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리의 짐바란(Jimbaran)은 발리 남부의 누사두아에서 멀지 않은 곳에 위치해 있다. 차로 15분 정도면 도착할 수 있다. 

짐바란 하면 씨푸드 바닷가가 유명하다. 밤이 되면 해안가를 따라 넓게 자리 잡은 레스토랑들이 뿜어내는 해산물 바베큐의 연기로 바닷가 전체가 자욱했졌던 기억이 떠오른다. 



발리끄(Balique)는 인터넷에서 검색하면 금방 찾아볼 수 있지만, 짐바란에는 의외로 괜찮은 레스토랑들이 많이 있다. 

짐바란 바닷가로 향하는 메인 로드를 지나다보면 조그만한 발리끄 간판이 보인다. 발리끄는 주차할 곳이 정말 마땅치 않다. 차를 타고 가는 것은 추천하지 않고, 차라리 오토바이나 택시를 타고 가는 편이 나을 듯 하다. 택시를 타고 간다고 해도 기사님이 그냥 지나칠 수 있을 정도로 간판이 눈에 띄지는 않는다. 



들어서자마자 웨딩파티같은 선명한 색감이 마음을 사로잡았다. 물론 내가 좋아하는 색들로 가득차 있었기 때문이기는 하지만, 색의 조화가 너무 아름답고 고급스러운 분위기를 자아낸다. 

발리끄 전체의 분위기는 편안한 자연의 느낌이다. 나무로 된 틀과 천장이 있고, 레스토랑 앞쪽으로 보면 커다란 가든이 있어서 녹색의 느낌도 한껏 살렸다. 그리고 테이블에 놓인 꽃들이나 카운터만 보더라도 주인장의 감각을 짐작해 볼 수 있다. 칵테일이나 커피를 만드는 카운터 쪽도 편안한 분위기를 느낄 수 있다. 전등이나 샹들리에가 안티크적인 분위기에 동참한다. 






메뉴도 안티크적인 닥지같은 데에 인쇄된 나무판 메뉴를 들고 직원이 다가온다. 메뉴는 평범했다. 편안하게 즐길 수 있는 샐러드나 버거 종류, 스테이크 종류 그리고 인도네시아 음식들이 나열되어 있었다. 미고랭이나 나시고랭은 사실 현지 레스토랑에서 훨씬 저렴한 가격으로 먹을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새로운 레스토랑에 이 메뉴들이 있으면 왠지 꼭 한번은 시키게 된다. 그래서 그 흔한 나시고랭과 버거를 주문하였다. 


신선한 샐러드, 맛있는 패티 그리고 씹는 맛이 살아있는 감자튀김이 나오다면 버거는 오케이이다. 뭐랄까, 특제 무슨 버거 같은 거창한 느낌이라기 보다는 정성스럽게 맛있게 만든 버거라는 느낌이 더 맞을 것 같다.

나시고랭은 생각보다 맛있었다. 길거리 음식점에서 파는 싸구려 소스와는 다른 풍미를 지니고 있었고, 무엇보다 양이 엄청 많았다. 물론 나의 기준에서이겠지만 내가 엄청 배불러 할 정도면 양이 많다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내부로 들어서서 정면을 바라보면 식당이고 오른쪽으로 살짝 방향을 돌리면 또다른 문이 나오는데, 그곳이 앤티크 제품들을 파는 부티크 샵이었다. 이건 순전한 나의 짐작이지만 발리끄라는 이름이 앤티크와 부티크를 합쳐서 나온 게 아닐까 하고 생각했다. 앤티크 제품들을 팔고 그런 테마로 꾸며진 발리의 레스토랑과 샵, 뭐 이 정도일 듯 하다. 아닐 수도 있지만 말이다.

 


부티크 샵으로 들어가는 문






위의 사진에서 보듯이 전등이나 티포트, 찻잔 같은 것들이 장식되어 있는데, 앤티크적인 느낌이 많이 난다. 눈이 즐거운 것 또한 먹는 것 만큼이나 큰 즐거움인 것 같다. 그런 면에서 발리끄는 두가지를 다 충족시켜 주었던 레스토랑이다.






















 

창구(Canggu)는 내가 발리에서 아주 좋아하는 지역이다. 발리적인 느낌이 희미한 건 사실이다. 하지만 관광객들, 특히 젊은 층의 서퍼들, 배낭여행객들, 디지털 노매드들로 시작하여 지금은 굉장히 좋은 레스토랑 및 카페들도 많이 들어서 있다. 그 살아있는 분위기가 심장을 뛰게 하는 곳이다. 

따스한 햇살, 자유로운 사람들, 웃음소리, 블랙 샌드 비치, 아무리 먹어도 건강해질 것 같은 음식들, 라이브 뮤직, 파티 등등 모든 것들이 한 곳이 모여있다. 물론 아름다운 자연이 곁에 있기에 가능한 이야기이다. 요즘에는 요가원들도 많이 늘어서 드랍인 클래스를 가보는 것도 추천한다. 그 중 한 곳을 소개해 보고자 한다.



Cafe Crate

처음 갔을 때는 생긴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였다. 첫 느낌은 이랬다. 호주의 퀸즈랜드에 '서퍼스 파라다이즈' 라는 곳이 있는데, 그곳은 젊은 층의 호주 국내 여행객들도 많이 찾는 곳이다. 바닷가로 쭉 연결이 되어 있어 일상이 바닷속으로 젖어드는 장소. 크레이트는 그런 느낌이었다. 들어서자마자 눈에 띈 것은 내부 인테리어였다. 공사하다만 미완성 건물의 느낌이었다. 벌써 느낌이 좋았다. 독특했다.

아래의 사진은 초창기 때의 사진이다. 테이블이 내부에 몇 개 바깥으로 2개 정도 있었다. 갈 때마다 항상 사람들로 가득했다. 가장 큰 이유는 음식 때문이다. 깔끔하고 양도 많고 무엇보다 맛있다. 


 

지금은 조금 더 넓어져서 위와 같은 느낌이 나지는 않지만 어느 정도는 비슷한 것 같다. 메뉴도 벽판에 페인트로 칠하고 써 놓은 컨셉으로 적혀 있다. 

간단한 토스트부터 아침식사, 건강 주스, 스무디 볼, 무겁지 않은 점심 메뉴 등이 있는데, 음식이나 음료의 이름들이 재료에 맞게 독특하게 이름붙여져 있다. 예를 들면, 'Veto' 같은 메뉴는 Toast, Vegimite, Smash avocado가 들어가고, 'It's a wrap'은 말 그대로 랩이다. 'Eggxelent'는 계란 즉 'egg'가 들어간 아주 'excellent'한 토스트이다. 메뉴를 하나하나 들여다보다 다시 눈에 띈 건 'So corny'(fritter, salsa, salmon, poached egg)라는 메뉴였다. 웃음이 나왔다.






나는 랩을 좋아하기 때문에 우선 랩을 주문했다. 그리고 'Carolime'이라는 이름의 주스도 같이 주문했다. Carrot, Orange, Lime이 들어간 주스이다. 어쩜 이리 말도 잘 만들었는지 모르겠다. 식사는 물론 만족스러웠다. 가격도 비싸지 않다. 대략 7천원 정도이고 음료나 커피를 더한다면 4천원 가량을 추가하면 된다. 

식사 후 커피도 주문했는데, 호주에서 마셨던 것 같은 세팅으로 서빙되었다. 라떼를 텀블러잔에 주는 거나 휴지로 글리스를 감싸서 주었던 것 등도 호주를 생각나게 했다. 마시려고 하니 발리 커피의 향이 훅 하고 올라와서 역시 여기는 발리이구나 하고 생각했다. 



창구 근처에 머물로 계신 분들이라면 꼭 가보라고 추천하고 싶다. 다양한 상태(?)의 외국인들을 구경하는 재미도 쏠쏠하다. 그렇게 한동안 앉아있다 보니 이런 생각이 들었다. '아, 돌아가고 싶지 않아' 라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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