멜팅웍(Melting Wok)을 처음 접한 건 우붓(Ubud)에서였다. 인터넷에서 찾아본 우붓맛집을 둘러보다가 멜팅웍이라는 이름이 눈에 들어왔다. 그리고 친구와 대화를 나누던 중, 그 친구가 하는 말이 멜팅웍은 유명해서 예약하지 않고 그냥 갔다가 자리가 없어서 돌아온 적이 있었다는 것이다. 그래서 자리가 있을까 반신반의하면 찾아갔는데, 다행히도 자리가 있었다.
우붓의 거리는 골목골목 작은 레스토랑과 샵들이 가득하고, 일층에서는 보이지 않는 가게들도 유명한 곳들이 많아서 주위를 잘 둘러보고 다니면 생각지도 못했던 곳에서 의외의 장소를 발견하게 되는 경우가 있다. 멜팅웍은 인터넷에서 찾아보고 간 곳이었지만, 그러지 않았다면 지나가면서도 발견하지 못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들어가는 계단은 좁고 겉으로 보기에 특별해 보이지 않는 식당이었다. 들어가 자리를 잡으니 직원이 큰 보드를 들고와 오늘의 특별요리를 설명해 주었다. '엇? 발리사람이 하는 곳이 아니구나' 하고 바로 알아차릴 수 있었다. 아니나 다를까 음식을 주문하고 조금 있으니 프랑스 여자 한 분이 다가와 억센 프랑스 억양으로 'Is everything okay?'를 물어보았다.
내가 고른 음식은 코코넛 우유가 들어가지 않은 아시아 퓨전 커리였다. 가벼운 느낌의 한 끼를 찾던 차에 마침 적당한 메뉴가 보였던 것이다. 사진에서처럼 신선한 야채가 센 불에 휙 하고 볶아져서 나온다. 밥의 양이 많아서 결국 밥은 조금 남겼다. 매운 고추를 조금 더 넣어서 만들어 달라고 요청했더니 적당하게 맵게 완성되었다. 그저 평범한 커리겠거니 했는데, 먹다보니 전에 먹었던 커리와는 다른 독특하고 깔끔한 느낌이 있었다. 시중에 흔히 있는 레시피가 아닌 셰프의 노하우와 경험이 담긴 새로운 맛이랄까, 그래서 나는 멜팅웍을 분명히 다시 올 거라는 예감을 했다. 음식을 다 먹고 나니 주인 아주머니가 또 다가오더니 음식이 맛있었냐고 피드백을 물어보셔서 너무 맛있었다고 하고 기분 좋게 나왔다.
그리고 다음 번 다시 멜팅웍을 찾았을 때는 친구와 함께 했다. 사실 내가 친구를 데리고 간 거였다.
그날도 역시 커다란 보드를 든 직원이 오늘의 스페셜을 설명해 주었다. 발리식 삼발 마타(매운소스)를 곁들인 퓨전 스타일의 닭요리였는데, 삼발 마타를 워낙 좋아하다보니 먹어보지 않을 수 없었다. 삼발 마타는 우리가 흔히 아는 인도네시아식 삼발 소스와는 다른 발리스타일의 소스이다. 토마노, 마늘, 샬롯, 고추, 허브등을 다져서 코코넛 오일과 섞어 만드는 것인데 생선요리와 아주 기가막히게 어울린다.
위의 사진에 보이는 치킨 위에 올려져 나온 것이 삼발 마타이다. 삼발 마타 특유의 향이 강하게 나지 않고 음식과 자연스럽게 어울렸다. 치킨의 질감이 너무나 부드러웠고, 그 아래 곁들여 나오는 야채와의 궁합이 좋았다.
내가 가본 우붓의 많은 레스토랑들 중 가장 위의 몇 순위 안에 든다고 말할 수 있다. 비록 크거나 잘 꾸며진 레스토랑이 아니지만, 따듯한 햇살이 비치는 길 2층에 위치해 있고 나무로 만들어진 테이블과 내부도 편안함을 자아낸다.
지금 현재는 짐바란에 분점도 같이 운영되고 있다. 짐바란 바닷가로 가는 메인 거리에서 안쪽으로 꺾어 들어가는 조금 한적한 곳에 자리 잡고 있는데, 구글맵에서 찾아보면 쉽게 찾을 수 있다. 짐바란은 내부가 조금 더 오픈 된 느낌으로 꾸며져 있고, 내부 인테리어도 예쁘게 잘 되어있다.
사진에서처럼 낮에는 햇살이 잘 들어 안을 환하게 밝혀주기 때문에 따뜻하고 밝은 분위기를 연출한다.
지금까지 발리에서 꼭 가봐야 할 레스토랑, 이름도 예쁜 멜팅웍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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