밥은 조금 남겼다. 매운 고추를 조금 더 넣어서 만들어 달라고 요청했더니 적당하게 맵게 완성되었다. 그저 평범한 커리겠거니 했는데, 먹다보니 전에 먹었던 커리와는 다른 독특하고 깔끔한 느낌이 있었다. 시중에 흔히 있는 레시피가 아닌 셰프의 노하우와 경험이 담긴 새로운 맛이랄까, 그래서 나는  멜팅웍을 분명히 다시 올 거라는 예감을  했다. 음식을 다 먹고 나니 주인 아주머니가 또 다가오더니 음식이 맛있었냐고 피드백을 물어보셔서 너무 맛있었다고 하고 기분 좋게 나왔다.



그리고 다음 번 다시 멜팅웍을 찾았을 때는 친구와 함께 했다. 사실 내가 친구를 데리고 간 거였다.

그날도 역시 커다란 보드를 든 직원이 오늘의 스페셜을 설명해 주었다. 발리식 삼발 마타(매운소스)를 곁들인 퓨전 스타일의 닭요리였는데, 삼발 마타를 워낙 좋아하다보니 먹어보지 않을 수 없었다. 삼발 마타는 우리가 흔히 아는 인도네시아식 삼발 소스와는 다른 발리스타일의 소스이다. 토마노, 마늘, 샬롯, 고추, 허브등을 다져서 코코넛 오일과 섞어 만드는 것인데 생선요리와 아주 기가막히게 어울린다. 


위의 사진에 보이는 치킨 위에 올려져 나온 것이 삼발 마타이다. 삼발 마타 특유의 향이 강하게 나지 않고 음식과 자연스럽게 어울렸다. 치킨의 질감이 너무나 부드러웠고, 그 아래 곁들여 나오는 야채와의 궁합이 좋았다.



 내가 가본 우붓의 많은 레스토랑들 중 가장 위의 몇 순위 안에 든다고 말할 수 있다. 비록 크거나 잘 꾸며진 레스토랑이 아니지만, 따듯한 햇살이 비치는 길 2층에 위치해 있고 나무로 만들어진 테이블과 내부도 편안함을 자아낸다.



지금 현재는 짐바란에 분점도 같이 운영되고 있다. 짐바란 바닷가로 가는 메인 거리에서 안쪽으로 꺾어 들어가는 조금 한적한 곳에 자리 잡고 있는데, 구글맵에서 찾아보면 쉽게 찾을 수 있다. 짐바란은 내부가 조금 더 오픈 된 느낌으로 꾸며져 있고, 내부 인테리어도 예쁘게 잘 되어있다. 



사진에서처럼 낮에는 햇살이 잘 들어 안을 환하게 밝혀주기 때문에 따뜻하고 밝은 분위기를 연출한다.


지금까지 발리에서 꼭 가봐야 할 레스토랑, 이름도 예쁜 멜팅웍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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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UCA'는 짐바란(Jimbaran) 바닷가로 향하는 메인 로드에서 'CUCA'라고 써있는 안내판을 따라 안쪽으로 꺾어 들어가다 보면 인적이 많지 않은 조용한 곳에 위치한 타파스(Tapas) 전문 레스토랑이다. 타파스란 스페인어로 원래는 스낵처럼 전식으로서 입맛을 돋구어 주는 역할을 하는 간식같은 음식을 가리킨다. 지금은 그것에서 발전하여 정교한 메인 요리로서 즐겨 찾게 사람들이 많아졌고, 여러가지의 타파스를 주문하여 한 끼의 식사로서 즐긴다.



CUCA 레스토랑의 입구에 들어서면 복작거리던 외부에서 해리포터의 영화 한 장면에 나오는 마법의 문을 지나온 것 같이 전혀 다른 분위기에 와 하고 놀라게 된다. 아름답게 잘 가꾸어진 정원이 눈 앞에 펼쳐져 있고, 물이 흐르는 돌다리를 지나 안쪽으로 들어오면 야외 테이블이 보인다. 그리고 그 뒤로 길게 레스토랑 내부 긴 유리벽이 펼쳐진다. 내부로 들어가는 입구는 오른쪽으로 난 길로 빙 돌아서 들어간 곳에 위치한다. 들어서자 마자 바로 앞쪽에 유리로 된 오픈 키친을 볼 수 있다. 분주히 움직이는 요리사들와 직원들의 모습이 한 눈에 보이고 왼쪽으로 들어가면 테이블이 넓게 이어진다. 마치 마스터 셰프같은 요리 경연 프로그램이나 티비에서 봤을 법한 장면같아서 한동안 키친 안쪽을 바라보다 안쪽으로 향했다.

CUCA는 각 테이블 마다 양 옆쪽으로 커텐이 달려 있어 자리에 앉고 나서 그 커텐을 닫아준다. 그렇기 때문에 아늑하고 사적인 분위기 연출이 가능하다. 


테이블 번호가 돌 위에 예쁘게 새겨져 있고, 센터피스로 화려한 해바라기 한 송이가 놓여져 있었다.



메뉴는 다 타파스 이지만 그 중에서도 가볍게 먹을 수 있는 샐러드부터 해산물이나 고기류가 있기 때문에 우선 입맛을 돋구어 줄 수 있는 샐러드를 주문 해 보았다. 

'Cuban corn'과 'Honey baked pumpkin salad'를 주문하고 칵테일을 같이 주문하였다. 큐반 콘은 우리가 알고 있는 아니면 외국의 요리 프로그램에서 봤음직한 베이비콘에 그 잎을 제거하지 않은, 약간 매콤한 느낌으로 구워내어 파마산 치즈와 라임을 위에 뿌린 타파스이다. 허니 베이크드 펌킨 샐러드는 직접 구운 그래놀라에 그린빈 그리고 찐 호박에 달달한 꿀 드레싱을 입혀낸 샐러드이다. 




왼쪽이 Cuban corn 그리고 오른쪽이 Honey baked pumpkin salad이다. 그 당시 새로운 카메라 어플을 다운받아 신나서 촬영했는데, 나중에 찍고 보니 사진들이 좀 엉망이었다. 게다가 레스토랑 조명 자체가 많이 어두운 편이라 사진이 선명하지 않다.



같이 주문한 칵테일은 보드카 베이스에 사과, 오이가 들어간 'the big apple'이라는 칵테일이었는데, 아래의 그림처럼 사과가 들어간 잔이 따로 나와 거기에 음료를 부어서 먹는 독특한 모양새에 신선한 향이 가득하여 입맛을 돋구기에 딱 좋았다. 그리고 그 옆에 있는 인절미 처럼 생긴 음식은 주문한 음식이 나오기 전에 레스토랑에서 대접한 음식이었는데, 안에는 내용물이 없고, 입에 넣자마자 녹아버리는 솜사탕같은 식감이었다.


그 다음으로 이어서 'Baked Scallop' 그리고 'Bbq octopus' 그리고 'Spicy pulled beef'을 메인으로 주문하였다. Baked scallop은 롬복산 조개관자를 버터에 구워내어 신선함이 살아있었다. 조개관자 메뉴에 보면 /pcs라고 적혀 있는데, 먹을 개수만큼 주문 할 수 있고, 가격도 1개당의 가격으로 명시되어 있다. 그리고 컬리플라워에 고수잎이 곁들여져 나오는 작은 문어요리, 마지막으로 스파이시 풀드 비프는 밑의 왼쪽의 사진과 같이 얇고 바삭한 감자가 위에 덮여 있고 가운데에 반죽 계란이 올려져 있다. 접시 모양도 깨진 달걀 껍질을 반으로 쪼갠 것 같은 모양이어서, 요리와도 완벽하게 매치 되었다. 감자가 덮인 것을 걷어내면 그 안으로 소고기 요리가 나온다. 






 그리고 대망의 디저트 타임이다. 2명이서 디저트를 3개나 주문해 버렸다. 우선 내가 좋아하는 'Caramel apple'를 정해 놓고 직원의 추천을 받아 'Bali breakfast'를 정하고 마지막으로 'Cocoa mint'를 주문했다. 카라멜 애플은 다른 곳에서도 봤음직한 디저트 메뉴인, 구운 사과에 아이스크림과 캬라멜라이즈드 소스가 곁들여 나오는 요리이지만 CUCA에서는 조금 더 건강하게 팜슈가를 사용하여 만들었다. 그리고 아이스크림도 평범한 바닐라가 아닌 자바섬의 블랙페퍼 아이스크림으로 차별화를 시켰다. Cocoa mint도 마찬가지로 유기농 초콜릿 무스를 사용하였다. 가장 신선했던 것은 직원의 추천 디저트인 'Bali breakfast'였는데, 요리가 나오고 나서야 왜 이름이 발리 아침식사인지 알 수 있었다. 밑의 그림에서 보이는 것처럼 음식이 서빙될 때 '음..? 계란이?' 라고 생각했는데 그것이 바로 계란모양의 그릇에 계란이 담겨 나오는 발리 아침식사라는 이름의 디저트였다. 가운데 노른자는 패션푸르츠이고 그 주위는 고소한 맛이 일품이 코코넛 크림이다. 패션푸르츠는 얼려져 있기 때문에, 노른자를 깨듯이 깨트려서 코코넛 크림과 같이 한 입 먹으면 천국으로 직행이다.



CUCA는 처음부터 마지막까지 직원들의 서비스, 분위기, 가장 중요한 음식까지 이 3박자가 완벽하게 맞아 떨어진 레스토랑이었으며, 연인과 분위기 좋게 식사하기에도, 친구들과 편안하게 즐기기에도 좋은 분위기를 갖고 있다. 가격은 두 명이서 대략 10만원에서 15만원선에서 즐길 수 있었다. 물론 어떤 음식을 얼마나 많이 주문 하느냐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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