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리의 창구(Canggu)지역은 핫 플레이스이다. 말 그대로 항상 끊임없이 무언가가 계속 진행된다. 맛있는 음식점, 카페, 좋은 뷰를 가진 바닷가, 독특한 테마의 바, 레스토랑, 힐링이 되는 마사지, 요가, 서핑, 밤생활을 즐겁게 해 줄 파티, 이런 모든 것들을 창구에서 찾아볼 수 있다. 



내가 이 레스토랑을 알게 된 것이 사실은 너무 기쁘다. 다른 이유를 떠나서 우선 너무 맛있기 때문이다. 발리의 초록색 라이스 패디를 바라보며 즐기는 두껍고 촉촉한 프렌치 토스트 그리고 건강 스무디와 커피. 뭐 이 정도면 거의 완벽을 넘어선 수준이라 할 수 있겠다. 

이름하여 와룽 구떼(Warung Goûthé)

프랑스 사람이 하는 작은 카페/레스토랑이다. 친구를 통해 알게 된 이 곳은 프렌치 토스트가 맛있다고 하여 거기에 꽂힌 채 찾아갔다. 들어서서 테이블에 자리를 잡자마자 다른 메뉴는 제대로 보지도 않고 일단 프렌치 토스트부터  주문했다.

나는 플레인으로 주문했다. 곁들여져 나오는 크림이 다른데, 초콜릿이랑 다른 맛 이렇게 두 가지 정도가 더 있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프렌치 토스트의 두께부터 다르다. 그리고 속은 촉촉하다. 곁들여져 나오는 크림이 먹는 동안 빵을 더욱더 촉촉하게 해 주었다. 이거 하나만 먹어도 충분히 점심이 될 만큼 배가 불렀다. 



그리고 이렇게 베이컨도 같이 곁들여 나온다. 바삭바삭하게 튀기듯이 구워낸 베이컨이다. 베이컨 너무 맛있지만 평소에는 안 먹으려고 하는 음식 중 하나인데, 이런 날은 그냥 먹어주는 것이 예의인 듯 했다.





문이 따로 있는 것이 아닌 오픈 공간의 안쪽으로 테이블이 들어서 있다. 야외 테이블이 있는 공간도 옆쪽으로 마련되어 있다.

와룽 구떼에 느긋하게 앉아 밖을 바라보고 있노라니 내가 있는 곳이 따뜻한 햇살이 내리쬐는 좋은 날 발리의 농축된 향기 속에서 자연스럽고 조화롭게 비집고 들어선 낯선 공간 같은 느낌이 들었다.

모든 것이 완벽하게 조화를 이루었다. 와룽 구떼에서는 프랑스 주인장과 직원들이 직접 빵을 굽는다. 메뉴도 복잡하지 않고 깔끔하다. 토스트, 샌드위치 종류나 간단한 점심 메뉴도 있다. 특히 빵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들르기에 아주 좋은 장소인 것 같다.



직접 만든 디저트도 맛볼 수 있다. 

위의 프렌치 토스트와 베이컨 사진을 보면 알겠지만 외국인 관광객들이 많이 가는 비건, 건강식의 레스토랑은 아니다. 사실 그렇기 때문에 더 맛이 있다. 우유도 저지방 우유는 맛이 없지 않은가. 물론 매일 이런 식으로 먹다가는 거대해지기 딱이지만 말이다.



가격대는 대략 한 메뉴에 만원 안쪽이다. 동남아시아의 물가가 저렴하다는 인식이 많이 있지만, 사실 발리도 물가가 엄청 많이 뛰었고, 관광객들이 많이 오는 곳은 그렇게 싸지만은 않다. 커피나 디저트를 포함한 한 끼 식사를 하려면 적어도 만 오천원 정도는 든다. 


그렇지만 이런 분위기는 다른 곳에서는 느낄 수 없기 때문에 그 독특함만으로도 충분히 만족할 수 있다. 게다가 음식까지 훌륭하니 충분히 추천할 만하다고 생각한다. 

춤을 잘 추는 사람들을 보면 항상 부러웠다. 같은 동작을 하더라도 각이 딱 하고 나오는 그런 친구들이 항상 있었다. 열심히 하는 것과는 별개의 문제였다. 그렇다고 전문 댄서가 될 생각은 없었기에 그냥 잊고 지내다 문득문득 춤 잘추고 싶었던 그런 마음들이 훅 하고 올라올 때가 있다.

어느 날 지금이 바로 기회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고 싶을 때, 조금이라도 더 젊고 건강할 때 해보자 라고 말이다. 그래서 폴댄스를 등록하였다. 



내가 등록한 곳은 발리의 메인 로드인 선셋 로드(Sunset Road)에서 오른쪽으로 꺾어 스미냑쪽으로 빠지기 전 작은 골목으로 들어서 100미터 정도거리에 있는 Kerobokan Kelod에 위치해 있었다. 1층에는 필라테스 교습소가 있고 위로 올라가면 폴댄스 연습실이 있다.


발리의 폴댄스 교습소를 알아보고는 웹사이트에 있던 이메일 주소로 연락을 했더니 며칠 있다 답장이 왔다. 와쌉(Whatsapp)으로 연락을 달라고 하여 메신저로 차근히 설명을 들었다. 중급반도 있었고, 한 번씩 클래스에 참여하는 드랍인 클래스도 있었지만 나는 초보자였기 때문에 Beginner workshop에 등록했다.

나를 포함하여 6명의 아름다운 여성들이 같이 수업을 들었다. 


비기너 워크샵은 한 달 코스였고 한 시간짜리 수업이 일주일 두 번 있었다.

처음 폴 옆에 섰을 때에는, 한마디로 좀 부끄러웠다. 폴 댄스가 쉽지 않은 것은 알고 있었으나, 근력은 크게 문제가 되지 않았다. 문제는 여성적인 섹시함을 자신 있게 표현해야 된다는 점이었다. 

시작은 폴 옆에 서는 것에서 부터였다. 그리고 천천히 폴 주위를 돌기 시작했다. 아주 아주 천천히, 의식적으로 발 한걸음씩 한걸음씩 옮기면서 말이다. 기초적인 용어들과 동작들을 익히는 것으로 2주가 흘렀다. 

3주째 부터는 음악을 틀어 놓고 연습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드디어 폴 위로 올라가는연습에 들어갔다. 나의 엉덩이가 이렇게 무섭다는 걸 그때 처음 알았다. 아니면 미끄러운 내 발 탓을 해야 하는 건지도 몰랐다. 날쌘돌이처럼 챱챱하고 잘도 올라가는 고등학생 친구를 보며 나이탓도 해 보았다. 마지막 주에는 자신이 연습곡을 지정하여 안무도 짜야 하는데, 큰일이었다.

선생님이 알려주신 것들 중에 인상 깊었던 것은 폴 댄스는 동작이 끝난다고 끝난 것이 아니라 거기에서 나와 다음 동작으로 이어지는 동작까지 신경 써야 한다는 것이었다. 예를 들어 폴을 잡고 날아서 휙 돌고 내려와 다시 아름다운 포즈를 취하고 부드럽게 이어 다음 동작으로 나가야 한다. 

집에는 폴이 없기 때문에 장농 문 열어놓고 연습하다 멍들어가면서 마지막 워크샵 발표회 준비를 했다. 




다들 신중하게 음악을 선정하고 한달 동안 배운 기본 동작들로 안무를 짜왔다. 최선을 다해 하는 모습들이 좋았다. 비기너 이기에 얼마나 잘하는가 하는 것이 문제는 아니었다. 

평소에 생각만 하던 어떤 것에 도전하기까지가 힘이 들지만, 한 번 그 안으로 들어가면 그동안 망설여지던 모든 것이 즐거움으로 바뀌어버린다. 그런 의미가 있던 도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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