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리 트라왕안까지 페리로 이동하는 자세한 이야기는 바로 전 포스팅에 자세하게 적어놓았다.

2019/12/22 - [여행, 해외살기/인도네시아] - 발리에서 페리타고 길리섬 가기


길리에서의 며칠은 일상을 정말 다 녹여낼 만한 고요함이 있었다. 하루종일 거의 말도 하지 않고 바닷가에서 시간을 보내거나 길을 걷곤 했다. 에어비앤비에서 예약한 벙갈로에서 지냈으며, 페리 선착장에서 20분 정도의 거리에 위치한 곳이어서 센터처럼 사람들이 많이 붐비는 곳이 아닌 것이 좋았다.



숙소 입구에서 안으로 들어오면 큰 마당이 앞에 펼쳐져 있고, 앞쪽으로는 자전거들이 보인다. 그리고 벙갈로가 한 채씩 있는데, 내가 머물렀던 곳은 가장 앞쪽이라 집 앞에 다른 벙갈로 없이 고요하게 보낼 수 있었다. 그리고 방안에서 보이지는 않지만 숙소 바로 앞에 바닷가가 있었다.



앞쪽에 작은 파티오가 있어서 아침식사를 즐기거나 밤에 불어오는 바닷 바람을 쐬러 나와 있어도 좋았다. 아침식사는 숙소에서 나오는 건강식을 즐겼다. 방 안은 나무나 지푸라기 같은 자연친화적인 소품들로 꾸며져 있었고, 방 안쪽에는 바깥으로 통하는 문이 있는데 그곳으로 나가면 화장실과 샤워실이 나온다. 화장실은 칸이 따로 만들어져 있지만 샤워하는 곳은 누가 보지는 않을까 잠시 두리번 거렸지만, 사방을 둘러봐도 그런 건 같지는 않았다. 그래도 샤워할 때 약간 불안한 느낌이 있긴 했다.



숙소에서 왼쪽으로 계속 걸어가면 섬의 센터로 향하는 길이고 많은 레스토랑이나 바, 카페들을 볼 수 있다. 외국인 관광객들이 대부분이라 인도네시아 음식보다는 서양식이 더 눈에 띄고 그 중에서도 요즘 사람들이 많이 찾는 채식이나 비건, 유기농 같은 건강식 메뉴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발리의 창구(Canggu)지역으로 가면 이런 분위기의 카페나 바들을 많이 볼 수 있는데, 약간 창구같은 느낌도 났다. 



Trawangan dive center나 Dive Gili Trawangan같은 다이브 센터들도 많이 눈에 띈다. 그리고 요가를 할 수 있는 곳들도 그 작은 섬의 면적에 비해 많이 있는 편이다. 바닷가에 하는 수업들도 있으니 고요하게 바다를 보며 요가를 하고 싶은 사람에게는 딱일 듯 싶다. 나는 아무것도 하지 않으러 갔던 곳이라 먹는 것 이외에는 정말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계속 걸어 페리에서 내렸던 곳을 지나 섬의 끝쪽으로 향하니 윤식당의 촬영지였던 곳이 나왔다. 다시 돌아와 숙소쪽으로 걷다 나온 한 카페에서 건강미 한껏 풍기는 식사를 하고 다시 반대편으로 걷기 시작했다. 

숙소를 지나 오른쪽으로 가면 섬의 다른 끝으로 갈 수가 있는데, 그곳은 훨씬 한적하고 그래서 오히려 좀 더 무서운 느낌이 들었다. 조용해서 가꿔지지 않은 수풀사이로 들어가면 무인도 같은 느낌도 언뜻 들었다.



위와 같이 비트루트 치즈 랩, 샐러드, 건강 스무디, 주스, 두부와 신선한 야채가 들어간 스프링롤 같은 것들은 길리섬에서 쉽게 접해볼 수 있는 음식들이다. 

바닷가에서 태닝을 할 때에는 근처의 바에서 맥주를 주문해서 마시거나 간단한 핑거 칩스 정도를 주문해서 간식으로 먹곤 했고, 저녁은 근처의 로컬 와룽에서 나시고랭이나 미고랭등을 포장에서 숙소의 파티오에 앉아 여유롭게 먹었다.


내가 있었던 동안은 날씨도 너무 좋았다. 우기가 시작되는 11월 후반에서 2월사이에는 비가 올 가능성이 많지만 3월을 지나서면 날씨가 점점 좋아지면서, 밤에는 바람이 불면 살짝 서늘함을 느낄 정도가 된다. 상쾌한 가을같은 날씨가 이어지다 점점 습하고 덥한 푹푹찌는 날씨가 이어지다 다시 우기가 온다. 아열대의 일년은 대략 이런 싸이클로 날씨가 반복된다. 좋은 점은 겨울이 없기 때문에, 계절별로 옷을 바꿔입지 않아도 좋고, 무엇보다 추운 날이 없어서 너무 좋다. 




낮과 밤의 바다는 너무나 다르지만 동시에 너무나 아름답다. 숙소에 자전거 렌탈 서비스가 있어서 자전거를 빌려타고 섬을 돌아보았다. 어디를 가나 경적소리 없는 고요함과 아름다움이 존재하는 길리섬은 언제나 아름답다.



 


길리섬을 가려면 비행기를 타거나 페리를 타야한다.

나는 발리에서 페리를 타고 이동했고 경유는 아래와 같다.


숙소 픽업 - 파당바이(Padangbai) - 길리 트라왕안(Gili Trawangan)


나는 에카 자야(Eka Jaya)라는 회사의 페리를 이용하였다. 예약은 온라인으로 하였고, 문의 사항이나 다른 요청 사항이 있을시 이메일로 연락하면 금방 답메일을 받아볼 수 있다. 돌아오는 날짜가 확실하지 않으면 편도를 끊어도 좋지만, 나는 왕복편으로 일단 끊고, 돌아오는 날은 나중에 업데이트 하겠다고 하였다. 페리 선착장에서 직접 티켓을 사면 가격을 2배 이상 부르는 곳들도 많기 때문에 시간적 여유가 된다면 미리 티켓을 사 놓는 것이 이득이다. 



가고 싶은 날에 페리 예약을 마쳤으면 픽업 위치를 정한다. 픽업은 현재 머물고 있는 숙소나 그 근처에서 가능하다. 나는 픽업 위치와 시간을 정하고 출발 하루 전 기사분의 번호를 요청했다. 왜냐하면 나의 픽업장소는 숙소가 아니었고, 기다렸는데 기사분이 가버렸다는 리뷰를 어딘가에서 본 기억이 났기 때문이다. 픽업 당일날 픽업 장소에 도착한 후 기사에게 전화를 해서 내가 여기에서 기다리고 있으니 도착하면 나를 찾으라고 알려주었더니, 기사분의 도착과 함께 전화가 걸려와 무사히 차에 탑승했다.


페리는 파당바이(Padangbai)라는 곳에서 타는데, 보통 한시간 넘게 걸려 차를 타고 이동한다. 이동하는 길에 다양한 장소에서 픽업 손님들을 차량에 태우고 파당바이에 도착하면 수많은 차들이 주차하는 곳을 찾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모습을 발견한다. 그 혼잡을 지나 안으로 들어가면 페리들이 들어오는 곳이 보이고, 사람들은 그 주위에 서서 기다린다. 에카 자야 말고도 운행하는 다른 페리들이 많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페리에 오르고 내리는데, 시간표라든지 안내보드 같은 것은 없다. 시간도 정확하지 않기 때문에 잘 지켜보고 있어야 한다. 아니면 같은 페리를 타는 사람들을 찾아서 같이 기다리는 것도 괜찮은 방법이다. 에카자야 페리가 도착하면 직원 중 누군가가 '에카 자야 페리' 라고 외친다. 그러면 사람들이 몰리는 탑승구 쪽으로 따라간다.

한여름 땡볕에서 한시간 가량 기다려 겨우 페리에 탑승했다. 페리는 다른 경유지를 거쳐 나의 목적지는 길리 트라왕안(Gili Trawangan)에 도착했다.


길리 트라왕안은 길리 섬들 중 가장 메인이 되는 섬들 중 하나로서, 90년대 배낭여행객들이 이 섬을 많이 찾으면서 사람들에게 많이 알려졌다. 처음에는 개발이 안된 자연 그대로의 섬에 파티를 즐길 수 있고, 숙소 가격도 저렴하여 많이 알려졌으나 지금은 많이 개발이 되면서 가격도 많이 올라갔다. 현재는 다이빙을 하러 오는 사람들이 많고 큰 다이빙 센터도 섬 중간에 크게 들어서 있다.


길리섬에는 자동차나 오토바이가 없다. 섬 자체가 작기 때문에 필요가 없을 뿐더러 말이 끄는 마차나 자전거가 그것들을 대신하기에 충분하기 때문이다. 길리 트라왕안에 도착하면 가장 먼저 보는 것이 말 마차를 끄는 택시들이다. 



도착 전 미리 지도를 살펴서 숙소까지의 거리를 파악하고 가면 걸어서 갈 만한지, 말 마차를 탈지 결정할 수 있다. 사실 짐이 없다면 섬 끝쪽까지 걸어가는 것도 어렵지는 않지만, 길이 울퉁불퉁하기 때문에 바퀴달린 짐가방이 있더라고 가기가 편하지는 않다. 차가 없기 때문에 섬을 깨끗하게 보존하는 데에도 큰 일조를 하고 여행을 하러 오는 사람들에게도 쾌적하고 조용한 분위기를 제공할 수 있어서 좋다. 



우리나라에서는 윤식당이라는 프로그램 촬영지로 많이 알려지게 되었다. 10년 전만해도 발리에 가면 동양계 사람에게는 모두 일본어로 말을 걸었다. 그러던 것이 어느 순간부터는 중국어와 섞이기 시작했지만, 한국어로 인사하는 장사꾼들은 거의 찾아볼 수 없었다. 그런데 발리도 아닌 그 작은 길리섬에서 이리 저리 한국어로 인사하는 장사꾼들의 목소리에 내심 신기해 하지 않을 수 없었다. 윤식당 이후 한국 여행객들이 많이 늘었다는 것을 실감할 수 있었다. 

내가 갔을 때에는 '떡 카페' 라는 곳으로 바뀌어서 운영되고 있었으나, 현재는 장사를 하고 있지 않다고 한다.



그래도 윤식당 때의 분위기는 그대로 갖고 있었는데, 폐업이 되었다니 아쉽긴 하다. 하지만 사실 그때도 왠지 맛이 없을 것 같아서 떡카페에서 먹지는 않았다. 



돌아오는 여정도 마찬가지로 페리를 타고 파당바이에 내려, 픽업차를 타고 숙소나 근처까지 이동한다. 드랍을 해주시는 기사분이 손님 하나하나 숙소까지 데려다 주는 것을 귀찮아 하셔서 호텔 내부로 들어가지 않겠다면서 웃돈을 요구하는 일이 있었다. 그 손님은 아이와 같이 여행하던 가족 여행객이었다. 이런 일이 발리에서는 비일비재한데, 처음 겪는 사람들 입장에서는 어이가 없는 일이 아닐 수 없다. 결국 그 손님도 기사분과 실갱이를 벌이던 끝에 가격을 흥정하여 겨우 호텔앞까지 도착할 수 있었다. 혼자에 짐도 별로 없는 몸이었던 나는 기사가 큰 길 한복판에 나를 떨구어 주었다. 횡단보도도 없는 6차선에서 지나가는 차량들 피해가며 길을 건너 숙소에 도착했다. 

길리에서의 며칠간의 생활은 다음 포스팅에서 자세히 소개하도록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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